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관리 지적받는 KIMST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 심사
부실 관리 지적받는 KIMST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 심사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12.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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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심사위원 위촉·절차 등 지적돼

[현대해양] 해양수산 분야 R&D(연구개발) 전문기관인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원장 조승환)이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 심사과정을 부적절하게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은 ‘해산식물 관련 신기술 연구’로 신기술 인증에 응모한 A씨가 심사 당일 참석한 위원 명단을 확보해 해양수산부에 심사위원 부적절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해양수산 신기술 시장

해양수산 신기술이란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법」에 따라 해양수산 분야에서 최초로 개발하거나 기존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개량한 기술을 말한다. 해양수산부는 KIMST에게 신기술을 심사해 인증을 부여하는 ‘신기술 인증’ 사업을 위탁해 우수 신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해양수산 신기술을 개발한 업체나 연구기관, 대학 등이 KIMST에서 인증을 받으면, 이들은 인증된 신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하거나 사업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KIMST에서 인증받은 대표 신기술 11개는 약 60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업은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시장에서 신뢰도를 얻을 수 있는 파급효과까지 얻기 때문에 많은 업·단체들은 신기술 인증 심사 통과에 사활을 건다.

해양수산부에 민원을 제출한 A씨는 “우리가 제출한 신기술은 해양수산부와 소속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론인데,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수산과학원의 공무원이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심사위원 어떻게 구성됐나

해양수산 신기술 심사는 해양수산부 고시 ‘해양수산신기술 인증제도 운영요령’에 따라 KIMST가 구성한 전문분과위원회에서 실시한다. 1·2차 심사를 맡는 전문분과위원회는 기술분야별 학계·연구계 전문가와 기술가치 및 경제성평가 전문가(전체의 20% 이상으로 구성)로 구성되며 업계별로 차이가 있지만 5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자가 심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통상적으로 신기술 인증 심사는 전문분과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누가 기술을 심사하는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심사를 받는 이와 심사위원은 심사장에서 얼굴은 마주하지만 서로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과연 민원 제기자 A씨는 어떻게 심사위원이 공정하게 구성되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일까? A씨는 “당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심사장으로 출입하는 사람의 명부를 기록했으며,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심사장에 들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본인이 해산 식물 분야에서 국립수산과학원이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양식 관련 신기술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가 해양수산부에 제기한 민원 내용에 따르면 먼저 심사를 진행한 국립수산과학원 B 연구원은 스마트양식 관련 연구 성과를 실적으로 발표하는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서 심사 공공성에 어긋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현대해양>은 B 연구원의 심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당사자는 휴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으로 A씨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C 박사가 소속된 연구기관은 국립수산과학원의 스마트양식 사업에 관해 연구하고 있어 부적합하다고 말한다. 또 이 연구기관 주요 연구원들은 양식전문 특수법인에 참여하고 있어 공정한 심사를 진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 박사는 <현대해양>과의 통화에서 “해산 식물 분야 심사를 진행한 기억이 없다. 또 심사위원은 개개인이 따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관련 사업이 연관돼있는 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심사위원이 노출된 심사장 코로나19관련 출입명부

이외에도 A씨는 심사에 참여한 전 국립수산과학원 D 박사는 해양동물 생리 전공자이기 때문에, 전 전남해양바이오연구원 E 박사는 당시 기관이 연구보다는 어촌지도사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해산 식물 분야를 심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사위원에는 해양수산부 소속기관 직원도 있었고 관련 사업 연구비를 집행하는 핵심 인물도 포함돼 있었다. 이 연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도 심사에 참여했다”고 말하며 “수산(분야)이 좁다 보니 가까운 대학 선·후배에게만 물어도 심사위원이 어느 분야의 전공자인지, 어떠한 사업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 민원에 대해 “신기술 인증제도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KMIST가 선정한 평가위원들은 피평가기관과 이해관계가 없음을 ‘심사위원 청렴서약서’ 서명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효력 없는 청렴서약서

부적합한 심사위원이 신기술을 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심사위원이 작성하는 ‘청렴서약서’가 주목받게 됐으나 심사 공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는 모호하다.

해양수산신기술 인증제도 운영요령 제17조에 따라 KIMST가 구성한 전문분과위원은 심사위원 청렴서약서를 진흥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청렴서의 주요 내용은 심사과정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를 골자로 하고 있는데 조항 3-가에 따라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및 소관 전문기관의 직원’에 대한 이해관계가 없음을 서약하게 된다.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및 소관 전문기관의 직원’에 대해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은 해양수산부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실무적으로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해양수산부 소속 다른 기관의 공무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청렴서약서의 애매모호함을 지적했다.

주장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기자가 해양수산부와 KIMST에 심사위원의 구성과 심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두 기관은 이를 거부했다.

 

심사 과정 생략하는 KIMST?

KIMST는 심사위원 구성 부적절성 논란에 이어 행정규칙에 명시돼 있는 심사 과정 또한 무시하고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양수산부 고시에 의하면 해양수산신기술 인증 심사는 서류면접(1차 심사) - 현장 확인 심사(2차 심사) - 종합심사(3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신기술 인증제도 운영요령’에 따라 3차 심사 시에는 1·2차 심사를 진행하는 전문분과위원회와는 별개인 종합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KIMST는 3차 심사를 생략하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KIMST 관계자는 “3차 심사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며 2차에서 대부분의 심사가 종료된다”고 밝혀 신기술 인증 심사 절차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이에 해양수산부 해양과학기술정책과의 관계자는 “규정상으로 3차 심사까지 진행해야 한다. KIMST는 1·2·3차 심사 결과를 해수부에 보고하고 있다. KIMST와 관련 사항을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결국 KIMST가 행정규칙상의 심사 절차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음에도 상위기관인 해양수산부에는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고해왔음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A씨의 민원으로 제기된 심사위원 부적절성 의혹의 불씨 또한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신기술 인증 심사 절차
해양수산신기술 인증 심사 절차

 

 

* 본 보도에 대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의 입장문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 심사 평가위원 구성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 제도 평가위원 구성은 운영요령에 따라 위원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위촉하고 있습니다.

KIMST평가와 관련하여 평가위원이 피평가자와 이혜관계가 없음을 확인하였고, 해당 기사에서 제기한 평가위원 자격 요건 또한 운영요령 상 문제가 없으므로 해당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또한, 해양수산부와 KIMST에 요청한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 관련 자료는 두 기관의 거부가 아닌정보공개법9조제1항제5(비공개 대상 정보) 및 제7(행정정보의 공표 등)에 따라 공개가 불가한 사항이므로 해당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전문가 법률검토 (법무법인 조율))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법 시행규칙 명시돼 있는 심사 절차를 밟지 않고 KIMST에서 해양수산부로 결과를 보고한다는 보도 내용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 심사는 운영요령 따라 서류면접(1) - 현장 확인(2) - 종합심사(3) 거쳐 최종 인증을 부여하고 있으며, 전문분과위원회(1, 2) 및 종합심사위원회(3)를 구성하여 평가를 진행합니다.

(절차) 1(서류, 75점 이상) 2(현장, 평가위원 2/3 동의) 3(종합, 평가위원 2/3 동의) 인증

인증심사는 각 절차를 통과해야 다음 절차 심사가 진행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운영요령에 따라 각 단계별 심사 결과는 해양수산부로 평가 추진 현황과 함께 보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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