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6]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가져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6]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가져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11.10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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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증권 집단소송 대법원 사건

[현대해양]

<스물여섯 번째 여행의 시작>

최근 21대 국회에 들어서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되었습니다.

기존에도 유사한 법안들이 발의된 적은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모든 산업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이면서, 실제 법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았던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증권 거래 관련해서는 집단소송이 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05. 1. 1.부터 시행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그것인데, 올해 2월 처음으로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언젠가는 마주칠 수밖에 없는 집단소송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고,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질 경우의 미래를 예상해보고자 합니다.

이 사건에서 A 등은 2011. 1.경 상장사인 B사가 발행한 주식을 유상증자 절차를 통해 취득했습니다. 이후 B사는 대주주의 횡령, 배임 등으로 2011. 9.경 상장폐지된 후 청산까지 되었습니다.

A 등은 유상증자 절차 당시 대표주관사였던 C투자 주식회사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허위 기재를 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같은해 집단소송 및 집단소송을 위한 허가신청을 제기하였습니다.

집단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절차인 집단소송 허가결정은 2013. 9. 27. 내려졌지만, C가 항고 및 재항고하여 결국 2016. 11. 7.에야 대법원에서 그 허가가 확정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2011년부터 기다리고 있던 1심에서 실제 집단소송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1심은 C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A 등이 B 주식을 1주당 2,390원에 취득하였는데, B를 청산하면서 1주당 5.725원밖에 못 돌려받아 큰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관련 손해의 대부분은 대규모 횡령 등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하여 C가 부담할 책임을 손해액의 10%로 제한하였습니다.

결국 1심은 C가 A 등에게 총 손실의 10%인 14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C가 항소하였으나 2심은 C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C는 결국 대법원에 상고하였습니다.

과연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쟁점>

증권관련 집단소송에서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거짓 기재 이외에 주식을 취득할 때부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B사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이 인정되나 성질상 그로 인한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다223747 판결>

증권관련 집단소송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거나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주식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려운 사정을 감안할 때,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의 거짓 기재 이외에도 취득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한 때까지의 B사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에서 손해액이 10%로 제한되었다는 점은 사건의 특수성에 기한 것이어서 특별히 주목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세히 보아야 할 점은 집단소송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집단소송 허가 절차에 무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5년여가 걸렸다는 점입니다.

집단소송은 50인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이 사람들을 대표한 대표당사자가 소송허가를 신청하여 인정을 받아야만 본래 집단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송허가에 무려 5년이 걸렸습니다. 소송허가 역시 원래 소송처럼 1, 2, 3심을 거쳐 치열하게 다투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 집단소송이 진행되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년여가 또 소요되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집단소송의 결과가 당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집단소송 허가절차로 인해 오히려 일반소송보다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전적 영향이 적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단소송의 가장 무서운 점 중 하나가 집단소송 내지 허가신청의 제기 자체로 해당 회사에 엄청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되고 이것이 바로 매출로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우지 파동 등을 돌이켜보면 결국 관련자들이 무죄로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회사는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집단소송 허가신청이 뉴스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1, 2년마다 1심, 2심, 3심에서 소송허가가 난 사실이 또 보도되고, 다시 본래의 집단소송에서 1심에서 얼마의 손해배상액 확인, 2심에서 또 얼마의 손해배상액 확인 등 판결이 나올 때마다 언론을 장식하게 된다면 그 회사는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게 되겠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소송허가를 통한 집단소송의 장기화는 명성을 특히 중요시하는 회사일수록 소송결과보다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스물여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현재 입법이 추진 중인 집단소송법안에는 소송허가 결정 절차를 단축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기존 소송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든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결합될 수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집단소송을 통해 5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면, 총 손해배상 금액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됩니다. 여기에 이전에는 소송절차가 귀찮아 포기했을 사람들도 대표당사자라는 사람이 알아서 청구를 하고 판결까지 받아주니 보다 쉽게 집단소송 절차에 참여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입장에서 집단소송도 위험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손해배상액의 5배를 부과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못지 않은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가 중과실을 저지르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즉 준법경영 확립을 통해 실행되고, 법정에서 입증됩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앞으로 바뀔 법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법경영을 도입하고 확립하여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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