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재 국제해양연구위원회 의장, “젊은 과학자들이여, 국제 무대로 진출하라”
유신재 국제해양연구위원회 의장, “젊은 과학자들이여, 국제 무대로 진출하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12.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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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재들이 전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

[현대해양] 지난 10월, 해양학 연구 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국제해양연구위원회(Scientific Committee on Oceanic Research, 이하 SCOR)에서 첫 아시아권 의장이 탄생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신임 의장직에 오른 이는 바로 유신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 유 박사는 해양 생태학 전문가로 해양학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국내외 다양한 해양연구 프로젝트에 두루두루 참여해온 경험이 있으며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에서 평의회 의장, SCOR 산하 해양생지화학 및 생태계 통합 현구(IMBER) 과학운영위원회 운영위원, SCOR 부의장직 등 국제기구 임원직을 수행한 실무경험까지 갖춰 SCOR 신임 의장 적임자로서의 역량을 각 회원국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유신재 SCOR 신임 의장은 한국의 유능한 과학자들이 SCOR와 같은 국제기구에 참여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국내 과학자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유 의장. <현대해양>은 유 의장에게 국제 해양 학술기구인 SCOR의 기능과 앞으로 한국 해양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국제해양연구위원회를 소개한다면?

SCOR는 독자적으로 구성된 국제 해양 학술기구입니다. 비정부기구인 국제과학위원회(ISC, International Science Council) 산하의 해양과학 연구기구죠.

육상과 달리 해양은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로 연결돼있기 때문에 국제 공동 연구가 이행되어야합니다. 생물, 물리, 화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연구 또한 필수적입니다. SCOR는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해양학을 연구하기 위해 구성된 해양 학술 기구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SCOR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연구주제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SCOR는 전 세계가 당면한 해양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3~4개의 워킹그룹을 선발하는데,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해양학 분야 전문 과학자들이 워킹그룹 제안서를 작성합니다. 약 4:1의 경쟁을 통과해 선정되는 제안서를 바탕으로 워킹그룹이 꾸려지는데, 각 그룹에게는 1년간 약 15,000달러의 연구비가 주어집니다. 이는 한화 약 1,500만 원으로 우리나라 국책연구비에 견주어 본다면 상당히 적은 금액이지요. 그럼에도 이들은 워킹그룹을 구성하기 위한 치열한 제안서 경쟁을 하고 주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워킹그룹의 연구주제는 확대·발전되어 국제 프로젝트로 연구되기도 합니다. 한 워킹그룹이 3~4년간의 연구를 끝마치면, SCOR는 워킹그룹의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주제를 글로벌 프로젝트(Global Project)로 이어 연구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판단합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에는 해당 연구 주제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다루게 되는데, 이때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이 연구비를 지원합니다. 미 정부기관도 SCOR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지요. 연구자들이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제안서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SCOR의 워킹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SCOR를 ‘가장 권위 있는 기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해양위성운영동의 위성수신안테나를 소개하는 유의장
해양위성운영동의 위성수신안테나를 소개하는 유의장

 

SCOR이 다른 연구기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첫 번째로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정부 산하기구라면 정책 방향에 맞는 연구만을 수행하죠. 그러나 SCOR 과학자들은 연구자 본인이 연구주제를 선정해 전 세계의 근본적 해양학 문제들을 해결합니다. 대표적으로 1950년대부터 해양 방사능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자들이 직접 나서 워킹그룹을 구성해 연구를 진행한 사례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SCOR의 전문가들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제안하는 바텀-업(bottom-up) 시스템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세 번째로 국가 간 연구력 격차를 줄이고 젊은 과학자들과 초기경력과학자들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장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SCOR는 워킹그룹 구성 시에도 다양한 국가의 과학자들이 포함되도록 하며, 젊은 과학자들의 실력을 배양하기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SCOR가 수행한 대표적 프로젝트의 의의를 말해달라.

최근 SCOR가 끝마친 글로벌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인도양 해양탐사(International Indian Ocean Expedition, IIOE)’는 1962년 착수됐던 인도양 탐사에서 나아가 진행된 두 번째 연구였습니다.

1950년대에는 대서양과 태평양 위주의 연구만 진행됐기 때문에 인도양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인도양에서 어느 정도의 단백질이 공급될 수 있는지, 몬순기후(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기후)가 인도양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최근에 종료된 인도양 해양탐사 프로젝트는 과거 연구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현시대에 재수행된 ‘IIOE 2’ 연구입니다.

이 외에도 SCOR는 해양 탄소 순환, 열대해역 기후 변화, 전 세계 해양순환 등의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현대 해양학의 방향을 이끌었습니다.

국제 해양학 행사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는 유 의장(가운
국제 해양학 행사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는 유 의장(가운

 

SCOR의 첫 아시아권 의장으로 선출됐는데...

올해 제가 의장으로 선출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장 선출 시기에 아시아권 국가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약 60년 간 SCOR에서는 유럽과 북미권 출신의 의장만이 탄생했습니다. 어느 하나 배제되는 국가 없이 융화됨을 추구하는 것이 SCOR의 취지이기에, 최근 SCOR내에서는 아시아권 국가에서 의장을 선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아시아권에서 해양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입니다. 특히 중국은 과학 분야에 투자하는 예산 규모가 크고 막강한 인구 수와 그에 따라 배출되는 젊은 과학자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쉽게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죠.

그럼에도 제가 올해 의장으로 선출된 것은 SCOR가 한국의 연구력에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껏 다양한 국제해양사업에 참여하고, 국제기구에서 임원직을 수행해온 경험도 의장으로 선출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임기 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첫 번째로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이고 임무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연구 중 제 임기 내에 끝나는 프로젝트가 두 가지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만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과학자들의 훌륭한 제안서가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국제기구들이 이 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지원하고자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즉 세계 해양학에 이바지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로부터 연구비도 지원받을 수 있는 좋은 연구 프로젝트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를 관장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므로 임기 내에 중요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 과학자들이 국제무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많은 학자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국제무대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습니다. 국제무대에 참가해보면 한국인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주로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들이 자주 행사에 참석해 더욱 친분을 쌓습니다. 어딜 가나 한국인을 만나기가 드문 현실인지라 저 또한 국제 행사에서 다양한 국가 학자들과 융화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내 대학 교수들조차 국제무대에 잘 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젊은 과학자들은 국제행사나 기구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죠. 젊은 과학자들은 별도의 지원이 없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의장직을 지내는 동안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국제무대로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세계적 연구 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첫 한국인 과학자 세대를 배양해 이들이 권위 있는 기구에서 활동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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