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어선원 인권보장 어디까지 해야 하나
외국인 어선원 인권보장 어디까지 해야 하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1.01.1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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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경영인, 최저임금 인상 등 부담 호소
외국인어선원.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외국인 어선원 없이는 사실상 어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내국인 어선원 구하기가 어려운 요즘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급진적으로 요구되면서 수산업경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6월 ‘외국인 어선원 인권보장 및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어선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해 외국인 선원 관리체계를 개편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방안의 주요내용은 △외국인 선원 도입체계의 공공성 강화 △외국인 선원 인권보호 △외국인 선원의 근로환경과 근로조건 개선 △외국인 선원 관리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한국어 및 근로고충 해소 등 교육체계 개편 등 크게 5가지이다.

해수부에서 “외국인 선원들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며 국내 수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국격에 걸맞게 외국인 선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배경을 밝혔지만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지에서 들어온 외국인 어선원은 2020년 11월말 현재 1만 명에 가깝다. 이들은 전국의 어업 현장 곳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20톤 이상 근해 어선에 승선하는 한국인선원이 1만 4,0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선원은 이제 우리 어업에 있어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만큼 그들을 운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자 불만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기 위해 상전 모시듯 그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등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위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조금이라도 불편부당하게 대우했다가는 이내 무단이탈하거나 일 못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양수산부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높은 작업 강도로 대부분의 내국인 선원들은 국내 어선 승선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어선원 중 외국인 비중이 2014년 14.8%, 2016년 16.3%, 2018년 17.2%로 계속 증가하는 등 내국인 선원들이 기피하는 빈자리를 외국인 어선원들이 채우고 있으며, 이런 증가추세에 따라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 송출비용 과다, 열악한 근로조건 및 숙박시설 등에 대한 문제제기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도마 오른 외국인 인권

‘외국인 어선원 인권보장 및 관리제도 개선방안’ 중 첫 번째는 주요 송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외국인선원 송출체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외국인 선원들이 문제 제기하는 과도한 송출비는 주로 현지 업체를 통해 송출 선원으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급행료 등 비공식 비용이 추가됨에 따라 발생한다. 하지만 해외 법인인 송출업체를 국내에서 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해수부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주요 송출국 정부와 선원교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단기적으로 현지 송출업체에 대한 현지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정부나 공공기관 주관으로 외국인선원 인력풀을 형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수협중앙회를 중심으로 국내 송입 절차에 대한 공공성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수협의 송입업체 평가와 외국인선원 배정 쿼터를 연계해 송입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수협이 외국인 어선원 도입을 총괄관리 할 수 있도록 개편할 계획이다. 현지 정부나 공공기관을 통해 공정하게 선발된 외국인선원 인력풀을 국내 수요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도입하되, 도입과정 및 사후관리를 수협이 통합 관리함으로써 외국인선원 도입절차에 공공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 제기되는 인권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한국선원고용복지센터가 2019년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외국인선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중 28%가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침해 사례를 해소하기 위해 해수부는 우선 인권단체와 공동 현장조사를 추진하고, 외국인선원 실태점검도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해 관련법 위반이 발생할 경우 엄중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산분야 관계자를 옴부즈만으로 지정해 외국인 어선원의 일상생활도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외국인어선원.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박종면 기자 

외국인도 내국인과 똑같이?

아울러, 외국인 어선원이 언어소통 문제로 신고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수협과 선원고용복지센터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선원 콜센터를 통해 고충사항이 접수되면, 이를 지방청 선원근로감독관과 연계해 애로사항을 처리하는 등 고충해결 절차를 내실화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권침해 행위로 실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선박에는 외국인선원 배정을 제한하고, 관계자는 해기면허를 취소토록 하는 등 엄격하게 처벌받도록 한다. 반면 외국인선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준 모범선장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들의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0톤 미만 연안 어선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숙소기준이 있으나 20톤 이상 근해어선은 관련 기준이 별도로 없어 시설 수준차이가 컸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앞으로는 20톤 이상의 어선에 대해서도 외국인선원 숙소기준을 마련하고, 공동기숙사 지원사업 등의 방안도 만든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훈령으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선원관리지침 중 ‘외국인 선원 고용 및 변경신고’ 등 필수절차를 법령에 반영하고, 외국인선원 도입과정에서 부당한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외국인 선원 관리를 위한 제도들의 이행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구인구직 절차 안내, 외국인 선원 인력 및 일자리 DB 구축, 온라인 고충상담 등 선주와 외국인 선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한국어 및 근로고충 해소 교육 중심으로 교육체계도 개편할 계획이다. 먼저 근해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에게 입국 전 1개월 간 실시하는 현지 교육내용을 내실화하기 위해 한국어 및 어구어법 등 표준교재를 개발하고, 교육 수료 시 별도 평가를 실시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구비한 선원을 우선 선발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 확보를 위해 입국 후 2박 3일간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화재진압, 생존수영 등 실습교육 중심으로 개편하고, 외국인선원 콜센터 직원을 통해 고충 발생 시 대응절차 및 신고방법 등도 현지어로 교육할 계획이다.

외국인어선원.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박종면 기자 

외국인 선원 임금 대폭 개선

해수부는 외국인 선원의 임금을 대폭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가장 큰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해수부가 외국인선원의 최저임금을 내국인선원과 동일하게 책정하려하자 어업인단체 등에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어업현장 경영에 막대한 부담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수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2020년 내국인 선원의 최저임금은 221만 5,960원이며, 외국인선원은 172만 3,497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2021년부터 내국인선원 최저임금인 224만 9,199원에 맞춰 외국인선원의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적용했다. 이로써 외국인선원 최저임금은 기존 182만 2,480원에서 1인당 약 월 43만원 인상이 예상되고 부가적으로 퇴직금 및 보험료 등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진만 수협중앙회 선원지원실장은 “아무런 완충 단계 없이 급작스럽게 내외국인선원에 대해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큰 무리가 따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강 실장은 “정부 및 인권단체 등은 내외국인 근로자의 차별을 금지하는 선원법 조항을 내세워 최저임금 동일기준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고용주가 외국인선원에게 숙식 무상 제공 등의 생활지원을 하고 있고, 외국인선원의 특성상 내국인선원에 비해 의사소통 및 업무숙련도 등에서 차이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 선주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사업주는 적자에 허덕이며 수산업을 계속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걱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선원들의 삶은 걱정하면서 사업주는 망하라는 정책을 내놓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이탈하고 도망가서 인권단체에 고발하는 외국인 인권은 인권이고 묵묵히 버티며 빚내서 어업하는 사업주는 인권도 없냐”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준석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법적으로 외국적선원과 내국적선원을 차별할 수 없게 돼있다. 다만 선원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해수부 장관이 별도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지 차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어업현장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과의 임금 차이가 월 30~40만원가량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법 규정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H 선주는 “경영악화로 내국인은 돈벌이가 안 되니 어업현장을 떠나고 그나마 지금의 외국선원들이 그 자리를 지킨다고 외국인들이 갑질을 할 판인데 거기다가 임금까지 올려주라니…”라며 혀를 찼다.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은 “숙식제공 해주고 선용품까지 제공하는데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주라고 하는 것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숙식제공비 등 경비를 임금서 떼고 주면 된다”며 외국인을 차별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성호 회장은 “얼마를 떼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떼지 막 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외국인어선원.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박종면 기자 

고용주와 외국인선원 상생 방안 없나?

외국인선원의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현행 선원법에 근거해 선원노조와 선박소유자단체 간 협약으로 정하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외국인선원의 임금 현실화(육상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서 급격하게 외국인선원의 최저임금을 국내선원과 동일하게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이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다양한 구성원들 간에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문제임을 간과한 것이라는 것.

강 실장은 “고용주와 외국인선원 간의 상생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인 어업 경영을 위해서 외국인선원의 최저임금 결정 문제는 단순하게 내외국인 차별금지라는 법률 문구의 합치 여부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또한, 어업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어업경영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해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 실장은 “외국인선원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의 틀을 선원노조, 고용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 내지는 대통령 직속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어선어업의 특수성, 외국인 선원의 노동생산성, 의사소통, 국가별 GDP 및 최저임금의 차이 등 합리적 차별의 불가피성, 고용허가제(20톤 이하)의 육상최저임금 적용, 선주의 비용상승 부담에 따른 어업인 지원책 강화 등을 따져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당사자 간의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외국인을 잘 알아듣고 일도 열심히 하는 내국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고 무경력자도 내국인 경력자와 같이 주라는 건 어패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국인선원들의 바르지 못한 형태도 도마에 올랐다. K 선주는 “현실은 외국인선원이 갑이고 한국 고용주는 을이 됐다”며 “목포는 조기철(10월~12월말)에 어디에서 오는지 베트남 선원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데 선원들이 부족하다보니 이것을 악용해 터무니없는 임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K 선주는 “그러면 선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또 임금을 올려주라니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다른 K선주는 “고임금을 주고라도 목포에서 출어한 후 중간에 어획한 어획물을 보내기 위해 진도 서망항이나 제주도 항에 접안하면 이유도 없이 집단으로 무단 하선하는 게 일쑤고 이들 때문에 조업을 못 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천불이 나서 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 회장은 “베트남 통역인이 ‘한국인은 바보다’라고 한다. ‘일 못하겠다고 버티면 돈 올려주고 이런저런 이유 대면 일 빼주고 하니 바보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어업현장에서는 화폐의 가치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강 실장은 “해당 국가의 현지 임금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의 임금 수준으로도 고임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반 사항을 고려한다면 갑작스러운 내외국인 최저임금 동일적용은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정책 추진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어선원.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사진=박종면 기자 

관련법 개정이 답?

한편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어촌어항연구실장은 한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선원들의 노동환경은 육상노동자와 비할 바 없이 매우 열악하다. 그간 어선원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는 주로 원양어업 분야에서 문제가 제기돼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연근해어업도 원양어업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 회장은 “외국인 인권도 중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생각하다보면 내국인이 역차별이라 반발한다”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김 국장은 “근해어선도 연안어선처럼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제적으로 내외국인을 차별하는 법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역설했다.

외국인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인권보장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와 관련해서 어업현장에서 보는 시각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온도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외국인 선원 인권보장 어디까지 해야 할지 해수부 등 관계자들의 고뇌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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