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려야 할 해양산업의 미래
우리가 그려야 할 해양산업의 미래
  •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
  • 승인 2021.01.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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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악령이 모든 이슈를 잡아 삼킨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마스크가 일상화되고, 언텍트와 거리두기는 새로운 삶의 양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삶은 2021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또 코로나-19 변종이나 전혀 다른 제3의 질병이 출현할지도 모를 일이므로 우리의 의식과 삶의 방식 또한 새로운 생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상만이 아니다. 수출입과 직결되는 해양산업계 또한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0월 말 기준 국내 총 물동량은 12억 3,784만 톤으로 전년 대비 약 9%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우리나라 수출입 동향의 풍향계가 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2020년 10월까지의 누적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2,391만 4,000TEU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경기 침체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하반기 들어 각종 경제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비교적 건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는 세계적으로 그 불확실성과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기에 수출입과 직결되는 해양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HMM의 선전(善戰)

이런 위기가 올 때마다 숨죽인 채 움츠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수출만이 살길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해양산업이 활력을 찾아야만 국가 경쟁력도 높아지기에 지금과 같은 엄중할 시기일수록 전사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우리 해양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10년 가까지 지속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위기 속에서도 세계 5~7위를 차지했던 업계 1위 한진해운이 지난 2017년 공중 분해됐고, 2위였던 현대상선도 부도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를 겪었다. 이때 많은 해운 및 물류 전문가들은 우려와 아쉬움을 표했으며, ‘대한민국의 해운업은 죽었다.’는 비관적인 논평을 내놓는 등 그야말로 암흑기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오너의 희생과 전문경영인 영입, 그리고 사명까지 HMM으로 바꾸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간 만에 정상화 될 수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들어 과감하게 추진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주효하게 작용하며, HMM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12척을 건조할 수 있었는데 2만 4,000TEU에 달하는 이 선박들은 오늘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연일 만선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제 HMM은 올해 출항을 준비 중인 1만 6,000 TEU급 선박 8척을 포함해 80만 TEU급 선복량을 보유한 국가대표 해운사로서 우리 해양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으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기분 좋은 낭보를 전해주고 있다.

이처럼 HMM의 선전(善戰)은 위기 상황에서의 정부와 기업, 경영자와 노동자의 역할과 자세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만약, 당시의 위기에 굴복해서 포기하고 말았다면 우리 해운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바다를 누리며 쌓아 올린 금자탑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향후 100년 향한 청사진

한진해운과 HMM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준비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미봉책이 아닌 향후 100년을 향한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려가야 할 해양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친환경, ICT, 지역사회 발전 및 수출주도 성장과 공유 경제를 통한 상생, 국제사회 기여 등이 아닐까 한다.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 해양수산인이 사회의 인정과 존경을 받고 누구나 바다에서 풍족한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며, 우리의 해양산업이 국제 표준이 되고 대한민국이 세계의 해양질서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 먼 미래도, 실현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는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으며, 6.25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해양산업 또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온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눈부신 성장을 이룬 저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와 경제 규모가 변모함에 따라 기존의 구조와 시스템은 한계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간의 문제점과 병폐를 직시해야 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자금 지원이나 설비 증설이 아닌, 미래의 가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우리의 해양산업이 어떠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와 정책, 금융과 인프라 등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소의 혼란과 일부의 저항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며, 더 큰 발전을 이루어 온 것처럼 개인의 사익이나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해양산업 종사자 전체가 하나 되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梅經寒苦發淸香(매경한고발청향)이라고 했다. 매화는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맑은 향기를 피운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세계가 잔뜩 움츠려 있을 때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과 업계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이 함께 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초일류 해양강국의 향기를 맘껏 누릴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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