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중국만 이롭게 하는 대한민국 수산정책
⑫ 중국만 이롭게 하는 대한민국 수산정책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1.11 11: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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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전남 여수 바닷가에서 연안선망으로 평생 멸치를 잡아온 한 어업인은 전과 57범이라고 한다(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4 기사 참조). 우리나라 어민들 중 전과범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도 들려온다. 정부에서 수산자원 보호니 회복이니 하면서 50개에 이르는 수산관련 법령으로 규제한 결과가 이런 것이다.

이 정도 규제가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성과는커녕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 어획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어업 경영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수산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반성 없이 이제 와서 생산량이 이렇게 줄어든 것을 남획 등 어민 탓으로 돌리면서 TAC(총허용어획량)제도 등으로 어업규제를 더 확대해 지속적인 수산업이 가능하게 하겠다고 한다. 쉬운 말로 수산관계법령 위반자들을 더 만들겠다는 말이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 어업인은 섬기고 봉사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잠재적 범죄 집단인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어민들은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어업을 그만두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아예 어업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어선수를 줄이고 TAC로 잡는 양을 규제를 해도 어획고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남획을 했네, 어린 고기를 많이 잡았네 하면서 수십 년 전부터 했던 말을 반복하고 있다.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된 문제

지난 연재에서도 꾸준히 설명했듯이, 선진국 보고서 몇 편 읽고는 막연히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수산자원이라는 것이 남획으로 줄어들고 있으리라 여기는 잘못된 전제에서 모든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리 바다에서 수산자원량이 줄고 있다는 증거는 불확실한 노력량 자료로 단위노력당 어획량이 줄고 있으니 자원량 또한 줄어들었다고 하는 엉터리 통계 분석에 바탕한 보고서를 빼고는 없다(현대해양 2020년 10월호 연재 참고.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158).

다시 말하지만, 바다에서 단위면적당 수산생물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은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화학결합 에너지로 탄수화물에 저장하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플랑크톤 생산량이다. 들어온 태양빛의 양이나 인공위성 사진으로 추정한 우리나라 주변 바다 식물플랑크톤 생산량은 해마다 거의 변동이 없다. 따라서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일정했다고 봐야 한다(현대해양 2020년 2월호 연재 참고.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07).

이것은 각종 국제기구나 연구기관에서 집계한 해역별 어획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1>은 지난 70년 동안 유엔 세계식량기구(FAO)에서 집계해온 북서태평양 국가별 연간 어획고이다.

지난 40년 동안 눈에 띄는 변화라면 북서태평양 전체 어획고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고, 상대적으로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었다. 러시아도 소비에트가 무너진 1990년대 이후에는 잠시 어획고가 줄었으나 경제가 회복되면서 2000년대 이후로는 점차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어획고에서 약 5% 정도만 잡고 있는데 이마저도 1990년대 이후에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연근해어업 구조조정(감척사업) 등으로 우리 어업을 규제한 결과이다. 수산자원량 감소가 남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의 어획고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북서태평양 전체 어획고는 1950년대부터 어업기술 발달과 보급으로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 전체 어획고는 약 2,001만 톤 수준에서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유럽 북해와 같은 바다에서는 식물플랑크톤 1차생산이 장기적으로 감소하면서, 또 TAC와 같은 국가별 어획할당제가 강화되면서 전체 어획고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40년간 일정했던 수산자원량

북해와는 달리 북서태평양에서 수산자원량은 지난 40년 동안 거의 일정했다. 따라서 남획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 힘드나 지금의 어획기술로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2>는 황해 국가별 연간 어획고를 나타내는데,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수산연구팀이 FAO 공식 어획고에서 누락된 부수어획이나 낚시로 잡는 어획량을 자체적인 조사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정을 하여 추정한 세계 각국 실제 어획고를 ‘Sea Around Us’라고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한 자료이다.

이 추정치에 따르면 대체로 황해에서 중국 어선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많이 잡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수산업이 가장 활발했던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중국보다 어획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황해에서 중국 어획고는 약 50만 톤에서 200만 톤으로 4배가량 늘었으나 반대로 우리나라 어획고는 약 80만 톤에서 40만 톤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북한을 포함한 황해 전체 어획고를 보면 1990년대 말 이후로는 약 270만 톤 수준에서 거의 일정한 것을 볼 수 있다. 즉 북서태평양과 마찬가지로 황해에서만 보더라도 적어도 지난 25년 동안 어획고는 일정했기 때문에 수산자원량이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즉, 남획이 일어났다는 증거는 없다.

이렇게 일정한 수산자원량을 두고도 지난 25년 동안 중국은 황해에서 매년 200만 톤을 잡아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온갖 어업 규제로 어획노력량 자체가 계속 줄어 최근 2016에는 40만 톤, 즉 중국이 잡는 양의 20% 밖에 잡지 못하고 있다. 황해 조업 면적을 따졌을 때 중국이 50%을 잡는다면 북한과 한국은 각각 25%씩 잡아야 할 텐데,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60% 적게 잡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온갖 규제로 우리 어민들이 적게 잡은 고기는 중국이 다 가져가는 꼴이다. 황해에서 주로 잡히는 멸치, 고등어, 갈치, 조기, 대구, 민어에게는 국경이 없다. 중국 어획고와 비교했을 때 우리 어선은 황해에서 약 100만 톤의 어획고를 올려야 한다.

이런 문제는 황해뿐만 아니라 우리 동·서·남해 모든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최근 우리나라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조차 우리 어선보다 중국 어선이 고기를 더 많이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감소한 한국 어획량, 증가한 중국 어획량

<그림3>은 ‘Sea Around Us’에서 추정한 우리 바다에서의 국가별 연간어획고인데, 1950년부터 1980년대까지 어업기술 발달과 보급으로 꾸준히 늘어 약 80만 톤에서 250만 톤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가 그 이후로는 비교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서태평양, 황해와 마찬가지로 우리 바다에서도 지난 30년 동안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거의 일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어선들이 조업하는 해역 범위를 어떻게 잡더라도 단위면적당 수산자원량이 줄었거나 남획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어획고는 꾸준히 줄고 있다. 반면 중국 어선에 의한 어획고는 반대로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감척사업이니 TAC니 하는 규제 때문이라고 본다. ‘Sea Around Us’ 추정치에 따르면 2016년부터 중국이 우리 바다에서 우리보다 고기를 더 많이 잡기 시작했다.

수산자원을 회복한다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매년 수천억 원대 예산을 들여 우리바다에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바다숲을 조성하고, 대구, 명태를 비롯한 종자를 방류해왔지만 우리 바다에서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줄지도 않았다는 것을 해역별 국가별 어획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현대해양 2020.7월호 연재 참고. http://www.hdh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63).

이렇게 인공어초와 바다숲에 들어가는 수천억 예산을 차라리 어업인들 안전 조업과 복지에 투자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해양수산부에서 보는 우리 어민들은 생업을 위해서라면 법도 어기는 잠재적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

중국이 가져가는 어업 주권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어민이 잡은 생선을 세금으로 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말린 대구는 중국 왕실에 바치는 귀한 공물이었는데, 기후변화 등으로 대구가 갑자기 안 잡히면 생계는 물론 할당량도 채울 수 없는 어민들이 상소문을 올려 대구 공물량을 줄여달라고 호소하는 기록들이 곳곳에 보인다.

21세기 대한민국 해양수산부는 조선시대처럼 중국에 생선을 바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수산자원 보호니 회복이니 하는 관념적인 선의가 현실에서는 그 의도와는 반대로 조선시대처럼 중국에 조공하려고 우리 어민들을 괴롭히는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 어민들이 온갖 규제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어업을 포기하는 동안 우리 어업주권을 중국에게 소리 없이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각종 수산정책이 지금까지 실현해놓은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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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2021-01-13 23:42:28
수산업이 과도기인가 암흑기인가..
2007년 해수부 담당자와 관련단체 박사들도 같이와서
오징어tac 시행하면 input방식 규제에서 output방식으로 전환한다고
어민들에 홍보하였다.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규제에 규제를 덧칠한 꼴로 어민들은 도산하고 죽어 나가고 있는데..
최근 글을 보니 해수부 담당자는 아직 과도기라며
앞으로 전통적인 input 규제를 철폐해 나가겠다고 한다.
언제? 어민들 다 도산하고 죽은 다음에...
선주. 선장 중 전과자 아닌 사람을 찾아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