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대표주자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대표주자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1.1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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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산업의 핵심 역할 할 터
천금석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천금석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사진=박종면기자

[현대해양] 부산공동어시장을 움직이는 5개 수협 중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을 대표하는 가장 큰 규모의 조합이다.

지난 2019년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무투표로 당선돼 18년 만에 또 한 번 조합장 직에 오르게 된 천금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은 “한차례 조합장을 지낸 경험, 그동안의 경륜과 추진력 등으로 어업인들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업무에 돌입했다.

그러나 현재 대형선망 업계는 수년째 타결되지 않고 있는 한·일어업협정과 불법 어법을 일삼는 중국 어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수산자원의 고갈 우려로 어선 감척까지 단행하고 있는 상황. 지난 2019년과 2020년, 대형선망수협은 각각 두 선단과 세 선단, 총 다섯 개의 선단을 감축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대형선망수협은 어려움 속에서도 수산업이 국내 식량산업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현대해양>은 대형선망수협을 찾아 어업인의 현안 등 수산업의 전반적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고등어 잡는 1등 수협

대형선망수협의 주 어법인 선망어업의 주 대상 어종은 고등어, 전갱이, 삼치, 오징어 등 밀집성이 강한 표층 회유성 어종이다. 선단은 129톤 급 본선과 2척의 등선 및 3척의 운반선 등 통상 6척으로 구성되는데, 그물을 둘러서 어류를 포획하는 어업 방법으로 연근해어업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은 주로 제주도 근해, 서해, 거문도와 대마도 부근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중심이라고 불리며 인지도를 공고히 해 온 대형선망 어업인들은 날로 줄어드는 어장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쪽 대국에게 어장을 빼앗겼다”고 말하는 천 조합장. 특히 그는 한·중어업협상 타결이 오히려 우리나라에 손해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경매
부산공동어시장 고등어 경매. 사진=박종면 기자

빼앗긴 어장

천 조합장은 “어업협상에서 양국의 입어 가능한 수역을 정할 때는 단순 면적으로 계산할 것이 아니라 특정 해역의 수심과 자원 환경 등을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그러나 면적으로만 단순 계산해 협상이 타결된 결과, 우리나라 어선의 어획 구역으로 정해진 일정 해역은 수심이 매우 낮고 조업하기 불리한 조건의 수역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해당 구역은 배들이 전혀 조업할 수 없는 수역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일 중간수역에서 중국이 불법 호망 어업으로 회유성 어종을 싹쓸이해 가고 있다는 것. 호망 어업은 선망(크고 기다란 띠 모양의 두릿그물)과 표층 저인망(바닥 끌그물)을 융합한 형태로, 불을 밝혀 모인 물고기를 저인망으로 끌어 잡는 방식이다. 어망이 가볍고 적은 인원으로 조업할 수 있어 어획량이 일반 선망과 비교해 5배나 많다고 한다.

천 조합장은 “중국이 어떤 어법으로 조업하는지 알고 협상해야 한다. 길목을 차단하고 밑바닥부터 높은 곳까지 분포해 있는 수산자원을 다 쓸어가 버리니 고기가 회유될 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일, 한·중어업협정 이후 제기돼 온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로 어업인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달했다.

 

선복량 규제 완화 해야

대형선망 선단 6척 중 가장 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배는 본선이다. 약 129톤 급 본선에 약 27의 선원이 탑승해 조업을 나간다. 그러나 낙후된 시설과 좁은 복지 공간으로 선원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형선망수협은 어획 강도를 높이지 않는 선에서 선박 톤 수를 늘릴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천 조합장은 “어선원 복지를 강화를 위해서라도 어획 강도와 상관없는 선복량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 좁고 불편한 선박 시설 때문에 젊은 우리나라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다. 어선원의 선상복지 문제다”라고 호소했다.

천금석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천금석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사진=박종면 기자

공동어시장 역대 실적 거뒀지만… 노조 갈등 해결 안돼

지난 2020년도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실적은 2,800억 원 돌파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30일까지의 총 위판실적이 약 12만 톤 2,800억 원을 넘어서면서 2,500억 원으로 예측했던 한해 목표치를 약 300억 원 초과 달성한 결과다.

위판량의 약 80%를 담당하는 대형선망어선이 잡아 올린 고등어의 경우 상품성이 좋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씨알이 작은 고등어 역시 연근해 꽁치 어획량의 급감으로 식자재 등으로 납품이 늘면서 위판액 상승을 견인할 수 있었다.

어장 축소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우려가 많았던 대형선망 업계에 다가온 희소식이지만 수협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부산항운노조와의 노무 공급 문제로 수개월간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수산물 공급은 빠른 물량 처리와 직결된다. 그러나 단일노조만 고집하는 항운노조로 인해 물량 처리가 늦어지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항만 물류 작업은 항운노조 조합원만 할 수 있으며 근로자를 공급하는 사업자 지위도 갖고 있기 때문에 인력(노무) 공급권을 항운노조가 독점하게 될 경우 노조 파업 시 물류가 전면 마비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천 조합장은 “부산공동어시장이 역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빠른 물량 처리도 필수적인데 항운노조는 단일 노조만 고집하고 있다”며 “수협에서 복수노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상태”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위판 마비가 우려되는 시점에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을 요청하고, 법적 제재를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또한 노동청 등 관련 부처 간 얽힌 이해관계로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천 조합장은 “불법체류자를 외국인 노동자로 고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인 인력이 필요한 것인데 취업비자가 없다고 제재를 가하면 결국 피해는 선주들만 보게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해 있는 대형선망 어선들
부산공동어시장에 정박해 있는 대형선망 어선들

수산인 삶의 질 향상 목표

대형선망수협이 목표로 그리는 미래는 수산인의 삶의 질 향상, 수산업의 경쟁력 제고, 수협의 조화로운 발전 등이다. 천 조합장은 “대내외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연근해어업의 중요성과 발전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도 우리 대형선망어업은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을 대표하는 어업으로 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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