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쇄빙선 절실하다
제2쇄빙선 절실하다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2.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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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온호 1척 만으론 역부족

[현대해양] 우리나라 ‘1호’ 쇄빙선 아라온호가 취역한 지 10년이 지났다. 아라온호는 현재 1년 중 300일 넘게 극지를 오가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1척 밖에 없기에 극지연구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그래서 ‘제2쇄빙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지난달 17일 제 14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차세대 쇄빙선 건조를 추진하는 ‘극지과학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극지연구는 기후변화라는 수수께끼를 풀어줄 열쇠다.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에서도 세계 각국 정상·기업인·정치인들이 기후변화 속 지구온난화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뤘다. 현재 전세계 선진국들은 극지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건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발표된 차세대 쇄빙선 추진은 반가운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첫 쇄빙선, 아라온호

아라혼호의 지난 10년

아라온호는 2009년 11월 2일 준공돼 임무를 시작한 7,507톤 규모 쇄빙선이다. 360° 회전이 가능한 전기추진 방식(Azimuth)이고 최대 12~16노트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극지항해에 대비해 60일간 무보급 항해가 가능하고 총 85명(연구원 60명, 승무원 25명)이 승선할 수 있다. 1m 두께의 빙을 3노트로 연속 쇄빙할 수 있는 쇄빙성능도 갖추고 있다.

아라온호의 주요 임무는 북극해(척치해, 배링해, 보퍼트해 등)와 남극해(로스해, 아문젠해, 중앙해령, 웨델해 등)를 오가며 결빙해역 연구 및 남극 2개 과학기지(장보고·세종과학기지) 보급을 지원하는 것이다.

10년 넘게 아라온호가 남긴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먼저 2009년 취항 이후 주요 선진국과 공동연구를 통한 가시적인 연구성과가 있다. 세계 최초, 북극 동시베리아해에서 제4기 거대 빙상(Ice sheet) 증거 발견, 세계 최초, 남극 빙하기-간빙기 순환증거 발견, 세계 최초, 남극 아문젠해 빙붕의 해빙 원인 규명 등의 과학적 성과를 올리며 국가 위상을 높였다. 또한, 남극에서의 썬스타호 구조, 중국 조사단 구조 등 활발한 구조 활동까지 펼쳤다.

이러한 아라온호의 공로로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북극이사회는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등 북극 접경국가 8곳이 만든 범정부 북극 협의체다. 이사회는 기후 변화, 북극 자원개발, 북극항로 관련 연구를 통해 북극 정책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사국은 창설 멤버인 북극권 국가로 한정돼 있고 다른 국가들은 정식·임시 옵서버 등의 자격을 부여 받아 북극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세 번 시도 속 마침내 성공한 제2쇄빙선

이처럼 많은 활동을 한 아라온호는 미래 연구활동에 한계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라온호는 연간 300여 일을 나홀로 운항하며 북극에서 1~2개월, 남극에서 6개월을 보내고 있다. 또한, 아라온호의 쇄빙능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국한된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리하여 차세대 쇄빙선이 추가 투입된다면 남극과 북극에서 원활하고 안전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사실 차세대 쇄빙선을 도입하려는 논의는 전부터 있었지만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2018년과 2019년 두 번에 걸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간담회를 거쳐 의견 수렴을 한 뒤, 8월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고 9월 기술성 평가 통과를 거친 상태다. 그리고 지난달 17일에는 극지과학 미래전략을 발표하며 차세대 쇄빙선 건조를 공식화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차세대 선박 건조안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총사업비 3,250억 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한,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극지해역의 연료 수급을 고려해 LNG(30%), 친환경 디젤(70%)를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새로 쇄빙선이 도입된다면 현재 북극해 주변으로 제한된 연구 범위를 북극해 중앙 해역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인공위성과 연계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북극권을 포함한 해양과 대기 등 전 지구적 상호작용 예측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해수부가 발표한 극지과학 미래전략에서는 극지활동 관련 지원 및 발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방향이다. 또한 극지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 남·북극 활동을 포괄하는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도 추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설립 30주년을 맞아 극지연구 중요성을 강조하고 헌신하는 연구원들을 격려하는 축하메세지를 보내며 제2쇄빙연구선 추진을 응원한 바 있다.

북극 매장자원은 현재 석유 900억 배럴, 액화천연가스 440억 배럴, 기타 우라늄 광물 등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극지에서는 강국들 사이에서 영향력 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차세대 쇄빙선을 도입해 한층 높은 경쟁력으로 극지에서 강국들과 어깨를 견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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