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수산정책에서 풀어야
어촌, 수산정책에서 풀어야
  • 송영택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21.02.02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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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관련 기업과 국민의 삶은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정부 정책의 가시성과 일관성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보통 정부 정책의 가시성과 일관성은 예산과 조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처음으로 예산 6조원 시대를 맞았습니다. 특히 수산예산은 2조6천55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7%, 2천340억원이 증가하여 부 내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산예산이 늘어난 것에는 이번 정부의 중점 시책사업인 어촌뉴딜300사업이 있습니다. 어촌 지역경제에 혁신적인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해 4천344천억원에 이어 올해는 20.1% 증가한 5천219억원이 반영되어, 수산 전체 예산 중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많은 예산인 국가어항사업 2천274억원을 합친다면 이번 정부가 어촌어항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으로 눈을 돌려보면 과연 해양수산부가 지속가능한 활기찬 어촌을 만들기 위해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는 어촌뉴딜300사업을 전담할 어촌어항재생사업기획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이 기획단은 기존 임시조직이던 혁신성장일자리기획단을 해체하고 만든 9명 규모의 차관 직속으로, 그 아래 어촌어항재생과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관리대상 사업지가 늘어나는 시점에 어촌뉴딜300사업 전담조직을 만든 것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3년 한시조직이라 어촌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지가 염려됩니다.

이번 조직개편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해양수산부가 어촌정책을 수산정책과 별개로 보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해양수산부도 이번 조직개편의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보았는지 어촌어항 개발업무와 연계성을 고려하여 수산정책실 어촌양식정책관이 단장을 겸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어촌어항은 수산업의 주요 정책의 한 분야로서 그 규모는 작았지만 새마을운동에서 시작하여 어항개발사업, 어촌종합개발사업 등을 통해 다른 수산정책사업과 연계하며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진행되어온 어촌어항개발사업과는 별도로 차관 직속 조직을 만들고 수산정책실 기존 업무를 일부 떼어 신설 조직에 붙이는 것이 과연 어촌정책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어촌뉴딜300사업이 정부수립 이후 어촌에 투자된 제일 큰 규모의 사업이라 어업인과 관계자들이 쌍수를 들어 반기고는 있지만 수산정책의 틀 속에서 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어촌 공동체의 건전성을 다지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국적불명의 해촌(海村)만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대대로 바닷가 마을을 고기잡는 마을, 어촌(漁村)이라 부르는 이유를 잘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수산예산을 굳이 수산어촌예산이라 칭하는 해양수산부의 의도에도 아쉬움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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