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선형 기준, 新 어민 안전·복지 기준 되나?
표준어선형 기준, 新 어민 안전·복지 기준 되나?
  • 김엘진 기자
  • 승인 2021.02.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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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용적의 45% 이내 복지공간 증설, 장출갑판은 표준전장에 산입

[현대해양] 지난해 12월 28일 ‘어선안전 및 어선원 복지 강화를 위한 표준어선형’ 기준 시행이 발표됐다. 이전 어선관련 기준법이었던 ‘어선 안전공간 확대를 위한 검사지침(2010)’과 ‘길이기준 어선등록제도(2017)’는 모두 폐지·종료 된 상태다.

2017년 계획을 발표하고 오랜 연구 끝에 등장한 새로운 어선 기준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지, 현장의 반응은 어떠한지 <현대해양>이 알아봤다.

 

안전한 조업 환경, 수산자원 관리 목표로

어업허가 톤수별 표준전장 기준
어업허가 톤수별 표준전장 기준

이연승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표준어선형 제도에 대해 “안전을 담보한 합법적인 증개축이 이뤄지고 동시에 조업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어선이 등장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표준어선형 기준의 목적은 크게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 △수산자원의 관리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어선원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선원실, 조리실, 화장실 등의 위생관련 시설을 상부구조물에 한해 증설 가능토록 했다. 또한 복지공간은 톤급별 허용용적의 45% 이내 범위에서 증설할 수 있기에 상부구조물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다. 동시에 상부구조물 확장에 따른 복원력 저하를 예방하고자 복원성 검사 및 안전기준선 기준을 마련해 전복사고의 위험요소를 차단했다.

‘수산자원 관리’를 위한 장치로는 어선의 톤급별 허용 전장 제시를 들 수 있다. 무분별한 선체 확장을 막아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과도한 선체 깊이 감소를 방지해 어선 안전성을 강화한다. 특히 5톤 이상의 어선에는 복원성과 만재흘수선 등 안전성 기준을 확대·적용해 불법 증개축을 차단한다.

특히 기존 정책에서 가장 악용됐던 장출갑판에 대한 기준도 세웠다. 그동안은 장출갑판이 톤수 용적에서 제외돼 불법으로 길게 변형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표준어선형에 따르면 어구·어법이나 선체보호 등에 필요할 경우에는 장출갑판을 허용하나 사후 불법 증개축 차단을 위해 허가톤수 또는 표준전장 길이에 산입하게 된다.

조선소 등록제를 추진하려는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어선 건조업을 하려는 자로 하여금 해수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 등 요건을 갖춰 해수부 장관에 등록하도록 하는 어선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이 통과되면 전문적 지식과 설비를 갖춘 조선소에 의해서만 어선 건조가 이뤄진다.

 

현장 반응, ‘일단 합격점’

새로 바뀐 기준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국해양안전교통공사는 사천과 목포에서 표준어선형 기준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는 표준어선형 기준의 취지와 목적, 달라지는 내용 등을 공유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은 “주변에서도 많은 선주들이 설명회에 참가했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출갑판이나 물받이 등이 2016년까지는 허용됐다가 그 이후에는 복원성에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금지되기도 했다. 그래서 검사 시기만 되면 잘라냈다가 다시 붙였다가 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는데, 이번 기준에 따르자면 이전에 불법 어선 취급을 받았던 어선들의 경우 혜택을 입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톤수 제외하고 복지공간을 넣을 수 있는 부분도 어업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라고 덧붙였다.

포항의 이선용 선주는 “이전에는 어선법이 까다로워 조업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표준어선형 기준은 기존에 비해 매우 완화된 것이라고 본다”며, “오히려 이전에도 어선법을 잘 지켜왔던 선주들의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전 불법 증개축 어선의 선주들에게 혜택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개선이 필요한 점이 드러나겠지만, 한 번에 크게 바꾸는 것보다는 현장과 소통하며 조금씩 조율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연채 대양조선소 대표는 “현재 표준어선형 기준에 맞춰 건·개조를 하고 있으며, 기준에 맞춰 개조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전 기준에 따랐을 때는, 검사할 때마다 불법적인 부분을 철거했다가 다시 장착하는 일을 반복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줄었기에 어민들에게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전에는 정톤으로 건·개조를 하거나 톤수를 돈을 주고 구해야 했는데 지금은 45% 내로 복지공간 증설이 가능해서 훨씬 건·개조에 수월하고, 검사 받는 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현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검사기준실 어선검사기준팀장은 “지난 11월 설계 공모전을 통해 연안자망·통발 업종의 표준어선형 설계 예시안을 선정했으며, 곧 어업인과 조선소 관계자 등에게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중소형 조선소가 안전·복지공간이 마련된 어선을 건조할 수 있도록 표준어선형 설계·기술 지원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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