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한·중 어업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한·일, 한·중 어업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1.01.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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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협상 손실 비용, 매년 3,200억 원 발생

[현대해양] 

2015년 어기(2015.1.20.~2016.6.30.) 이후 한·일 어업협상이 4년 넘게 표류하고 있고, 한·중 어업협상에서는 중국의 불법조업 근절을 강력히 요구하지 못해 매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본 수역 조업 의존도가 높은 근해연승 어업인(주 어종 갈치)들은 한·일어업협상이 지지부진함에 따라 어획 가능한 구역이 줄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0여 년 전 어업협상 때에도 충분한 갈치 할당량을 받지 못했다며 조업난을 호소해 왔기에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적 협상 중단은 이들에게 치명타를 주고 있다고 한다.

한편, 한·중어업협상으로 입어 가능한 중국 어선 척수를 매년 줄이고 있음에도 정작 불법 조업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수산계가 요구하는 한·일어업협상은 5년째 표류할 위기지만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과의 한·중어업협상은 매년 무사 타결되는 형국에서 해양수산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어업협정 장기 표류, 이유는?

해양수산부는 올해에도 한·일어업협상이 체결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윤기 해양수산부 지도교섭과 사무관은 “2018년 6월을 마지막으로 협상 회의가 진행되지 않는다. 올해도 한·일어업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협상 답보의 가장 큰 이유로 동해중간수역 교대 조업을 꼽았다. 과거 양국 어업인은 대게 어장인 동해중간수역에서 자율적으로 일정 수역과 기간을 합의해 교대 조업해 왔으나 일본은 계속해서 자국 어업인의 조업 수역 및 기간 대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교대 조업은 민간에서 해결 할 문제인데 일본은 (우리나라) 정부가 책임지라고 한다”며 “정부 이행은 어려운 부분이기에 (협상이) 쉽지 않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안병길 의원(미래통합당, 부산 서·동구)이 한·일어업협상이 교착 상태인 이유를 묻자 “(일본이)들어줄 수 없는 독도 영유권과 밀접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일어업협상에 관계했던 김연빈 전 주일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은 협상 타결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독도 영유권 문제보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수산물 수입 규제에 있다고 봤다. 김 씨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요구는 늘 나왔던 이야기다. 독도 문제로 타결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후쿠시마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가 일본 측의 요구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진전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2018년 한·일어업협상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어업인부터 불법어업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일본이 조업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불법어업부터 근절해야 한다”며 “일본은 굳이 협상을 할 이유가 없는데 우리나라는 불법어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교섭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이 한·일어업협상에서 한국 측에게 불법 조업하는 한국 연승어선 축소를 요구하는 부분과 맞물린다.

지난해 5월 개최된 한일어업협정 대책 마련 간담회. 간담회에서는 한일어업협정의 추진경과 및 문제점과 관련 현안사
지난해 5월 개최된 한일어업협정 대책 마련 간담회. 간담회에서는 한일어업협정의 추진경과 및 문제점과 관련 현안사

한·중어업협상은 쉽게 타결해 주는 해양수산부

협상 테이블에서 일본은 불법조업을 하는 한국에 대해 ‘갑’의 입장인 셈.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규모 불법조업을 감행하고 있는 중국과는 매년 한·중어업협정을 타결하고 있다. 이에 한·중 관계에서는 ‘갑’의 입장이면서도 ‘을’의 위치에 있는 것처럼 협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타결된 한·중어업협상결과 올해 양국 EEZ에서 상대국 어선이 조업할 수 있는 입어 규모는 지난해 1,400척에서 50척 줄어든 1,350척으로 합의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국이 우리 영해로 침범해 불법 조업을 감행하는 수치까지 계산하면 우리나라 해역 내 입어하는 중국어선은 합의 규모 그 이상이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홍문표 의원(국민의 힘, 충남 홍성군예산군)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서해안 불법 중국어선 나포·퇴거 건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해경이 나포한 중국어선은 195척이며 퇴거 실적은 6,348척에 달했다.

중국이 불법 어업으로 잡아들인 어획물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 정도였을까? 지난해 8월 발간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의 ‘북한수역의 암흑선단을 밝혀내다(Illuminating Dark Fishing Fleets in North Korea)’ 논문은 중국 불법 어선이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총 2년간 잡아들인 오징어는 16만 톤이 넘으며, 이는 약 5,276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대규모 불법조업을 멈추지 않는 중국에 대한 한·중어업협상이 매년 타결되고는 있으나 중국의 불법조업에 따른 우리나라 어업 손실 금액을 따진다면 막대한 손해를 보는 협상이 타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일어업협상 타결 지연으로 우리나라 어업인은 얼마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을까? 지난해 5월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일어업협상 추진경과 및 문제점’에 의하면 우리 업계의 일본수역 조업불가에 따른 손실은 일본 EEZ 입어 중단 기간 45개월(2016. 7. 1.~2020. 3. 31.)동안 어획감소량은 연평균 6만 3,000톤이며, 이를 어업수입 감소액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609억 원으로 45개월 누적치는 2,323억 원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7년~2018년 한·일어업협상을 담당했던 공무원 A씨는 “중국에게는 베풀고 일본과는 협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정동근 서남구기저수협 상임이사(전 주일한국대사관 해양수산관)는 “국익과 수산 실익 차원에서 보면 한·일어업협상과 한·중어업협상이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게 (어업 자원을) 완전 다 내어주는 상황”이라고 힐난했다.

지난 2019년 4월 26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는
우리 정부의 일본산 식품(수산물 포함) 수입규제조치가
‘WTO 위생 및 식물위생(SPS)’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최종판정을 공식 채택했다.

해양수산부가 교섭을 하려는 의지가 미흡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양수산부 퇴직공무원 B씨는 “2015년에 1년 6개월 어기를 정하는 이례적 협상(통상적 어기 1년) 이후 5년간 협상이 되지 못해 놀랐다. 해양수산부 한·일어업협상 담당 팀이 거의 해체 단계에 있는 것 같다. 한·일어업협상 담당자는 파견 나가 자리에 없고 가장 중요한 담당 사무관도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 지도교섭과의 한·일어업협상 담당자는 선원·외국인근로자 관리제도개선 문제로 지난해 8월 18일부터 10월 초까지 지원근무를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 전직공무원 C씨는 “한·일어업공동위원회는 적어도 매년 1회 개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 양국은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일어업협상 타결을 위해)일단은 빨리 만나야하는데 양국은 접점이 없다. 코로나19 상황이니 만큼 한·중어업협정처럼 화상회의부터 요구하면서 단계별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어업협정의 장기 표류에 더해 중국의 불법조업에 대한 부족한 대응으로 우리나라 어업인 뿐만 아니라 연관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회의가 없다”는 평을 받는 한일어업협정이다. 마냥 손을 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서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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