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미래를 지키는 작은 실천
바다의 미래를 지키는 작은 실천
  • 박준영 해양수산부 차관
  • 승인 2021.01.0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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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Newfoundland) 앞바다 그랜드 뱅크스(Grand Banks) 해역은 과거 대구가 잘 잡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11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유럽 바스크족들이 이 곳에서의 독점조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18세기에는 이 곳에서 잡은 대구로 부를 쌓은 ‘대구 귀족’까지 등장하였다고 하니 그 성세를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바다는 끝없이 대구를 잡을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니었다. 어군탐지기, 냉장시설, 대형 어망 등을 동원한 남획으로 1990년대 들어서는 갑자기 대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1992년 캐나다 정부는 이 해역에서의 대구 조업을 전면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은 비단 대구에게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2015년 발표된 세계자연기금(WWF)의 ‘해양생명보고서(Live Blue Planet Report)’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물고기의 개체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상어, 가오리, 홍어는 종의 4분의 1 가량이 아예 멸종 위기에 처했다. 우리 바다도 마찬가지이다. 한때 국민생선으로 사랑받던 명태는 남획으로 씨가 마른지 오래고, 연근해 어획량도 1986년 170만 톤에서 지난해 100만 톤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수산혁신 2030계획 추진중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 고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19년 2월 ‘수산혁신 2030계획’을 수립하였다. 수산업의 정책방향을 생산 지원정책에서 자원량 회복 정책으로 대전환하는 등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수산자원관리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수산혁신 2030계획’은 위기에 처한 우리 수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수산 전문가, 관련 업·단체와 함께 종합적인 중장기 수산혁신 로드맵을 마련해 2019년 2월 발표한 수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수산혁신 2030계획’에 따라 우선, 어종별로 어획량을 제한하는 총허용어획량제도(TAC, Tatal Allowable Catch) 대상 어종을 대폭 확대하였다. 1999년 고등어, 전갱이, 붉은 대게 등 4개 어종에서 오징어, 꽃게, 도루묵 등 12개 어종으로 확대했고, 자원량이 급격히 감소한 어종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권으로도 총허용어획량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수산자원 회복의 핵심인 어린 물고기와 산란기 어미 물고기 보호를 위해 ‘수산혁신 2030계획’에 따라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1년 1월 1일부터 일명 ‘총알오징어’로 불리던 어린 살오징어의 금지체장을 12cm에서 15cm로 강화하는 등 총 12개 어종의 금어기 금지체장을 강화하여 총 44종의 금어기와 42종의 금지체장이 운영된다. 이번 금어기, 금지체장 강화 대상 어종에는 어업현장에서 요청한 넙치, 가자미류, 감성돔 등도 포함되어 있다.

 

불법어업 근절 노력

고질적인 불법어업을 근절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육상과 해상의 감시망을 확대하여 철저한 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광역레이더 등 해군과 해경의 정보자산을 공유하고, 드론과 어업지도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상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어항과 수산시장에서의 불법 어획물 유통에 대한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능형 CCTV 등으로 어획량, 어획물 종류, 어획물 크기 등을 감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어업관리 시스템도 개발해 나갈 것이다.

체계적인 자원관리를 위한 수산자원조사도 강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총 13척의 수산자원조사선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국내 최대 규모인 1,600톤급 수산자원조사선 탐구23호가 취항했다. 이번 탐구23호 취항으로 해역별, 어종별 수산자원 현황이나 산란기와 성숙체장, 회유경로는 물론 산란장과 서식장에 대한 더 정밀한 조사가 가능해졌다. 탐구23호의 조사결과는 다양한 자원회복 정책의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규제 강화와 정부, 어업인의 노력만으로는 수산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산자원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린 물고기와 산란기 어미 물고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해양수산부와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제일기획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치어럽 캠페인’은 이러한 노력 중의 하나이다.

 

치어럽 캠페인

어린 물고기인 ‘치어’를 키우고(up), ‘사랑(Love)하자는 이 캠페인은 금지체장을 표시한 밴드 형태의 줄자인 ’치어럽 밴드‘를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일상에서 누구나 수산자원 보호에 동참하도록 하는 캠페인이다. 친근한 이미지와 부르기 쉬운 이름, 참여하기 쉬운 밴드 제공으로 치어럽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뉴욕 페스티벌 광고제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소비자의 알권리 확보와 수산자원 관리 동참을 위해 수산자원 및 금어기, 금지체장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수산자원 신호등도 구축하고 있다.

 

국민적 인식개선 필요

어린 물고기와 어미 물고기는 우리 바다의 미래이다. 우리 바다는 우리 모두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 어린 물고기와 어미 물고기는 잡지도, 팔지도, 사지도, 먹지도 말아주시기 바란다. 총알오징어나 알밴 주꾸미, 뼈째회를 먹지 않는 작은 실천이 수산자원 보호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우리 수산자원의 보호자가 된다면, 우리바다가 다시 ‘물 반, 고기 반’의 풍요로운 수산자원의 보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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