박준택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 원장, "어민들과 실시간으로 연구성과 공유한다!”
박준택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 원장, "어민들과 실시간으로 연구성과 공유한다!”
  • 글_김엘진 기자, 사진_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2.0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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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
박준택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 원장
박준택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 원장

[현대해양] 수산양식학 박사이자 어병방역·양식기술사이자 연구관이라는 다양한 직함의 박준택 전남해양수산과학원장은 수산학을 공부하고 20대 후반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됐다. 이후 그는 양식장을 경영하다가 부도를 겪고, 일본 사료 회사 연구직을 거쳐 36세, 이르지 않은 나이에 연구직 공무원으로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특히 사료 회사에 몸담은 기간 기존 사료와 달리 부력을 크게 만든 사료를 개발·판매하는 일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양식장 경영과 실패, 그리고 사료를 판매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서 어민들과 부대끼는 경험을 해왔기에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바로 ‘필드’다. 그는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직원들과 연구원들에게 현장 어민들이 뭘 원하는지 듣고, 그에 맞춘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항상 어업인들의 이익과 성장이 그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 물론 어업인들의 이익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수산업이 담보돼야 한다.

<현대해양>은 임기 2년차 박준택 원장을 만나 그와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이 제시하는 방향성을 확인해봤다.

 

전남 수산업의 상황과 목표는?

최근 급속한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연안개발, 육상 오염원 유입, 밀식 등에 의한 양식어장 환경의 급속한 악화로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담보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체품종 및 미래수산 품종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양식품종의 다양화 △친환경 양식기술 개발을 통한 양식어장 오염 최소화 △지구 온난화와 연계한 탄소저감 양식품종 육성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계획생산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품종·해역별로 생산량을 계획·관리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많이 생산을 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바다의 생태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하게 생산성을 유지할 시기입니다.

계획한 양을 생산하는 경우 수산물 가격의 폭등·폭락을 방지할 수 있게 됨은 물론 품종의 다양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의 수산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되겠죠.

 

3부 체계로 개편한 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2017년 남부·동부·서부의 3부로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전라남도는 남해, 남서해, 서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지역마다 소득 품종이 다릅니다. 이전에는 부서들이 산재돼 있었고, 지역마다 특색이 강해 관리·운영하는데 어려움도 있었어요. 특히 이전 동부지부의 경우 어류 및 패류 생산량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도 연구소가 없어 어업인의 신속한 지원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체계를 개편하자 업무의 진행이 더욱 체계화·활성화 됐습니다.

덧붙여 지난 7월에는 과거 해양미세조류연구센터를 미래수산연구소로 추가 개편해 총 4개의 연구센터를 가지게 됐습니다. 미래수산연구소에서는 미래 전략품종 육성과 더불어 고가의 패류, 새조개·우럭조개, 장어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 대비 신품종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구가 있다면?

먼저 탄소저감연구를 들 수 있습니다. 해양생태계의 탄소 흡수량은 열대우림의 5배, 흡수속도는 50배나 빠릅니다.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정책에 대응해 올해 탄소저감 효과 및 활용방안에 대한 자체 용역을 실시하고, 친환경양식의 개발과 장기적 탄소저감 효과 및 경제적 가치를 산정해 실제적인 어업인 소득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수산바이오산업의 육성입니다. 전남의 수산물 생산량은 전국의 58%에 달하지만, 지금까지는 수산물 원물 또는 단순 가공으로만 판매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의약품, 화장품, 기능성 물질 등 바이오 소재를 발굴해 다양한 고차산업으로 발전시키려는 과정에 있습니다. 해조류 주생산지에 지원센터를 건립, 바이오소재 발굴은 물론 생물의 다양한 정보를 빅데이터화 해 어업인과 관련기업에 제공할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산물 안전성 조사 강화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수산물을 위해 도내 수산물의 안전성 조사를 강화하고 부적합 수산물 유통을 사전에 차단해 수산물의 소비 확대 및 국민 건강에 기여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방사능오염수 방류 대응과 안전성 검증을 위해 방사능 조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올해 약 1,150건의 생산·출하 단계와 거래 이전 단계의 수산물을 조사할 계획이며, 조사대상은 해면양식, 내수면양식 등 56품목에 방사능, 중금속, 동물용 의약품 등 89항목에 달합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병성감정전용실험실에서 임은영 팀장과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병성감정전용실험실에서 임은영 팀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는 박준택 원장

 

10대 핵심전략 품종 육성 연구도 하고 있다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신성장 동력 산업을 육성하고 전라남도에 수산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수산 10대 핵심전략 품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능성어, 참조기 등 어류와 전복, 해삼, 꼬막, 해조류 등 패류와 무척추동물 그리고 김, 갈조류, 톳과 미래전략품종인 뱀장어, 갑오징어를 포함합니다. 연구팀에서는 해당 10대 품종에 대해 기후변화에 대비한 종자 생산, 생산성 향상, 고품질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같은 뱀장어라 해도 이전보다 더욱 유효성분이 풍부한 품종을 개발해 고급화·브랜드화 하는 전략입니다. 좋은 품종을 업그레이드 시켜 고급화 하는 것은 어업인들의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업인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또 다른 방안이 있다면?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해양수산 연구는 물론 어촌현장 교육과 기술 보급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 체계와 지도 체계를 균형있게 강화하고 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크게 부족한 어촌지도사를 충원할 계획입니다. 어류, 패류, 해조류, 해양환경 분야 각 한 명씩 9개 지원, 총 36명의 어촌지도사를 통해 어민 교육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특히 어촌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하고 차세대 수산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2017년부터 어업인교육팀을 신설해 분야별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4개 분야, 11개 과정에 7,590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특히 전남 귀어학교와 특성화 품종 기술교육, 수산계 고교 실무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귀어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비대면 교육과 집합교육을 적절히 운영해 수료생 32명 중 23명(74%)이 어촌에 정착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어업인과 귀어인을 대상으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제공해 활력 넘치는 어촌조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박준택 원장이 어민 기술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박준택 원장이 어민 기술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어업인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5개년 계획의 성과가 있나?

5개년 계획 두 번째 해인 지금까지 몇 가지 성과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바다의 블루칩이라 할 수 있는 김의 신품종 개발과 어업인 보급입니다. 우리는 꾸준히 김의 품종 연구를 통해 해풍1·2호와 해모돌1호를 개발·보급했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잇바디돌김 일종으로 고품질 신품종 ‘햇바디1호’를 개발해 품종 출원했습니다. 햇바디1호의 경우 생산량 140% 증가, 품질도 월등히 올라 판매 소득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 외에도 ‘슈퍼왕전복’ 개발을 위한 전복 폐사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기도 했는데, 이후 대량 폐사가 30%정도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원에서는 한국수산과학회가 주관한 학술대회에 최다 논문을 투고, 이 중 9편이 실용화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어업인 소통 간담회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박준택 원장
어업인 소통 간담회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박준택 원장

참조기 양식 연구로 수산 연구기술 보급 사업 발표회에서 수상했다고 했는데…

‘어류 해상 가두리 대체품종(참조기) 산업화연구’로 수산 연구기술 보급 사업 발표회에서 5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참조기는 전남의 대표 수산물로 맛과 풍미가 뛰어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어종이나 최근 연근해 자원고갈로 인해 어획량 저하와 변동이 심한 실정입니다.

우리 연구원들은 2018년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한 참조기 해상가두리 양식 개발을 위해 양식적지 선정, 월동 가능성 여부, 적정 수용밀도, 타품종과 경제성 비교분석 등 다양한 시험연구를 통해 양식가능성을 검증해냈습니다.

이번 시험양식을 통한 참조기는 생존율이 63% 내외로 어류 해상 가두리 대표 양식품종인 조피볼락 대비 10% 이상 높은 수준이며, 양식기간 12개월 이내에 출하 크기 100g 이상 생산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전남 어민들은 연구 2년차인 2019년부터 가두리 양식장에서 참조기 양식품종을 직접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연구 진행 시 어민들과 정보와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양식장 등을 공유하기에 실용화 단계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빠른 편입니다. 또한 참조기 외에도 해상가두리 양식 품종을 다양하게 개발·보급할 계획입니다.

코로나 이후 예상할 수 없는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인류의 식량공급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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