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근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⑩ 어민을 죄인으로 모는 ‘남획’ 남용
정석근의 되짚어보는 수산학 ⑩ 어민을 죄인으로 모는 ‘남획’ 남용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0.11.09 18: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鋪裝)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이 말은 유명한 서양 속담이며, 현대 자유주의 사상의 뿌리가 되는 말이다. 우리 인간 인식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하더라도 그 결과는 우리가 예측한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큰 정부가 추진하는 계획경제에 반대하고, 시행착오를 통한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서양 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전 플라톤이 말한 ‘철인이 지배하는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선의는 현실에서는 히틀러의 나치즘(파시즘과 인종주의를 조합한 사상)이라는 20세기 괴물로 구현되었다. 다들 평등하게 잘 살자는 이상은 스탈린 체제와 지금 북한과 같은 지상 지옥으로 실현되었다. 그래도 불완전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대부분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것도 2차 세계대전을 비롯한 처절한 시행착오에서 배운 학습의 결과이다.

그림1. 참조기 Larimichthys polyactis 서식지 (자료 출처: http://www.fishbase.jpg)
그림1. 참조기 Larimichthys polyactis 서식지 (자료 출처: http://www.fishbase.jpg)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려 노력하라.”

현대과학 방법론의 철학적 토대를 세우고 정치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한 20세기 오스트리아 철학자 칼 포퍼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 펴야하는지 이 한 문장으로 그의 생각을 요약하고 있다. 무슨 이상국가, 선진조국 창조, 바르게 살기, 시장개혁과 같은 실체도 잘 모르는 관념적인 선의를 실현하려고 하다가는 그 의도와는 달리 최악으로 가기 쉽다는 말이다. 대신 사람들을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악습이나 악법, 나쁜 정책 등을 잘 찾아서 없애면 세상은 저절로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보기로 들면, 최선의 후보자를 고르려 하지 말고, 최악의 후보를 안 찍는 것이 유권자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과학 이론에서는 한 과학 가설이 옳음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틀렸음을 반증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로

우리나라 수산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그 실체도 모호하고 불확실한 수산자원 ‘회복’이니 ‘보호’니 하는 관념적인 목표를 실현하려고 온갖 규제를 새로 만들지 말고, 현실에서 어업인들을 괴롭히고 수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구체적인 악법과 규제들을 잘 찾아서 없애거나 개선하는 것이 수산업이 잘 되게 하는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라는 것이다.

바닷물고기를 잡아서 사람들이 잘 먹게 해주어야 할 우리나라 수산정책의 목표는 ‘이용’이지 ‘보호’가 될 수는 없다. 지난 30년 동안 수산자원 보호니 회복이니 하는 관념적이고 윤리도덕 냄새마저 나는 이런 구호들이 수산정책의 핵심 목표로 자리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남획’이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남용해 온 해양수산부 정책개발자들, 그리고 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국내외 수산학자들이라고 본다.

지나치게 많이 잡는다는 ‘남획’이라는 말은 대부분 그 기준도 없이 그냥 한 어종이 유난히 많이 잡히면 막연히 남획되었다고 이야기해왔다. 많이 잡히는 것과 남획은 다른 개념이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것이 단위노력당 어획량 자료를 가지고 지속적 최대 생산량(MSY)을 정량적으로 추정해서 이것보다 많이 잡으면 남획이라고 정하는 것이지만 몇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장기적인 생태계나 환경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더구나 지난 연재에서도 설명했듯이 믿을만한 어획노력량을 추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일정하다 가정하고 연간 어획량은 어획노력량에 비례한다고 보는 것이 차라리 낫다.

 

어획량 급감 원인은 무조건 남획?

195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정어리 어획고가 급감하자 대부분의 수산학자들이 남획을 그 원인으로 꼽고 어획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퇴적물에 쌓인 비늘로 지난 2,000년 동안 정어리 개체수 변동을 캘리포니아와 일본 큐슈 앞바다에서 복원해보니 그런 큰 개체수 변동은 어업이 없더라도 일어났던 기후변화와 같은 몇십 년 주기의 자연 변화가 그 원인임이 점차 밝혀지게 되었다(2020년 6월호 연재 참고).

물론 남획과 같은 과도한 어획활동으로 바다생물종이 멸종을 할 수도 있는데, 특히 덩치가 크고 수명이 길며 낳는 새끼 수가 적은 고래나 물범과 같은 바다 포유류가 대표적이다. 육지에서도 공룡이나 매머드는 멸종했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는 멸종했다. 그러나 DDT와 같은 살충제를 그렇게 뿌려도 몸 크기가 작은 모기나 바퀴벌레는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바다에서도 마찬가지로 몸 크기가 작고 수명이 짧으며 낳는 알 수도 많은 멸치나 정어리와 같은 어종들은 어획활동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멸종하지 않는다.

어떤 한 어종의 개체수나 어획고가 변동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며 우리는 아직도 그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지난 몇십 년 동안 한 어종 어획고가 급감하면 무조건 ‘남획’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어리, 명태, 말쥐치, 참조기, 갈치가 대표적이다(현대해양 2020년 5~6월호 연재 참고).

이 ‘남획’이라는 말은 정치적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고 또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어획고가 급감한 책임을 모두 어민 탓으로 일단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어업을 방해하는 온갖 법과 규제를 만들어 어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 우리나라 수산법과 규제들은 얼마나 복잡한지 바다에 온통 부비트랩을 깔아놓은 듯하다. 고기를 잡다보면 한 번은 해양경찰에 잡히게 만들어놓았다.

또 불법이라도 보통 때는 그냥 눈감아주다가 정치적으로 필요할 때 갑자기 단속을 하기도 한다. 해양수산부와 어업인과의 관계를 검찰과 범법자들 관계와 같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나는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막 귀국하였을 때 해양수산부 일부 공무원들이 당연하다는 듯 어업인들을 무슨 죄인으로 여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펴는 수산정책들이 모두 거꾸로 되어 수산업을 죽이고 있지는 않는지 의심도 한번 안 해본다.

 

서해 참조기의 예

몇 년 전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수산연구팀이 동중국해와 황해 수산 국제연구 과제를 하면서 한국 대표로 나를 중국 칭다오 해양대학에 초청을 한 적이 있다. 이틀 동안 자유토론을 하는데, 캐나다 연구자들이 황해는 남획이 많이 되었다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반복했다. 몇 시간을 그냥 듣고 있다가, 더 못 참고 황해는 수산물 생산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에 잘 견디는 탄력적인 해양생태계라고 반박을 했다. 그러면서 자꾸 남획, 남획 하는데 황해에서 남획으로 자원이 고갈된 어종이 있으면 많이도 말고 딱 1종만 예를 들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참조기를 예로 드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수산학자들이 1990년대 참조기 어획고가 줄어든 것이 남획 때문이라고 얼마나 국내외에서 떠들었으면 중국 수산학자는 물론 이젠 캐나다 연구자들까지 황해 참조기가 남획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었다고 저렇게 굳게 믿게 되었는지, 그 ‘카더라’의 위력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통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 과연 황해 참조기가 남획으로 자원이 고갈되었는지 한 번 검토를 해보자. <그림1>은 참조기 세계 서식지 분포도이다. 참조기 서식지는 동중국해부터 서해 연평도까지, 대한해협과 일본 큐슈, 혼슈 연안을 포함함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서해는 참조기 서식지 분포의 북방한계라는 것이다. 즉, 우리 어선이 참조기를 주로 잡는 서해 면적은 전체 참조기 개체군 분포 범위에서 보면 1/5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모호하게 보였던 그 참조기 전체 자원량이라는 것은 우리 어선들이 잡을 수 있는 서해 참조기 개체군의 5배 이상 크기라는 점이다. 이는 말쥐치, 정어리, 갈치에도 해당한다(2020년 6월호 연재 참고). 따라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요인 때문에 그 서식지가 조금만 남쪽으로 수축되어도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어획고가 크게 줄어드나, 그 남쪽 동중국해에서는 여전히 많이 서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서식지에서 보면 고갈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것은 말쥐치도 마찬가지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참조기를 주로 잡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이다. <그림 2>는 1950년부터 우리나라 영해(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잡은 한국과 중국 참조기 연간 어획고이다. 서해에서 우리나라 어선은 적어도 1950년부터 꾸준히 참조기를 잡아왔고,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 어선도 본격 참조기를 잡는 것으로 보인다.

파랑색 선은 우리나라 어선이 잡은 참조기 어획고인데 검은 화살표로 표시한 1990년대에 어획고가 꾸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무렵 참조기가 남획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참조기는 2000년대 초반 어획고가 다시 급증하여 2011년에는 남한 공식 통계로는 사상 최대인 약 6만 톤을 기록한다. 1990년대에 남획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었다면 어떻게 참조기가 2011년에 최대 어획고를 기록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서해 참조기 국가별 어획고 (단위: 톤/년). 파란색 –한국, 빨간색 –중국 (자료 출처: http://www.seaaroundus.org)
그림2. 우리나라 서해 참조기 국가별 어획고 (단위: 톤/년). 파란색 –한국, 빨간색 –중국 (자료 출처: http://www.seaaroundus.org)

<그림 2> 파란색 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해 참조기 어획고는 1950년 이후 약 15년을 주기로 등락을 반복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0년 단위 주기의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요인 변화 때문에 그 서식지 북방한계가 북쪽 서해 연평도에서 남쪽 제주도까지 오르락내리락했던 것이 그 어획고 변동의 원인이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는데, 앞으로 구체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또 북방한계가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해역별로 참조기 나이나 체장 구성, 그리고 성숙 체장이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조사를 할 수 있다면 참조기 생태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어 참조기를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에서 빨간색 선은 중국어선이 우리나라 서해에서 잡은 어획고를 나타내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잡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우리 바다에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이후로는 한국과 중국 어선이 매년 잡은 참조기 어획고는 1950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 어선만 잡았을 때보다 약 2배 이상 더 늘어났다. 남획으로 자원이 고갈되었다면, 서해 참조기 어획고가 어떻게 2배나 더 늘어날 수 있는가?

<그림 3>은 중국 어선이 동중국해와 황해 전체에서 잡은 참조기 어획고를 나타낸다. 중국 참조기 어획고는 199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최근 2015년에는 약 40만 톤을 기록하고 있다. 참조기를 잡는 중국 어선수가 꾸준히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서해에서 잡은 연간 최대 어획고가 6만 톤이었으니 우리나라보다 6배 이상 많이 잡고 있는 셈인데, 중국 영해 면적이 우리나라 서해 면적보다 넓기 때문이다. 1990년대 한국이 최대 4만 톤 잡았으니 남획이라고 했던 참조기는 2010년 이후 그 10배인 40만 톤을 중국과 한국 어선이 잡아도 여전히 잘 잡히고 있다(2011년 이후 유독 한국 참조기 어획고만 줄어든 것이 중국 어선과 경쟁 때문인지, 금어기와 같은 국내의 과도한 어업 규제 때문인지, 또는 환경변동 때문인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3. 동중국해와 황해에서 중국 참조기 어획고 (단위: 톤/년) (자료 출처: http://www.seaaroundus.org)
그림3. 동중국해와 황해에서 중국 참조기 어획고 (단위: 톤/년) (자료 출처: http://www.seaaroundus.org)

많이 잡았나?, 많이 잡혔나?

지금까지 검토해보았듯이 1990년대 참조기가 남획되었다는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는 남획(Overfishing)이라는 말 자체가 기준도 모호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많이 잡은 것인지 많이 잡힌 것인지도 구분을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변동하는 단일 어종 어획고 감소원인 책임을 무조건 어민들에게 덮어씌우면서 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는 정치적으로 또 과학적으로 옳지 못한 용어다.

나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우리나라 바다에서 남획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어종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흔히 수산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예를 딱 1종만 들어보라고 하면 다들 머뭇거리거나, 그래도 제일 자신 있는 참조기를 마지못해 꺼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참조기는 자원이 고갈되지 않았다.

한국, 중국 공식통계에 따르면, 한 때 4만 톤 잡았으니 남획이라고 했던 참조기는 그 10배인 40만 톤을 잡고 있어도 여전히 잘 잡히고 있다. 어떤 조사나 연구도 하지 않고, 하다못해 이웃 나라 사정이라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좁은 우리나라 바다 일부만 보고서는 무턱대고 남획 때문에 어획고나 자원이 감소했다고 큰 소리 치는 나쁜 관행부터 없애는 것이 수산업을 살리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어부는 죄가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푸른바다 2020-12-03 16:05:23
'남획'은 잡아야 할 물고기의 적정 양보다 더 많이 잡은 것을 쉽게 표현하는 일반적인 용어이다.
수산자원의 양은 계속 변한다. 감소하기도 하고 증가하기도 하고, 이를 변동이라고 한다.
수산자원의 감소 원인은 다양, 복잡하다. 자연 사망(아사, 포식, 질병 등), 어획사망(포획), 생태계 변화 등.
이번 기사는 참조기 자원과 어획량의 변화, 관련성에 대해 분석이 잘 되어 있다.
수산자원에 대해 조사,연구하는 기관으로 수산과학원이 있다. 참조기 자원 변동에 대한 수산과학원의 연구결과도 궁금하다.
'과학에 기반한 수산자원 관리'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 과학의 내용과 수준이 중요하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어도 되지만, 과학엔 과학(유의미한 데이터)이 없으면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