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해운경제학을 다시 쓰다
코로나19, 해운경제학을 다시 쓰다
  • 이동현 평택대 국제물류학 교수
  • 승인 2020.12.0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코로나19가 해운경제학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시작한 올해 초에만 하더라도 해운시장에 대한 전망은 매우 암울했다. 물동량이 크게 줄고 운임까지 떨어지면서 해운업체는 2008년 이후 계속된 적자행진에서 탈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면서 상황이 예상과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해운업체들이 운임을 잘 지켜낸 것이다. 세계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임시결항(Blank Sailing)을 통한 선박의 운항노선 투입조절 등 공급 증가를 최대한 억제한 것이 주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국제 환경규제 등도 선복량 증가를 억제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완화, 백신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인간의 의식주에 대한 욕구와 국제적 거래가 되살아나면서 물동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운임까지 상승했다. 해운업체들이 불황은커녕 최근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게 됐다.

반면 이와 같은 상황은 해상운송의 수요자인 수출기업 등 화주에게는 고통이 되고 있다.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선박을 구하지도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라는 점에서 국가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상황은 알 수 없다. 코로나19의 확산 또는 진정에 따라 해상물동량의 불안정성이 계속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해운업체의 선복량 증대 등 공급 측면의 변수도 해운의 호황 또는 불황을 좌우할 것이다.

해상운송에 대한 수요는 대체로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탄력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속력 등에 의해 간신히 조정할 수 있는 해상운송의 공급도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해운업체들이 매우 탄력적으로 조절했음이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운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재빨리 대응하는 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해운업체들이 물동량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한 것이 지금 경험하는 해운 호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상운송의 수요자인 화주 기업들이 선복량 조절에 영향을 끼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수요에 맞춘 선복량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좋은 예다. 지난 8월부터 글로벌 선사들에게 운임인상을 자제하라고 했고, 9월에는 선복량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정부가 최근 글로벌 선사를 불러 불공정 사례에 대해 지적했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에 대해 해운업계, 화주기업, 정부가 얼마나 빨리 탄력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해운기업과 수출기업의 수익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해운경제학의 전통 이론이 새롭게 쓰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