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귀어·귀촌 정책, 어떤 성과는 있나 (上)
6년차 귀어·귀촌 정책, 어떤 성과는 있나 (上)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2.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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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매년 50억씩 증가 2021년 811억원 투입하나 귀어인구는 매년 소폭 감소

감척 등 타 수산정책과 미스매치

귀어정착률 관리 등 성과지표 대폭 수정 필요

[현대해양] 귀어·귀촌 정책이 시행 6년 차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귀어·귀촌 정책이 투입 예산 대비 효율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귀어·귀촌 정책은 도시민에게 유리한 ‘귀촌’ 정책보다 높은 진입장벽을 깨야 하는 난이도 높은 ‘귀어’ 정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현대해양>은 귀어·귀촌 정책의 역사를 짚어보고 그간의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평가를 들어봤다.

지금 어촌은…

귀어·귀촌인구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행된 ‘KMI 동향분석 VoL.174’는 해양수산부의 다양한 정책적 노력에도 귀어인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어 정부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통계로 본 어업의 구조 변화’를 통해 1970년대 15만 가구에 달하던 어가 수가 2019년을 기준으로 5만 가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근 50년 만에 어가 수가 3분의 1로 준 것이다. 어가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1970년 91만 명이던 어가인구는 2019년 11만 명으로 줄어 87.5% 감소했다.

어업인 고령화문제를 반영하는 어가 노령화 지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어가 고령인구 비율은 2005년 18.8%에서 2019년 39.2%로 20.4%p 증가했으며, 어가 노령화지수(유소년 인구 100명 당 고령인구)는 2005년 172.7명에서 2019년 675.1명으로 502.4명 증가했다.

어가인구 추이 (자료제공_통계청)
어가인구 추이 (자료제공_통계청)

시행 6년차 맞은 귀어·귀촌 정책

귀어귀촌 정책 예산
귀어귀촌 정책 예산

귀어·귀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시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정부 정책은 2009년 귀어 창업·주택구입 대출지원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도시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4년 국립수산과학원 산하에 귀어귀촌종합센터가 설치됐다. 귀어귀촌종합센터가 설치된 다음해인 2015년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업무를 맡게 됐는데, 이를 기점으로 귀어·귀촌 활성화 사업은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현재 해양수산부의 귀어·귀촌 활성화 정책으로는 △귀어귀촌종합센터 △도시민 어촌유치지원 △귀어학교 △귀어·귀촌홈스테이가 있다. 이 외에도 청년어촌정착지원과 귀어 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정책이 다양해지고 확대됨에 따라 귀어·귀촌 활성화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도 증가했다.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에 따르면 귀어인 유입을 위한 귀어·귀촌 활성화 사업비는 2015년 600억 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760억 원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50억 원 증가한 811억 원이 사업 예산으로 책정됐는데, 이는 2015년 대비 약 35% 증가한 수치다.

 

 

 

정책 성과 지표 설정 문제점

그렇다면 투입 예산 대비 결과는 어땠을까? 귀어가구 및 귀어인 수를 통해 성과를 비교해 본다면 정책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귀어·귀촌 정책은 많은데 성과는 미진하다. 귀어·귀촌 교육생은 늘어나는 반면 귀어인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투입 예산 대비 아웃풋이 적다는 것. 이에 해양수산부가 성과 지표를 정책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향으로만 설정했다는 수산경제연구원의 지적도 제기됐다.

귀어·귀촌 활성화 사업의 성과 지표는 귀어학교 개설 개소 수로 설정돼있는데, 해양수산부는 매년 귀어학교 1개소를 개설하기 위한 사업비로 5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즉 매년 귀어학교를 1개소씩 개설하기만 한다면 사업의 성과는 100% 달성됐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성과 평가 지표 역시 귀어인의 유입과는 거리가 있다.

해양수산부가 설정한 성과 실적은 귀어·귀촌센터의 상담 수와 귀어·귀촌 교육을 수료한 교육생 수가 지표가 된다.

귀어귀촌종합센터의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5개년 귀어·귀촌 상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6년 2,930건의 상담 건수가 집계된 이후 매년 점차적으로 건수가 상승해 작년에는 첫 해 대비 두 배가 넘는 6,434건의 건수가 집계됐으며, 올해는 11월 말 기준 6,872건의 상담 건수가 집계됐다. 또 귀어귀촌종합센터의 교육 수료생은 2015년 154명에서 지난해 3,869명으로, 귀어학교 수료생은 2018년 50명에서 지난해 164명으로 증가했다. 6년간의 총 교육 수료생은 모두 9,336명이다.

결론적으로 귀어·귀촌 상담 건수와 교육 수료생 수는 모두 증가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와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귀어·귀촌 상담 건수와 교육 수료생의 증가는 귀어·귀촌인 유입 인구 수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이에 이진형 귀어귀촌센터장은 통계청이 집계하는 숫자는 실제 귀어인 수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통계청은 1년 이내에 주소지 이전을 마치고 어업경영자로 등록한 귀어인만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로 귀어한 인구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성공적 귀어를 하기 위해 주소지 등록은 하지 않고 사전에 어촌에서 기술을 습득하는 이들도 있어 이러한 인구는 귀어인 수로 통계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상담 건 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보아 귀어귀촌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다”며 “통계청의 자료만으로 귀어인 수를 판단하고 이를 사업 성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에서 설정한 성과 지표는 가시적 사업 실적에만 집중되어 있어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도록 재설정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창수 수산경제연구원 박사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기 힘들다 보니 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해 성과 지표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귀어·귀촌 인구를 확실히 파악해 정책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수협이 매년 실시하는 어촌계 분류 평정 사업과 연계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귀어인 수를 지표로 잡지 않더라도 어촌 마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해 사업 실적을 파악하고 성과 지표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승우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인구 소멸 시대에 어촌으로 사람을 불어오기는 쉽지 않다. 예산 투입 대비 효과를 내기가 힘든 정책”이라며 “성과 지표를 숫자로 설정하기보다 귀어를 하면서 유입된 사람들이 어촌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귀어인’ 유입 유도에 치우친 정책

귀어·귀촌 정책이 ‘귀어인’을 유입하는데에만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귀어’는 어촌으로 이주해 어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어업을 본업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이와 달리 ‘귀촌’은 어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는 어업을 본업으로 삼지 않고 전원생활을 즐기기만 할 수 있으며, 수산업 이외에 다른 직종에 종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귀어·귀촌 정책이 진입장벽이 높고 적응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귀어’에만 집중된 탓에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더욱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승우 KMI 박사는 “도시민이 귀어에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현 정책은 귀어인 유입에만 치중돼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어촌 출신 도시 거주자가 다시 어촌으로 돌아오는 U턴 형 귀어다”라며 “수산업을 하는 부모는 자기 자식에게도 최적의 조업구역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데 도시민을 위한 귀어 정책에 치중해서는 어촌이 당면한 인구 소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어촌으로 귀어하는 I턴 형 귀어인이 어업을 본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먼저 어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귀어인은 어촌계에 가입하거나 어업면허나 어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촌계 가입의 진입장벽을 깨기는 쉽지 않다. 송영택 (주)베토 대표는 “공유재 성격을 가진 바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지정된 공유어장을 함께 사용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가져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도시 귀어인이 어업면허 혹은 어업허가를 받는 것도 용이하지 않은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양식어업을 위한 바다 면적은 한정돼 있으며 이미 양식면허가 모두 부여돼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장구역이 겹친다면 다른 어업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어선어업으로 눈을 돌려 어업허가를 받으려 해도 어려움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어선과 어업허가를 얻어야하는데 이는 정부의 어선 감척 사업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귀어·귀촌 정책과 감척사업의 모순

해양수산부는 ‘제1차 연근해어업구조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총 1,690척에 이르는 어선을 감척했다.

또 ‘제2차 연근해어업 구조개선 기본계획’으로 오는 2023년까지는 1,300척을 추가 감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계획에 따라 연간 200억 원 수준이었던 감척 예산이 2020년에는 752억 원으로 늘어났다. 2021년에는 1,254억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감척사업은 귀어인을 유입하는 정책과 상당한 모순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2년 12월 발행된 KMI 수시연구 ‘귀어·귀촌의 실태와 정책방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지적된 바 있는데, 해당 연구는 수산자원 관리와 어선어업의 유지·성장을 위한 정부의 어선 감척사업은 귀촌인이 허가어업에 종사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현 정부의 감척사업에 대해 귀어귀촌종합센터 관계자 B씨는 “감척사업으로 어선 어업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아 허가받은 배를 사야 어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촌계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KMI 박사는 “감척사업과 어선어업 허가 정족수의 감소로 도시민의 귀어는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귀어 중심의 정책이 귀촌으로 무게 중심을 바꿔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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