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도 ‘중대재해법’ 적용 예외 아니다
해양수산도 ‘중대재해법’ 적용 예외 아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2.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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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중대재해 리스크 가장 큰 곳
중대재해법이 건설업체 등에만 적용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양수산 기업의 경우에도 어로작업, 수산식품 가공, 선박 건조 등의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다수의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등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중대재해법이 건설업체 등에만 적용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양수산 기업의 경우에도 어로작업, 수산식품 가공, 선박 건조 등의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다수의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등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현대해양]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제정됨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법 시행에 관심을 쏟고 있다. 반면에 해양수산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바다야말로 중대재해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이다”라는 법조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근로자, 시민의 안전 등을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게 형사책임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은 공포 1년 후, 즉 내년부터 시행된다(5인 미만의 근로자가 있는 기업 미적용, 50인 미만의 기업은 3년간 적용 유예). 따라서 기업은 컴플라이언스(사전적 준법경영) 시스템을 속히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 해양수산팀 한수연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건설업체 등에만 적용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양수산 기업의 경우에도 어로작업, 수산식품 가공, 선박 건조 등의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다수의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등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어선이 전복돼 선원이 사망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선주가 구명기구 등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라면 선주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선주는 선박안전법규에 따라 항해 중이나 어로작업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기상악화 등을 예견해 인명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여객선에서 승객이 사망하는 경우에도 구명기구 등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안전대책을 소홀히 했다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율촌 해양수산팀 김한솔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다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예전처럼 면책규정을 적용해 책임을 면하기는 극히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해율 높은 해양관련 산업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중대재해에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가 포함된다. 먼저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산업재해로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를 야기하는 것을 지칭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설비·원재·가스·증기·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해 사망 또는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으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 원료,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오거나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생긴 경우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

해운, 조선, 수산업 등 해양 관련 산업들은 중대산업재해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산업별 재해만인율’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선박건조 및 수리업 노동자’ 총 16만 9,455명 중 재해자는 1,848명, 사망자 수는 26명에 이른다. 재해율이 높은 편이다.

중대시민재해 역시 특히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선박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선박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에 관여한 회사들이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채취한 수산물 등을 제조, 가공하는 과정에서 제조 관리상의 결함이 발생할 경우에도 중대시민재해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다.

 

형사책임 무거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중대재해법을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인명 손해에 따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내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이들이 속한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해서는 각 50억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법을 위반해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형사책임 이외에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야기한 경우에는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따를 수 있다.

한수연 변호사는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안전 이슈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대재해법에 따른 의무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상,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양수산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한솔 변호사는 “해양수산업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들은 선원, 근로자, 승객, 소비자 등을 위한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다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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