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권현망수산업협동조합 - “황금어장 파괴하는 해상풍력단지 안 돼”
멸치권현망수산업협동조합 - “황금어장 파괴하는 해상풍력단지 안 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1.1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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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도 이웃돕기 나서
이중호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장

[현대해양] 수산 1번지 통영 바다가 때 아닌 해상풍력발전 이슈로 달궈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욕지도 남쪽 8km 해상, 갈도와 좌사리도 중간 지점 해상에 한국남동발전(주)가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풍황계측기가 설치된 곳은 수심 30~50m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면서 멸치, 갈치, 고등어 등 수산자원이 풍부한 곳, 즉 황금어장이기 때문에 어업인들의 반발이 없을 수 없는 곳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그린뉴딜 정책에 따르면 정부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지 발굴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 계측·타당성 조사 지원과 배후·실증단지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장을 파괴하고 어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수산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시적 보상 필요없어”

통영을 비롯한 경남 남해안에 해양풍력발전시설이 들어서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어업인들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기선권현망어업인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멸치권현망수협은 해상풍력발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상풍력단지 추진을 위해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 설치하려고 했던 풍황계측기는 어업인들의 반대에 공사가 중단됐다.
해상풍력단지 추진을 위해 통영 욕지도 남쪽 해상에 설치하려고 했던
풍황계측기는 어업인들의 반대에 공사가 중단됐다.

이중호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장은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는 욕지도 인근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이자 쿠로시오해류(황해난류)를 타고 많은 고기가 서식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라며 “여기에 풍력발전을 설치하면 조업구역 축소는 물론 자원도 소멸되고 회유성 고기도 오지 않는다”고 문제제기했다.

멸치수협을 비롯한 어업인 단체의 강한 반발로 풍황계측기 설치는 중단됐다. 멸치수협은 이에 그치지 않고 ‘통영해상풍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해상풍황계측기 철수하라!’, ‘기선권현망 어업인 다 죽이는 통영해상풍력 결사반대!’ 등의 현수막을 수협 건물과 선박에 부착하고 시위하고 있다.

통영 욕지도 해상풍력단지 조성 추진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이른다. 이로 인해 통영 인근에서 멸치수협 다음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통영수협, 욕지수협, 근해통발수협, 남해군수협 등으로 파악된다. 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경남도와 멸치수협 통영수협 등은 지난해 10월 ‘경남 남해권 해상풍력 민관협의회’를 발족했다. 그러나 발족식과 제1차 회의 이후 지난해 11월 17일 열 예정이었던 제2차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민·관 의견차 때문이다.

이중호 조합장은 “황금어장을 내주면 경남 어선 1만 4,700척은 다 어디로 가란 말인가. 보상도 필요 없다. 어장을 영원히 잃는데 일시적인 보상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어업인들은 욕지도 앞바다를 해양공간계획상 어업활동보호구역으로 고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건멸치 생산량 50% 점유

1919년 창립 이래 100여 년간 멸치어획과 공급에 있어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온 멸치수협은 조합원은 48명에 그치지만 한 선단이 선박 4~6척에 이르는 거대 선단을 이루면서 국내 건멸치 생산량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또 멸치수협은 미국 LA수출을 시작으로 중국시장 등 세계인의 식탁에 우리 수산물을 수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수협으로 튼튼한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멸치권현망수협은 국내 유일의 멸치잡이 업종별 수협으로 고칼슘 천연건강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업종별 수협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수협이자 우리나라 수산업을 대표하는 수협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멸치권현망수협은 1919년 설립된 광도온망어업조합이 그 뿌리다. 과거 멸치수협은 매년 1만 8,000톤가량의 멸치를 어획하고 위판액은 1,200억 원이 넘었다. 그러다 지난 몇 년간 위판고가 평년 실적보다 40% 가까이 줄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는 어획량이 증가해 회복 기미가 보였다.

멸치수협 측은 어획량 증가 원인으로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꼽고 있다. 바닷모래가 물고기 산란 서식지인데 과도한 모래 채취가 강행돼 왔다는 것이다. 바닷모래 채취 반대와 관련해 멸치수협은 부산·울산·경남지역 수협과 ‘남해EEZ모래채취대책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강력 주장했다.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고 다시 어장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어획량이 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갈도, 매물도, 세존도, 국도 등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면서 멸치 산란·서식지가 파괴되지 않았고 부유사 또한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닷모래 채취라는 악재로부터 벗어난 줄 알았더니 해상풍력발전이 발목을 잡게 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조합장은 “지난 몇 동안 생산량이 부진했지만 2020년 어황은 괜찮았다”면서도 “이 상태가 3년 정도는 가야 조합원들이 대출금도 좀 갚고 허리를 펼 수 있는데 해상풍력 등으로 조업이 어려워지면 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멸치 경매
멸치 경매

경남-전남 해상경계 권한쟁의

멸치수협엔 풀어야 할 숙제가 몇 가지 있다. 전남과의 해상경계 권한쟁의, 혼획 갈등 등이 그것이다.

먼저, 해상경계 권한쟁의인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조업구역 갈등은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이 멸치수협(당시 기선권현망수협) 조합원 12개 선단을 포함, 17개 선단이 남해군 남방 백서섬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 어업지도선으로부터 단속된 사건에 대해 ‘전남-경남 간 해상 경계가 존재한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고, 이 판결에 따라 해상경계가 전남 쪽에서 경남 쪽으로 5㎞ 가량 옮겨지게 됐다. 이에 경남 어업인들과 경상남도가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를 도(道)간 경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 그러나 멸치수협 조합원 등 경남 어업인과 경남도 측은 “국토지리정보원도 ‘지형도 상의 경계표시가 행정구역경계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고시했다”며 대법원이 근거로 삼은 도계(道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전남 간 해상경계 분쟁이 헌재 판결 임박했음이 알려지면서 멸치수협 등은 지난해 하반기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 관련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해상경계를 되돌리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혼획 인정해야”

또 하나의 과제인 잡어 혼획 문제는 멸치 조업 때 갈치, 꼴뚜기 등 다른 어종이 같이 잡히는 것에 대해 일부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멸치 이외의 어종이 그물에 걸리면 단속대상이 됐다. 기선권현망 어업인들은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연안어업인들은 기선권현망 어업인과 근해어업인들에게 혼획을 허용할 경우 연안어업인들이 타격을 받는다고 반대해 왔던 것.

특히 지난해는 유난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애로사항이 많았다. 외국인 선원 수급 불안, 멸치 TAC(총어획허용량) 시행에 대한 대비, 어가 상승을 위한 상품성 제고 등을 고민해야 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멸치수협은 통영시 다른 업종별 수협과 함께 학교급식 공급 지원사업 추진하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들을 위해 통영 특산물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조합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봉사, 헌신,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조합원들과 늘 소통하고, 어업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중호 조합장이 멸치경매에 상장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중호 조합장이 멸치경매에 상장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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