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에 ‘수산’이 보이지 않는다
해양수산부에 ‘수산’이 보이지 않는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2.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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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정부 개각이 다가왔음을 알 수 있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개각 대상에 해양수산부 장관이 오르내리는 이유는 재임기간 때문만은 아니다. 장관이 해양 수산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한 분야에만 치우친 정책과 의미 부여로 상대적으로 소외 받는 이들의 불만이 청와대까지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9월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원 피살 사건으로 드러난 총체적 부실과 사후 대처 미숙이 이번에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한다. 장관은 부하직원이 상상하기도 힘든 끔찍한 방법으로 피살됐는데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 국격이 무시되고 인권이 산산이 무너졌는데도 말이다. 재발방지대책도 없다.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관계자에 대한 복무감사까지 마쳐놓고 해경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만 한다.

지난달 16일 해수부는 ‘제4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립계획’을 발표했다. 장관이 브리핑했다. 글로벌 경제여건 및 해운·항만 환경변화에 맞춘 항만기본계획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실·국장급 혹은 차관급이 브리퍼로 나서도 충분할 사안에 대해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처음도 아니고 4차 계획을 발표하는데 말이다. 이 날 발표된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 건설계획은 며칠 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앞서 지난 8월 12일에는 해수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HMM(구 현대상선)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HMM을 비롯한 해운회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잘 알지만 특정 기업 영업 브리핑에 다름 아니었다는 평가가 대세다.

여기서 해수부와 장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연히 보인다. 수산단체장들 중에 해수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해수부에서 어업, 수산이 무시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성혁 장관이 지난해 4월 취임하자마자 찾은 곳은 수협중앙회였다. 이곳에서 수산계 인사들을 만나 수산현안을 들었다. 장관은 이날 수산은 잘 모르지만 알려고 노력하고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수산 현장에서 장관은 물론 해수부 고위 관료를 만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수산 배제’, ‘수산 홀대’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해운쪽 인사들은 해양수산부를 부를 때 ‘해양부’라고 한다. 수산부라는 말은 없는데 해양부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수산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줄여 부른다면 해양 수산 모두 일컫는 ‘해수부’라면 될텐데 굳이 수산을 빼고 해양부라고 한다.

해수부 기록을 보면 지난 25년 동안 해수부 장관으로 21명이 임명됐다. 그 중 수산 출신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정부 인사권자의 시각과 고위관료들의 관심이 편중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해수부 내 고위공무원 중에도 수산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장관부터 1급인 수산정책실장까지 수산쪽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한 명 있는 국장(2급)도 내년에 교육을 가고 그 자리는 해운·항만 쪽에 배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특정 분야 편애, 편중된 인사와 정책이 대한민국 수산을 죽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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