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수협 - “싺쓸이 중국어선 퇴출에 앞장”
울릉군수협 - “싺쓸이 중국어선 퇴출에 앞장”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1.0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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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위판량 증대 위해 노력

[현대해양] 울릉군수협은 오징어 어종 1종에 울고 웃는 수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판장에서 취급되는 어종의 95%가 오징어일 정도로 조합원 대부분이 오징어 채낚기 어업에 종사하며 오징어 위판 중심으로 경제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문어, 새우, 해삼, 소라 등과 잡어를 어획하는 어업인들도 있지만 소량이라는 것. 그렇기에 오징어가 풍년이면 조합원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오징어 어획량이 줄면 조합원 얼굴은 울상이 된다.

울릉군수협 저동위판장

오징어에 울고 웃고

상호금융도 마찬가지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 예탁금도 늘고 공제, 대출에도 활기가 돋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오징어 어획량이 대폭 감소했다.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2,033톤에서 2018년 750톤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오징어 위판 가격은 2014년 3,857원(㎏당)에서 2018년 9,882원으로 3배 가량 상승했다. 이 때문에 어업인들은 오징어 품귀현상에, 소비자들은 물가상승에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위판량이 711톤(위판액 49억 원)으로 더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모처럼 오징어 어획량이 늘었다. 지난 9월에는 366척이 출어해 한 달 만에 101.8톤의 오징어를 잡아 11억 6,100만 원의 위판액을 기록했다. 언론에서는 5년 만에 찾아온 풍어네, 10년 만에 ‘금징어’가 돌아왔네 야단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난 추석 직전부터 어획량이 늘더니 하루 위판량이 4톤을 오갔다. 그러다 약 20일 만에 다시 어획량이 급감해 10월말 기준 하루 800kg 내외의 물량만 위판장에 상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오징어철이 앞당겨져 올해는 물량이 꽤 나오겠구나 했는데 이도 잠시뿐이었던 것. 주로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오징어 조업이 이뤄지는데 올해는 한 달 가량 빠른 9월부터 오징어 조업이 본격 시작됐다.

김형수 울릉군수협 조합장
김형수 울릉군수협 조합장

 

“10년 만에 큰 오징어”

김형수 울릉군수협 조합장은 “8년 만에 오징어가 많이 나서 어민들이 좋아했다. 특히 큰 오징어는 10년 만에 나왔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획 부진의 주원인으로 채낚기 어선과 대형트롤 어선의 불법 공조조업, 기후변화, 오징어 남획으로 인한 오징어 개체수 감소, 일기불순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을 들 수 있겠지만 김 조합장은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최대 원인을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조업으로 보고 있다. 그는 “9호, 10호 태풍이 연달아 오는 바람에 중국어선이 그물을 이용한 싹쓸이 조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북한해역에서 중국어선이 조업하기 시작하니 오징어가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해안 주어종인 오징어는 남해에서 산란한 뒤 난류성 해류를 타고 러시아까지 이동했다가 바닷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다시 동해안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오징어 어군은 보통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형성돼 울릉도 및 동해안 어민들이 이 오징어잡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조합장은 “지난 2004년 북·중 공동어로협약 체결 이후 중국어선 1,700여 척이 북한수역에서 조업을 하기 시작해 우리 해역으로 내려오는 오징어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어선은 우리 어선처럼 낚시(채낚기)로 오징어를 잡는 것이 아니라 쌍끌이 그물로 오징어 이동경로를 막고 잡기 때문에 오징어가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에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동해안 어민들의 피해는 매우 심각한데 영세 어민들의 경우 어획량 급감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김 조합장은 또 “최근 수온 상승으로 한류와 난류 전선이 북상해 울릉도 오징어 수확량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지만 중국어선의 오징어 싹쓸이 조업으로 인한 피해는 이에 못지않게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오징어 자원 급감으로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릉군수협 직원들이 오징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울릉군수협 직원들이 오징어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어선에 의한 2차 피해 방지대책 마련돼야

중국어선에 의한 피해는 오징어 자원 감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상악화시 울릉도에 피항하는 중국어선들이 주변해역에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며, 폐유를 유출하고 있고 심지어 해저시설물을 마구 훼손한다는 것. 김 조합장은 “특정 묘박지 선점, 해경 단속 강화 등을 통해 중국어선의 울릉도 피항 2차 피해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조합장을 비롯한 울릉군수협 임직원들은 오징어 자원량 회복을 위한 불법 중국어선 퇴출에 앞장서고 있다. 김 조합장은 지난해 발족한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 공동수석위원장을 맡아 국회, 해양수산부 등을 찾아다니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불법조업 대응 대책 정책토론회도 열어 중국어선이 북한 동해 수역을 휩쓸고 다니며 남하하는 물고기의 씨를 말린다며 생계에 위협받는 동해안 어업인들이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창립총회와 ‘중국어선 불법조업 및 한일어업협상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원회’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 등 수산현안 해결을 위해 출범한 어업인 단체로 포항에서 동해안 어민들이 모여 불법중국어선 퇴출을 위한 규탄대회도 열었다. 오징어 조업은 울릉도 주민들의 최고의 생계 해결수단으로서 울릉도 100여 년의 역사를 지탱해온 한 축이었다.

김 조합장은 “중국어선이 우리바다를 마음대로 활보하면서 약탈조업을 자행해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으며, 한·일 어업협정 또한 장기 표류하면서 우리 수산업은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상임이사와 직원들이 조합원들의 오징어 양륙을 돕고 있다.
울릉군수협 상임이사와 직원들이 조합원들의 오징어 양륙을 돕고 있다.

매일 새벽 위판장 둘러봐

김 조합장은 경매가 있는 날이면 매일 경매상황을 점검하고 어업인들과 만나 그들의 애환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협 직원들도 이른 새벽에 위판장에 나와 어민들의 어획물 양륙을 도우며 비지땀을 흘린다. 어획량 감소로 선원을 쓸 수 없어 일손이 부족한 선주, 선장들을 돕기 위해서다. 수협 상임이사, 상무 등이 매일 위판장을 지킨다. 그리고 경매사를 비롯한 판매과 직원들도 새벽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울릉군수협은 1,500억 원의 자산총액에 380여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중도매인은 18명. 지도경제사업에서는 사실상 매년 적자인 반면 본점, 도동지점, 대구 범어동지점 등 3곳의 상호금융 점포에서 매년 12~1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얻고 있다.

울릉군수협은 중국어선의 무차별적인 불법조업 및 5년째 교착상태인 한일어업협상 지연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어업인을 중심으로 대정부 대안 마련 및 협상재개 촉구 등을 추진키로 했다. 김 조합장은 “어업인 연수시설을 건립해 어업인들을 위한 복지 수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형수 조합장(오른쪽)이 김병수 울릉군수와 함께 저동항 위판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형수 조합장(오른쪽)이 김병수 울릉군수와 함께 저동항 위판장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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