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1]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금지가 원칙일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31]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 금지가 원칙일까?
  • 김한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1.01.0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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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 좋은 스킨스쿠버 사건
김한솔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서른한 번째 여행의 시작>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법에서도 ‘운 좋다’라고 할 만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반드시 결과가 발생해야만 하는 범죄에서 요행히 미수에 그쳐 처벌을 면하는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면하는 경우,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는데 처분을 할 수 있는 기간인 제척기간이 지나 처분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법에 공백이 존재하는 기간 때문에 운 좋은 사람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처벌을 하는 법률을 만들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였는데 미처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전에 한 행위들은 처벌을 면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은 과연 법률상 처벌 규정이 전면 금지를 한 것이어서 시행령이 부수적인 사항만을 정한 것이라면 처벌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법률상 처벌 규정은 예외적인 것이어서 진짜 금지되는 내용을 시행령이 정해야만 한다면 운 좋은 사람들은 처벌을 면할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A는 2010. 5. 9. 08:30경 부산 남구 광안리해수욕장 부근의 ‘○○○○’ 상호의 다이빙숍에서 산소탱크 1개를 빌려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 B가 조종하는 고무보트(5마력)에 승선하여 같은 날 09:30경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누리마루 앞 150m 해상에 도착하여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스킨스쿠버 활동을 하면서 전복(망태기 1자루)과 멍게 7kg(망태기 1자루)를 포획하였습니다.

A는 어업인이 아닌 자는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장소·기간·방법을 제외하고는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획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은 A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2심은 A의 포획인 위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시행된 2010. 5. 31.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A는 끝까지 운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요?

 

<쟁점>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는 어업인이 아닌 자가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농림수산식품부령에 허용되는 수산자원 포획·채취행위의 장소·기간·방법을 규정하도록 위임한 것일까요, 아니면 어업인이 아닌 자가 농립수산식품부령이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는 행위만을 금지하려는 취지일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도5437 판결>

구 수산업법 제53조 등이 어업조정 등을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제한규정 및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벌칙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함에 따라 제정된 구 수산자원보호령(2010. 4. 20. 대통령령 제22128호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7조 규정 내용의 대부분이 수산자원관리법(2009. 4. 22. 법률 제9627호로 제정되어 2010. 4. 23.부터 시행) 제18조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2010. 5. 31. 농림수산식품부령 제125호로 제정되어 같은 날 시행) 제6조에 분산배치된 것이다.

그런데, 구 수산자원보호령 제17조가 특정 어구나 방법 등에 의한 포획·채취를 제한하는 규정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현행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역시 특정 어구나 방법에 의한 포획·채취를 제한하는 규정형식을 취하고 있다.

구 수산자원보호령 제17조 및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에서 제한되지 아니하는 어구나 방법으로 적시된 어구 등에 의한 포획·채취는 법에 의하여 전면적으로 금지될 수 없는 행위로 보인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하면,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는 어업인이 아닌 자가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농림수산식품부령에 허용되는 수산자원 포획·채취행위의 장소·기간·방법을 규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아니라, 어업인이 아닌 자가 농림수산식품부령이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는 행위만을 금지하려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

수산자원관리법이 시행된 2010. 4. 23.부터 어업인이 아닌 자의 특정 어구나 방법등에 의한 포획·채취를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같은 법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전날인 2010. 5. 30.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어업인이 아닌 자가 그와 같이 제한되는 어구나 방법으로 수산자원을 포획·채취하였더라도 이를 수산자원관리법 제67조 제2호, 제18조를 위반한 것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판결의 의의>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는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산자원관리법은 2010. 4. 23.부터 시행되었고, 위 제18조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규칙은 2010. 5. 31. 시행되었습니다.

따라서, 2010. 5. 9. 발생한 A의 행위는 불과 한 달이 조금 넘는 법과 시행규칙 사이의 기간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만약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가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면 시행규칙 시행 전이라도 그 취지에 따라 처벌할 수 있으나,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면 시행규칙을 보고서야 어떤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시행규칙 전에는 처벌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는 예외적 금지로, 시행규칙 전에 한 A의 행위는 무죄라는 점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서른한 번째 여행을 마치며>

A는 운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A는 위와 같이 전복과 멍게를 채취하다가 해녀분들에게 발각되어 포위되자 오리발로 피해자 C의 엉덩이와 오른쪽 팔목을 걷어차고, A를 붙잡은 피해자 D를 뿌리치는 등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하였고, 위 수산자원관리법 위반죄와 함께 기소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유죄가 유지되었습니다.

결국 운도 좋아야겠지만, 바르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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