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컨테이너선시장 전망은 ‘장밋빛’
새해도 컨테이너선시장 전망은 ‘장밋빛’
  • 이경희 코리아쉬핑가제트 기자
  • 승인 2021.01.0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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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재시동’ 벌크선도 반등에 무게

[현대해양] 2020년 한 해 해운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울고 웃었다. 벌크선시장은 코로나 악재로 수요와 공급이 동반 침체를 띠면서 심각한 부진의 늪을 지났다.

컨테이너선시장은 코로나 창궐로 야기된 상반기의 부진을 하반기에 털어내며 성공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사상 초유의 컨테이너선 호황은 비수기로 분류되는 연말에도 꺾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새해에도 코로나 이슈가 해운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컨테이너선뿐 아니라 벌크선까지 상승탄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북미항로 물동량 14% 급증

컨테이너선시장의 예상 밖 호황을 이끈 건 지난해 대선 이슈로 들끓은 북미항로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피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은 1,659만9,900TEU를 기록, 전년도 같은 기간의 1,626만1,000TEU에서 2.1% 성장했다. 2019년 무역전쟁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아시아-미국 수출항로 물동량은 1년 만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두 자릿수에 가까운 9.4%의 감소세를 보인 뒤 하반기엔 두 자릿수(14.5%) 성장하는 극적인 반전을 일궜다. 특히 4분기 두 달 물동량은 24%에 이르는 폭증세를 나타냈다.

선적국가별 실적에선 중국이 0.2% 늘어난 976만8400TEU, 베트남이 24% 늘어난 179만2,800TEU, 우리나라가 3% 성장한 86만3,100TEU, 인도가 5% 감소한 72만1,400TEU, 태국이 11% 성장한 68만5,100TEU를 각각 기록하며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8개국 물동량은 26% 성장하며 북미항로 시황 회복을 주도했다. 1위 중국은 코로나로 공장 가동이 멈췄던 상반기에 16%의 감소세를 보였다가 하반기엔 18%의 두 자릿수 성장곡선을 그렸고 2위 베트남은 상반기에 17%로 두 자릿수 성장한 뒤 하반기에 성장 폭을 31%까지 확대했다. 두 나라가 하반기에 큰 폭의 성장세를 띠면서 지난해 북미 수출물동량은 플러스 성장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3위 우리나라는 상반기엔 1%, 하반기에 5% 성장했다. 특히 3월과 10월 11월 3달 동안 9만TEU를 넘어서는 호성적을 보였다. 10월 달성한 9만4500TEU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실적이다.

북미항로와 달리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은 1~10월 동안 7% 감소한 1,293만8,000TEU에 머물렀다. 1월부터 7월까지 내리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8월 2%의 플러스 성장에 성공한 뒤 9월과 10월엔 각각 8% 7%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주며 시황 회복의 토대를 다졌다.

 

북미·유럽 시황 동조화… 하반기 운임 2배 급등

수요 증가와 선사들의 공급 조절로 컨테이너선 운임은 급등했다. 북미항로에서 시작된 컨테이너장비 부족난이 전 항로로 확산하면서 수요 회복이 다소 더딘 유럽항로 운임마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평균치는 1,234포인트를 기록, 1년 전 같은 기간의 811에서 52% 급등했다. 이 가운데 북미서안과 북미동안행 평균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719달러 3,588달러로, 2019년의 1,525달러 2,609달러에서 각각 78%, 38% 상승했다.

유럽항로 운임도 50%를 웃도는 높은 상승폭을 보여줬다.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북유럽항로 평균운임은 2019년 760달러에서 2020년 1,146달러, 지중해항로 평균운임은 2019년 811달러에서 2020년 1,236달러로 인상됐다.

운임지수는 물동량 흐름과 마찬가지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913p였던 SCFI는 하반기엔 1,531p로 68% 뛰어올랐다. 특히 미서안항로 평균운임은 상반기 1,749달러에서 하반기 3,615달러로 2배(107%) 폭등했다.

미서안항로 운임은 지난해 7월 말,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00달러를 돌파한 뒤 매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찍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12월 25일엔 4,080달러를 기록하며 마의 4,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북유럽·지중해항로 운임은 11월 말 들어 2010년 3월 이후 10년 8개월 만에 2,000달러 선을 넘어선 뒤 12월 중순엔 3,000달러 선마저 훌쩍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유럽항로 운임은 지난해 연말 3,700달러까지 상승하며 4,000달러를 목전에 두게 됐다. 미동안항로 운임은 지난 연말 4,876달러를 기록,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동안항로 최고치는 미 서안항만 파업으로 심각한 혼잡을 빚은 2015년 2월 거둔 5,049달러다. 신축년 새해 미동안행 운임이 새로운 기록을 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얼어붙은 수요’ 벌크선운임 20% 급락

대조적으로 지난해 벌크선 시장은 코로나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발트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벌크선운임지수(BDI)는 1,068 포인트를 기록, 2019년의 1,351에 비해 21%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 1차 대유행(팬데믹)이 휩쓸고 간 5월14일엔 393까지 추락하며 2016년 이후 4년 만에 400선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프사이즈 평균 일일용선료는 2019년 1만8,030달러에서 지난해 1만3,027달러로 28%, 파나막스 평균 용선료는 1만1,116달러에서 8,552달러로 23% 하락했다. 수프라막스 용선료는 7,188달러에서 5,969달러로 18% 떨어졌다.

벌크선시장의 부진은 코로나발(發)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다. 지난해 공급증가율은 수요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벌크선시장 물동량은 17억2,800만t으로, 2019년의 17억2,600만t에 견줘 소폭(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철광석은 14억8,500만t으로 2% 증가하며 선전했지만 원료탄은 10% 감소한 2억4,300만t에 그쳤다. 반면 전 세계 벌크선단은 3.2% 늘어난 3억5,900만t에 도달했다. 비록 증가율은 1년 전의 3.9%에서 소폭 둔화했지만 3년 연속 3%대 증가율을 유지하며 공급과잉을 부채질했다.

 

국적선사중 컨테이너만 ‘호성적’

이 같은 시황 흐름은 선사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적선사 10곳 중 외형과 내실이 동시에 견실하게 성장한 곳은 컨테이너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한 곳뿐이다. HMM은 지난해 9개월 동안 3,9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1년 전 2,900억 원 적자에서 급반등했다.

HMM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흑자를 거두며 누계 실적을 플러스로 돌려세웠다. 2분기엔 수송실적 부진에도 저유가 덕을 빌려 영업이익을 낸 반면 3분기엔 시황 상승의 단 열매를 수확하며 2010년 3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연간 성적표도 10년 만에 흑자 달성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시황 회복과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단 확보, 전략적 제휴그룹인 디얼라이언스 가입 등이 한국해운 재건의 밑거름이 됐다.

반면 벌크선사들은 외형이 줄거나 이익이 쪼그라드는 성적을 신고했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은 영업이익에선 2% 늘어난 실적을 냈지만 매출액과 순이익에선 각각 3% 안팎의 후퇴를 맛봤다. 대한해운은 매출액은 두 자릿수로 감소하고 순이익은 적자 전환하는 부진을 보였다. 영업이익이 4% 성장한 게 위안거리다.

역시 벌크선 전문선사인 폴라리스쉬핑과 대우로지스틱스 대한상선 등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모두 동반 하락세를 탔다. 특히 대한상선은 두 자릿수의 높은 감소율을 신고했다. 2019년 영업이익 흑자를 냈던 대우로지스틱스는 1년 만에 다시 회계장부에 붉은 색 글씨를 기입했다.

석유화학제품 전문 운송선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은 매출액은 12% 성장하는 호조를 보였지만 이익에선 적자를 냈다. 가스선 전문해운사인 KSS해운은 HMM 만큼은 아니지만 매출액과 이익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순이익이 38%나 성장한 건 고무적이다. 중량물 운반선사인 동방은 해운부문에서 이익률을 높였다. 다만 매출액은 두 자릿수의 뒷걸음질 행보를 보였다. 흥아해운은 매출액은 두 자릿수로 하락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해외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도 HMM과 마찬가지로 상반기 유가 하락, 하반기 시황 급등에 힘입어 일제히 이익 개선에 성공했다. 다만 외형 성적표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크로이트, 대만 에버그린 등은 일제히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배를 넘는 영업이익 성장을 일궈냈다. 반면 매출액은 모두 한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컨선사 인위적 시황 부양 자신감…수요도 긍정적

2021년 신축년 새해에도 컨테이너선 시장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사들이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같은 공급 조절 전략으로 시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과 플레이어 숫자가 반으로 줄었다는 점은 향후 시황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데다 치료제 개발도 빠른 진척을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코로나 악재가 해소될 경우 보복 소비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해운 수요를 급격하게 팽창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클락슨과 드류리 IHS 등 세계 주요 해운조사기관은 새해 컨테이너선 수요 성장률 전망치를 5~6%대로 전망했다. 특히 드류리는 6.6%에 이르는 고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KMI는 다소 보수적인 3.5%의 전망치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공급 증가율은 수요 증가율을 밑도는 3%선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신조 발주량은 2016년 이후 최저치인 30만TEU대에 불과하다.

벌크선 시장도 코로나로 위축된 원자재 교역이 활성화하면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클락슨은 새해 벌크선 수요를 2.5% 늘어난 17억7100만t으로 예상했다. 철광석은 2.5% 늘어난 15억1,200만t, 지난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띠었던 원료탄은 6.6% 늘어난 2억5,900만t에 이른다는 관측이다.

인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일본 EU 등의 원자재 수입이 늘어나고 철광석 수출 메카인 브라질의 생산능력도 회복세를 띨 거란 고무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면에서 케이프사이즈 선대 증가율이 0.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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