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이라는 나쁜 유산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나쁜 유산
  • 김성수 해양환경공단 해양환경조사연구원장
  • 승인 2021.02.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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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해양환경공단 해양환경조사연구원장
김성수해양환경공단 해양환경조사연구원장

[현대해양]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라는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일반인이 일어나 일상생활을 한 후 잠자리에 들 때까지 플라스틱을 접하지 않고는 단 1분도 생활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의 모든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 공동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1950년 처음으로 대량생산을 시작한 이래 2015년까지 66년 동안 전 세계에서 83억 톤 정도의 플라스틱을 생산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 480~1,270만 톤 정도가 매년 해양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현재와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2004년 리처드 톰슨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처음으로 공론화된 마이크로플라스틱(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 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는 5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이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플라스틱이 해안에 표착될 경우 물리적 파쇄와 태양열에 의해 마이크로플라스틱으로 작게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은 석유 고유의 기본 골격인 탄화수소 사슬을 유지하고 있어 일종의 고체 상태의 기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POPs)은 기름에 녹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고체 형태의 기름인 플라스틱에 잘 흡착된다. 결국 POPs는 생물농축에 의해 생물체의 지방에 농축되어 먹이사슬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가장 상위의 포식자에게로 확대되어 간다.

우리는 해양 마이크로플라스틱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해양에 유입된 플라스틱이 어느 정도의 크기까지 부서질 것인지, POPs 등 유해화학물질을 얼마나 운반하고,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최종적으로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형태로 영향을 줄 것인지 등 많은 수수께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선진국은 최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대응도 시작되었다. 비닐봉지, 페트병, 편의점 도시락 통, 플라스틱 빨대 등의 제품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대체품으로 분해되는 제품의 개발도 시급한 일이다. 대체품 생산 비용이 높거나 기존 제품에 비해 기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해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환경에 배출되면 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지구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나쁜 유산’이 된다. 우리는 자손으로부터 지구라는 행성을 빌려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우리 모두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운동에 사명감을 가지고 솔선수범해서 참여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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