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원양산업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원양산업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2.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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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 하락, 수출 급감, 외국인 선원 교대·인권 문제 등

[현대해양]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면서 공해상에서 조업하고 있는 원양선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인 피해는 수산물 소비 감소에 따른 어가 하락과 수출 급감, 외국인 선원 교대 불가에 인권문제까지 NGO 등에서 지적하면서 원양선사들이 2~4중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원양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적 원양선사 어선수는 총 200여 척으로 태평양-대서양-인도양-남빙양 순으로 진출해 있다. 이들 어선에서 올 1월부터 9월말까지 어획한 양은 32만6,858톤으로 전년 39만4,777톤 대비 17% 줄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올 9월만 놓고 보면 9월 한 달 생산량은 2만5,922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 4만3,690톤 대비 43% 급감했다. 하반기로 오면서 생산량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원양어업 생산실적을 해역별로 보면 태평양 조업의 경우 24%, 인도양의 경우 38% 감소했다. 반면 대서양과 남빙양의 경우 22%, 4% 각각 늘었다. 여기서 남빙양의 경우 크릴, 메로 등의 조업 어기가 다른 수역과 달리 당해 12월부터 이듬해 11월임을 감안하면 올해의 경우 대서양을 제외한 모든 어장에서 생산량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원양어업 생산실적을 업종별로 보면 꽁치를 잡는 원양봉수망, 참치를 어획하는 원양선망, 또 참치를 주로 잡는 원양연승 순으로 생산량이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 27%, 12% 각각 감소한 것이다. 오징어 원양채낚기어업의 경우 68%가 증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년 전 대비 13% 줄어든 양이다.

 

어가 하락, 수출 급감 등 ‘多重苦’

원양어업물 수출량도 대폭 감소했다. 원양어업 전체 수출량은 2020년 10월말 누계로 전년 대비 76.1%, 수출액은 83.1%에 그쳤다. 23.9%, 16.9% 각각 줄어든 것이다. 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던 참다랑어, 눈다랑어 등 횟감용 참치 등의 수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내 수산물 소비 위축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종별로 보면 가다랑어, 황다랑어 등의 통조림용 참치는 82.6%, 횟감용 참치는 84.7%, 저서어류는 98.0%, 새우류는 55.9%, 기타(어류필렛, 어류분, 닭새우류, 바닷가재 등) 생산량은 전년 대비 42.5%에 그친다.

앞서 지난 9월 해양수산부는 ‘2019년 원양어업 통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원양어업 생산량이 총 51만 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원양어업 생산량인 46만 톤에 비해 약 5만 톤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가다랑어 29만 톤(56%), 황다랑어 5만 톤(11%), 남빙양새우 4만 톤(8%), 오징어 2만 톤(4%)을 각각 어획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 증가한 어획량이 불과 몇 달 사이 대폭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원양산업업계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 원양선사 관계자는 “생산량도 생산량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있으니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 했다.

생산량이 줄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어가(魚價)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문제다. 올해는 생산량이 감소한 만큼 내수는 물론 수출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 원양어선 중 참치 연승이 반이고, 참치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일본에서 수산물 소비가 급격히 줄어 어가가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이 일본에 집중돼 있는 반면 참치 등 회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조차도 코로나19로 모임, 행사 등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니 소비량도 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원양어업 생산실적(총괄)
원양어업 생산실적(총괄)
업종별 생산실적
업종별 생산실적
2020년 10월 원양어획물 수출실적(총괄)

 

선원 교체 ‘비상’

생산량 감소를 비롯한 소비 감소, 수출 감소보다 더 큰 애로사항이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리나라에 외국인 선원 입국길이 막히면서 원양선사들이 선원 교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11월 18일 현재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으나 입국하지 못해 여전히 원양어선에 승선중인 외국인 어선원은 39개 선사, 약 18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세분화 하면 계약 종료 후 근무 연장한 외국인 선원이 59명,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118명 등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해상에서 승선을 계속하고 있거나 계약 연장에 들어가 있다. 때문에 선원 교체가 제 때 이뤄지지 않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인력 손실, 선원들의 불만, 피로도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앞으로 3개월 이내 계약이 종료되는 외국인 선원 또한 80명에 이르는 등 약 260명이 3개월 이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불안,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이처럼 원양선사들이 외국인 선원 교대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선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하선해야 할 외국인 선원이 입국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는 허용되던 편승(便乘) 입국이 법무부에 의해 차단된 결과다. 즉 과거에 부산에서 출항한 국적 원양어선에 승선한 외국인 선원의 계약기간 종료일이 다가오면 조업선이 아닌 운반선 등 다른 선박으로 갈아타고 부산으로 입항, 자국으로 출국하곤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감염을 우려한 방역당국과 법무부에서 조업선으로 출항해 운반선으로 입항한 경우 비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더 까다로워진 외국인 선원 입·출항

원양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원양선원으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경우 대부분 90일간 체류가 허용되는 단기체류자격비자(C3 비자)로 들어오는데, 원양어선에 탑승 후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비자 만료기간이 도래해 있다는 것.

B 원양선사 관계자는 “본선으로 나가서 본선으로 들어오면 선원으로 인정, 입국이 허용되는데 운반선으로 들어오는 경우 선원이 아니라 승객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비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 이전에는 가능했던 것들이 지금은 불가능해졌다. 바다 위에서 비자 발급을 어떻게 받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외국인 선원의 입출항이 까다로워진 것은 지난 5월 28일 이후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조치 때문이라고. 즉, 법무부 발 5.28 조치 이후 편승(便乘) 입·출항 모두 허용되지 않고 원칙적으로 사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양업계에서는 해수부 등을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법무부에 업무협조를 요청해왔다. 항공권이 갖춰지는 등 출국 준비가 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비자 만료일이 지났다 하더라도 하선, 출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을 계속 해왔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운반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더 까다로워졌다는 것.

 

“편승(便乘) 입국 허용해야”

C 원양선사 관계자는 “내릴 사람이 내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본선이 직접 태우지 않는 이상 공해 상에서 조업선으로 옮겨 타는 것도 막혀 선원 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해수부 선원정책과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 교대 문제를 법무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특히 응급상황 등 꼭 필요한 경우에는 법무부에서 예외로 하선을 허용했는데, 이를 악용한 사례가 적발되면서 법무부가 더 이상 협조하지 않고 있다. ‘많이 속았다’고 말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B 원양선사 관계자는 “법무부가 비자 없이는 입국(입항)이 안 된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비자 없이도 입국이 가능했고, 공해상에서 선원이 아프거나 상당한 사유가 생기면 본선이 부산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운반선에 태워서 들어오곤 했다. 그런데 본선에서는 선원인데 다른 선박으로 옮기면 승객으로 간주한다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C 원양선사 관계자는 “계약 만료후 외국인 선원이 바다에 떠있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원칙을 완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허용되던 것도 지금은 엄중한 상황이라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지난달 또 부산항 입항 외국 선박 6척에서 77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방역당국과 법무부의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원양업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는 형상이다.

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전역 날짜만 기다리던 병사가 전역일이 지나도 전역하지 못하면 불만이 폭발하는 것처럼 근로계약기간이 끝난 외국인들도 폭발할 수 있다”며 “인도적으로 제한적 이동수단으로 출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외국인 인권문제까지 거론

외국인 선원.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외국인 선원.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원양산업업계가 겪고 있는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환경정의재단 등이 외국인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소동이 벌어진 것. 환경정의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 8일 원양어선 불법어업·인권 침해 주장을 발표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는 곧바로 환경정의재단이 외국인 어선원 54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NGO 측이 주장하고 있는 한국 원양어선의 불법어업과 인권 침해 주장은 대부분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각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조목조목 반박했다.

원양산업협회는 NGO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극소수 외국인 선원과 특정 업종에 치우친 조사 표본만을 근거로 인신매매, 현대판 노예 등 자극적 용어를 사용하여 한국 원양어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원양어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원양산업협회는 NGO 측이 한국 원양어선과 무관한 외국인 선원(제3국적선 등)까지 일부 인터뷰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실제 승선 여부, 승선 시점, 구체적 사항 발생 시점(연도) 등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원 진술에만 의존하여 객관성이 결여된 주장을 폈다고 밝혔다.

 

원양업계 고사 위기

원양산업협회는 특히 조사 대상 응답자의 33%가 한국 원양어선이 불법조업을 감행했다는 NGO 주장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WCPFC, SPRFMO), 연안국 등이 선박위치추적시스템(VMS)을 통해 연중 24시간 다중 모니터링하고 있는 만큼 고의적으로 연안국 EEZ를 침범해 무허가 불법조업을 상습적으로 감행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관련 원양선사들도 이러한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원양업계 한 관계자는 “NGO에서 외국인 인권을 이야기하는데 원양어선 탑승자 80%가 외국인이다. 하급선원은 다 외국인이라 보면 된다. 따라서 거짓말 같지만 한국 사람들이 오히려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양업계 관계자는 “그만 두고 가는 마당에 무슨 말을 못하겠나. 아닌 것도 사실인양 말할 수 있고 모르는 것도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100% 다 믿고 인권, 인권하다가는 원양업계가 고사한다”고 반박했다.

 

“원양업계 구할 특단의 조치 있어야”

그럼에도 해수부는 NGO 측의 주장에 따라 지난 6월 ’외국인 어선원 인권보장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어선원의 근로환경 개선 및 인권보호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뿐만 아니다. 노동자, 사용자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협의회가 지난 6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무려 7차례에 걸쳐 해수부 주도로 개최됐다.

앞서 동원산업, 사조산업, 신라교역, 정일산업, 동원수산 등 5대 중견 원양선사는 외국인 선원교대 문제 등 긴급 원양산업 현안을 다루기 위해 ‘원양산업TF팀’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각 중견선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임원들이 직접 참여했지만 당초 논의하려고 했던 외국인 선원 교대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제대로 논의해보지도 못하고 노사정위원회에 매몰됐다고 한다.

해수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도출된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과도한 외국인 선원 인권보호, 지나친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 인상 등 사용자 측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여성 전용 주차공간’, ‘장애인 전용 주차장’ 등을 설치했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남성, 비장애인들이 역차별 당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는 불만이 섞여 나오고 있다. 결국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를 더욱 옥죄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A 원양선사 관계자는 “원양선사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렵다고 호소하는데 정부에서 하는 것이 없다. 기껏해야 정책자금 금리를 한시적으로 3.5%에서 2.5%로 낮춰준 것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벼랑 끝에 선 위기의 원양산업계를 구할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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