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종자산업 정체성 확립해야
수산종자산업 정체성 확립해야
  • 박완규 (사)수산종자산업협회 회장
  • 승인 2020.12.08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지난 8월 28일 양식산업발전법이 시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법이 제정되고 시행에 이른 것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6년부터는 ‘수산종자산업육성법’이 시행되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제대로 된 법적인 틀을 갖추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수산양식산업과 수산종자산업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2020년은 참으로 우울한 나날로 한 해를 꽉 채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 그리고 유관기관과 단체에서는 평년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염려, 노고가 많은 것 같다.

 

수산종자산업의 현주소는 어디?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다는 장점이 약점으로, 그리고 태풍과 적조 또는 냉수대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하여 양식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경쟁력이 없다고 말이다. 이는 상당부분 현실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이긴 하지만 수산양식, 즉 수산생물을 안전한 먹을거리로 생산하기까지 인위적(Artificial)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산업적 구조 안에서는 그러한 불가항력적 위기상황까지도 극복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언감생심 그야말로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수산양식에 관한한 국력을 모두 쏟아 부으며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현재까지는 양식산업의 행복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트의 성공적인 연착륙과 상용화가 하루 빨리 이뤄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 수산종자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록 무지몽매하지만 현장에서 듣고 보고 느끼면서 지내온 30년의 시간들이 편린처럼 머리에 박혀있다. 그 이야기를 먼저 풀어보고자 한다.

 

수산양식산업과 수산종자산업은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수산양식산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수산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유인정책으로 양식과 종자생산의 구분 없이 서둘러 시작하였다. 그것은 ‘양식산업발전법’과 ‘수산종자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하여 첫 번째 질문을 던지자면 수산양식산업과 수산종자산업은 옛날의 증양식학과처럼 그냥 혼재되어 있어도 문제가 없는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참고로 필자의 생각은 두 산업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산업이라고 단정한다.

두 번째 질문은 수산종자산업과 수산종자생산업은 어떻게 다른가, 혹은 같은가이다.

우리나라의 양식산업이 넙치와 조피볼락을 중심으로 시작을 하였으나 지금은 기술개발과 시장의 요구에 의해서 다양한 품종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는 하이브리드라고 하는 잡종에 교잡종까지 생산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더 하자면, 양식산업은 궁극적으로 수익창출을 우선으로 하여야만 하는가? 물론 정책의 방향은 그럴 수 있다. 모든 게 아웃풋의 성과로 공과와 성패를 저울질하니 그렇다고 인정을 해주자. 이렇게 했을 때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균형은 누구의 책임인가?

여기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하나 더 할 수 있다. 필자가 알기에는 대부분의 수산전문가들은 자연과학자들이다. 그런데 작금의 모든 정책방향과 결정은 사회과학자들의 명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구경꾼이 아닌 정책의 완성도를 그려낼 수혜자이며 제도의 꽃을 피워낼 현장 종사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수산종자산업을 시장경제에 맡겨도 될까?

과연 수산종자산업도 양식산업과 똑같은 잣대로 자질을 해도 무방한지? 수산종자산업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수산종자생산업은 무엇일까?

이제 자연과학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눈으로 수산종자산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청하며, 연안 생태계를 수산생물 스스로 소통하며 복원하기를 바라는 인위적인 행위와 바다의 미래를 양식산업이 개척해야 할지, 수산종자산업이 해야 할지를 묻고 싶다.

과연 수산종자산업을 사회과학적인 틀에서 시장경제에 맡겨도 될 것인지? 아니면 정부와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틀을 마련하고 이끌어 주어야 마땅하지 않은지?

도대체 대한민국에서의 수산종자산업은 그 정체성이 있기는 한 것인지 반문을 하면서 필자의 생각을 적시하는 용기를 내본다.

 

수산종자산업은 ‘애국산업’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산종자산업은 필자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수산종자산업은 어떤 산업에도 종속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량종자 개발과 보급을 통한 양식산업 발전 방안의 마련 △종자 방류 등 자원조성사업을 통한 생태계의 복원 △종자인증 및 유전자원 정보를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와 산업경쟁력 제고(나고야의정서 이행 등) △멸종위기종의 복원을 위한 연구 등 무궁무진한 일들을 하여야 하는 것이 수산종자산업이다.

사실 우리나라 수산전문가들은 누가 뭐라 해도 각고의 노력과 절치부심의 연구를 하는데도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요구한다. 수산종자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수산종자생산업의 현주소를 찾아줄 전문가들이 바로 그들이므로 부탁을 드린다.

수산종자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수산종자생산업의 현주소를 찾아달라고. 그래야만 수산전문가로서 수산연구자로서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으며, 산업과 함께 동반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수산종자산업은 애국산업이며 희생을 동반하는 산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