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8] 선박사고시 다른 선박의 국적증서와 검사증서를 제출하면 처벌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8] 선박사고시 다른 선박의 국적증서와 검사증서를 제출하면 처벌될까?
  • 강선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12.10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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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국적·검사증서 공문서부정행사죄 사건

[현대해양]

<스물여덟 번째 여행의 시작>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을 하면 본능적으로 이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법조인들이 다루는 사건들은 대부분 이렇게 한 쪽이 잘못을 하고 그에 대해 상대방이 추궁을 하는 아름답지 못한(?) 사건들이다 보니, 잘못을 한 편에서 얼마나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싶어하는지 매일매일 목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의 신체가 구금 당할 수도 있는 형사사건의 경우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TV에도 자주 나오는 것처럼, 사고를 낸 다음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내면서 그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하지만, 이 경우 오히려 형법상 공문서부정행사죄로 추가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공문서를 제시하면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대범한 행동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 A는 2003. 6. 26.경 선박 B호를 매수한 후 2004. 11.경 선박검사를 신청하였으나 불합격되었습니다. A는 선박검사증서가 없는 탓에 선주배상책임공제에 가입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5. 1. 20.경부터 B호를 연안운송 항행에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06. 2. 8.경 B호가 부산 영도구에 있는 00부두를 충격하여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A는 2006. 4. 3.경 D해운조합에 공제에 가입되어 있던 다른 선박 C호가 사고를 낸 것처럼 C호의 선박국적증서 및 선박검사증서를 제출하여 허위의 사고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6. 12. 26.경 사고검정 비용에 상응하는 공제금을 청구하여 2007. 1. 15.경 검정비용으로 10,112,455원을 지급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A는 2007. 1. 18.경 B호가 전남 해남군에 있는 김 양식장을 파손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2007. 6. 7.경 D해운조합에 다시 C호의 선박국적증서 및 선박검사증서를 제출하고 허위의 사고 신고를 한 다음 손해배상액에 상응하는 공제금을 청구하여 2007. 6. 12.경 김 양식장 피해자들에게 합계 30,257,815원을 지급하게 하였습니다.

A는 D해운조합에 대한 사기, 공문서부정행사 등으로 기소되어 2심까지 모두 유죄를 받았습니다.

A의 공문서부정행사죄에 대해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유지되었을까요?

 

<쟁점>

B선박에 의해 발생한 사고를 마치 C선박에 의해 발생한 것처럼 허위신고를 하면서 그에 대한 검정용 자료로서 C선박의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를 제출한 경우,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는 것일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0851 판결>

선박법, 선박안전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하면, 선박국적증서는 한국선박으로서 등록하는 때에 선박번호, 국제해사기구에서 부여한 선박식별번호, 호출부호, 선박의 종류, 명칭, 선적항 등을 수록하여 발급하는 문서이고, 선박검사증서는 선박정기검사 등에 합격한 선박에 대하여 항해구역·최대승선인원 및 만재흘수선의 위치 등을 수록하여 발급하는 문서이다.

위 각 문서는 당해 선박이 한국선박임을 증명하고, 법률상 항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선박소유자에게 교부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선박이 사고를 낸 것처럼 허위로 사고신고를 하면서 그 선박의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를 함께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는 위 선박의 국적과 항행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일 뿐 그 본래의 용도를 벗어나 행사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행위는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결의 의의>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면서 확인한 것입니다.

이렇듯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범죄 중의 하나입니다.

범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법을 지키고 따라야 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법조인들의 해석은 서로 다르고, 판결조차도 여러 법원끼리, 또는 1, 2, 3심 사이에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A는 분명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공문서인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를 함부로 다른 선박의 것인 양 사용해서 다른 사람을 속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사기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그대로 인정하였으나, 공문서를 ‘부정행사’하였는지에는 다른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럼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선박국적증서 및 선박검사증서가 어떤 점이 달라서, 다른 사람 내지 다른 선박인 것처럼 하는 것에 판단이 달라진 것일까요?

대법원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은 그 목적 자체가 사람의 동일성 확인, 그러니까 신분 확인에 있기 때문에(운전면허증은 동일인증명에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자격증명의 기능을 동시에 가집니다), 그러한 용도에 반하여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사하면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행사하면 이를 공문서부정행사라고 봅니다.

이에 반해,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는 한국선박임과, 항행 자격증명을 그 용도로 보기 때문에 동일인증명을 위해 제시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입니다.

 

<스물여덟 번째 여행을 마치며>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 법률상 처벌되지 않는 행위로 처벌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사용하는 것이 처벌되지 않다가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점을 악용하고, 사회적으로 운전면허증이 자격증명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자 대법원이 이를 반영하여 판결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선박국적증서와 선박검사증서의 부정행사 역시 이러한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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