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자율관리어업
코로나19와 자율관리어업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1.02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제약이 따랐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수산업계, 특히 자율관리어업 역사에 길이 기록될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 2월 18일에 이뤄진 ‘자율관리어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자율관리어업법) 공포다. 또 지난 7월에는 자율관리어업 내실화를 위한 ‘자율관리어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 행정예고가 이뤄졌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과 ‘어가소득 증대’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수산자원의 보고(寶庫)인 바다를 건강한 공유재로 만들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바다의 건강성 유지’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몇 년 전에 일본 NHK 방송에서 1년간 제작한 ‘사토우미 세토 내해(內海)’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세토 내해는 1970년대 콤비나트(kombinat; 생산 과정에서 상호 보완적인 공장이나 기업을 한 지역에 모아 놓은 기업 집단, 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수, 생활하수 등으로 냄새 나고 더러운 ‘죽음의 바다’로까지 불렸던 연안해역이다. 바다를 오염시킨 폐수 속에는 질소, 인 등이 대량 포함돼 있었으며, 이로 인한 부영양화로 1년 365일 중 300일 이상 적조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죽음의 바다’가 무려 40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업인들에 의해서다. 이 곳 어업인들은 30년간이나 해조류인 잘피숲을 조성하기 위해 씨를 뿌렸다고 한다. 그 결과가 30년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잘피가 숲을 이루며 각종 어류의 산란·서식지이자 물고기 놀이터가 됐다. 그리고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한 폐수 규제도 정부로부터 이뤄냈다. 잘피숲 조성이라는 ‘투약’과 오염원 제거라는 ‘수술’을 함께함으로써 죽음의 바다를 자원의 보고로 힘겹게 회생시킨 것이다.

최고 명의(名醫)는 병을 잘 낫게 하는 의사가 아니라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의사라고 한다. 병이 악화될 때까지 방치하다 수술이니 투약이니 하는 응급 처방을 내리기보다 사전에 발병 원인을 차단하는 의사가 최고의 명의인 것이다.

어업인들도 수산자원 앞에서는 ‘명의’가 돼야 한다. 우리 수산업에서 명의의 역할을 하는 것은 자율관리공동체라 할 수 있다. 자율휴어기 제정, TAC 참여, 포획금지체장 확대, 종자 방류, 저질 개선, 해적생물 구제, 해양쓰레기 수거 등으로 수산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달 창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년 마다 열리는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전국대회가 내년 봄으로 연기됐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영향이다. 우리는 방역수칙을 지키는 ‘예방’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란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은 바다가 병들지 않게 하는 최선의 예방법이다. 모든 어업인들과 공동체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고 해양오염으로부터도 거리가 먼 명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