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시간’에서 찾은 제주 해양환경 관리 방안
‘체류시간’에서 찾은 제주 해양환경 관리 방안
  • 박성은 국립수산과학원 기반연구부 어장환경과 연구사
  • 승인 2020.12.08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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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오염 물질이 제주도 연안으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입된 물질이 빠르게 흘러 나갈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와 접하는 섬 지형이기 때문에 흘러 들어온 물질의 체류시간이 반폐쇄적인 내만에 비해 매우 짧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과대평가된 제주 연안의 자정능력

섬 주변 연안환경에 유입되는 오염 물질이 짧은 체류시간으로 빠르게 희석 가능할 것이라는 오해는 제주 연안역의 자정능력을 과대평가하게 하였고 육상 오염 물질의 연안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난 10여 년간 제주지역은 인구증가뿐만 아니라 농업, 축산, 수산업 등 다양한 산업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생활 하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제주는 생활 하수가 연안에 유입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지 못했는데, 이렇듯 인위적으로 발생한 오염물질이 연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한 배경에는 ‘연안 체류시간’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 부족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체류시간(Residence time)은 해역 내에서 물질이 머무르는 시간을 의미한다. 주로 육상에서 연안으로 유입된 물질이 해수의 흐름에 의해 외해로 유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일컫는데, 부영양화(수역에 영양분이 너무 많아 조류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현상) 문제와 같은 연안환경의 자정능력을 진단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교체시간(Flushing time)이 내만의 전체 부피가 바뀔 때까지 걸리는 총 시간을 의미하는 반면, 체류시간은 공간적으로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물질들 각각에 대한 수송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체시간은 단위 영역에 대한 전체 부피변화를 고려하기 때문에 물질수송시간의 공간적 차이를 알 수 없다는 점이 체류시간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와 달리 체류시간은 공간상의 초기 위치가 제각기 다른 물질 입자 하나 하나가 특정 영역 범위 내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를 의미하므로 이 경우 물질 입자의 초기 위치, 방출 시점, 경계로부터의 거리 등에 따라 수송시간의 공간분포가 달라진다. 체류시간의 공간적 차이(Spatial heterogeneity)를 설명하는 연구는 2000년대 중반 이후에서야 비로소 활발해졌고, 동시에 해역의 수질환경이나 생물·생지화학적 반응의 공간 분포가 체류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증가하고 있다.

 

제주 연안역의 체류시간

제주도는 다공성 현무암으로 구성된 화산섬이기 때문에 강수의 대부분이 해저 지하수를 통해 연안으로 수송되고 이때 육상오염물질도 함께 연안으로 빠르게 유입된다. 문제는 사면이 바다인 섬지형도 육상기인 오염물질의 연안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짧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연안역의 해수유동은 연안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흐르며 연안선과 가까울수록 육지의 마찰력에 의해 유속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연안선으로 붙으려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의 성질이 조류에 의해 하루에 2번 왕복하면서 육상오염물질이 연안선 주변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둘째, 제주 연안역과 외해역의 물성차이로 인해 연안경계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도 17℃ 전후의 수온이 유지되는 차가운 지하해수의 영향으로 인해 제주 연안해수는 외해역의 26∼30℃ 해수와는 수온 차이가 크게 나고 염분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굴곡이 많은 연안지형의 영향까지 더해져 연안선으로부터 수 백m 이내에 연안역과 외해역 사이의 연안경계층이 형성된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 연안으로 유입되는 다양한 물질들은 제주 연안선의 법선방향이 아닌 접선방향으로 왕복하며 장시간 연안선 부근에 머무르게 된다. 최근 제주연안의 마을어장이 환경변화에 의해 갯녹음 확산, 해조류 군락 감소, 패류 생산량의 감소 등의 문제로 생산력이 크게 감소되고 있는 것도 제주 연안역의 체류시간과 관련성이 매우 깊다고 볼 수 있다.

제주 연안흐름을 조사하기 위해 GPS를 설치한 표류부이를 띄워 그 이동궤적을 관찰해보면 제주도 모든 연안에서 연안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왕복하는 궤적을 보인다. 밀물 때 대략 5~6km 가량을 이동한 표류부이는 썰물 때 출발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경향이 뚜렷하다. 따라서 제주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모든 물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제주 연안에 머무르며 연안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용존상태의 과잉 영양염은 제주 해역의 가시파래 번성과 중국으로부터 흘러오는 괭생이모자반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특히 유입되는 입자물질은 연안선과 나란한 방향으로 왕복하면서 서서히 해저 퇴적층으로 가라앉게 되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이러한 저층 입자물질들이 부유되면서 육상양식장 유입수 수질이 악화되기도 한다.

 

체류시간 고려한 해양환경 관리방안 수립해야

제주 연안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육상양식장은 최근 연안 300~500m 부근까지 유입수관을 설치하여 제주 바닷물을 사육수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30여년 간 유입수관의 길이가 수 m에서 수 백 m까지 지속적으로 증가되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제주 연안역 수질이 과거보다 나빠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제주 연안의 수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어장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안해역의 체류시간 특성을 고려한 해양환경 관리방안 수립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제주 권역별로 육상기인 오염물질의 지속적인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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