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자물류 영역다툼 끝낼 수 없나
2·3자물류 영역다툼 끝낼 수 없나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1.0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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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구 의원, 2자물류에 해운부담금 부과 해운법 개정안 발의
포스코 그룹, 물류법인 신설 추진

[현대해양] ‘요즘 잘나가는 해운업계’가 스스로 급변하는 경기에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 세계 시장에 서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해운업체와 대기업 물류 자회사 간 갈등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핵심은 ‘2자물류와 3자물류 사이의 밥그릇 싸움’이다. 2자물류인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회사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3자물류인 해운업계는 시장 내 대형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해운업체들의 저운임으로 수익성이 약화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어기구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운법 개정안과 지난달 26일 국감장에서 포스코 그룹 신설 물류법인 ‘포스코GSP’ 건으로 재충돌하며 갈등이 더욱 불거진 상황이다.

이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기업 물류회사로 대표되는 2자물류 측은 너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해운업체만 챙기려 한다고 불만을 쏟고 있고 반대로 해운업으로 대표되는 3자물류 측은 해운업계가 아직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의 진입은 큰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해운업의 도약은 외부요인?

해운업의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HMM(구 현대상선) 21분기 만에 흑자전환 성공 이후 3분기 최대실적 기대감과 이를 반영한 주가 고공행진, SM상선 창사 최대 실적 등 한진해운 사태 이후 뼈를 깎는 고통의 시절을 겪던 해운업이 다시금 살아나는 분위기다. 얼마 전에는 공중파에서 한국 해운업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방영되는 등 대중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이런 해운업은 보통 3PL(Third Party Logistics)라고 부른다. 3PL은 보통 3자물류라고 칭하며 물류 기능 전부 혹은 일부를 물류전문업체에게 아웃소싱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주요 수익창출원인 유럽·미주 항로 선복량이 부족해 발생한 일시적 고운임 현상과 저유가, 정부지원 등 외생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해운사가 다시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운임경쟁이 시작되면 우리나라 해운사들이 아직 체질이 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할 수 있다. 지난 9월 글로벌 선사 머스크의 2만7,000명 대량해고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유례없이 잘 정비된 노동법으로 해운업체들은 경기변동 사이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없는 취약점이 있다.

결국 ‘국가라는 온실 속 화초’ 속에서 시기적으로 잘 맞아 호황기를 맞은 것이지, 해운업 자체가 경쟁력을 찾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 추이 (제공_해양수산부)
컨테이너선 운임지수 추이 (제공_해양수산부)

재벌그룹 물류회사, 내부거래액 비중 높아

해운업체와 충돌하고 있는 2자물류 업체들은 보통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이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3자물류 진출이 화두인 셈이다. 2자물류는 기업이 물류 부문을 분사화해 물류 자회사에 의해 서비스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2PL(Second Party Logistics)이라 부르며, 여기에 해당하는 주요업체들은 현대글로비스, 삼성SDS, 롯데로지스틱스, 판토스 등이 있다. 모두 국내 주요 5대 재벌그룹(현대차·삼성·롯데·LG) 소유 물류회사들이다.

박상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물류 내부거래액 중 80% 이상을 5대 주요 대기업이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5대 그룹사는 해당 기간 전체 물류거래액의 53%를 차지했는데, 2018년 기준 전체 물류 내부거래액(7조210억원) 중에서 84.5%(5조9,360억원)가 몰려 있었다. 이는 전체 물류거래액에서 평균 내부거래액 비중(41.6%)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박 의원은 “대형계약들이 주로 내부거래 방식으로 이뤄지며 투자 효율성과 고용 생산성 모두 대기업 계열 물류기업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전문물류기업 육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물류 내부거래 규제와 전문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5월 포스코 그룹이 추진한 물류 자회사 건으로 더욱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포스코는 연 1억 6,000만 톤에 이르는 물량과 3조 원에 가까운 물류비용을 다룰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 연내 설립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는 이 신설법인으로 물류기능을 통합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글로벌 철강업계와 겨룰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계열 물류기업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율 상위 10개 (제공_박상혁 의원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계열 물류기업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율 상위 10개 (제공_박상혁 의원실)

정부와 국회의 일방적 지지

여기에 지난 9월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당진)이 대표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도 눈길을 끈다. 어 의원 포함, 총 10명의 의원이 대기업 물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를 막고 과도한 내부거래 시 해운산업발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계열사 내부거래 비율 30% 이상인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연매출 10% 이내에서 해운사업발전부담금을 부과·징수하고 마련된 재원으로 물류시장 공정화와 해운업 경쟁력 강화에 쓰일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를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및 건전한 거래질서 조성이 목적이다.

한편, 지난달 26일 해양수산부 종합국감장에서도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과 김복태 포스코 물류 TF 전무가 참고인과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국회의원들과 해수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이만희, 맹성규, 권성동, 윤재갑 의원들은 포스코 신설 물류법인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문성혁 해수부 장관 역시 “현행법 상 대기업 물류법인 신설을 막을 방법은 없다”라고는 했지만 “3자물류를 육성해 전문성 제고 후 규모의 경제 만들어 지역국가 경제에 이바지시키는 것이 물류육성정책의 기본방향”이라고 말했다.

 

결집한 해운업계

여기에 더해 현재 해운업계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54개 해양 단체 및 기관모임인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회장 강무현)는 ‘포스코 물류 자회사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해총은 “국민기업이자 초대형 화주기업인 포스코가 해양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와 해양산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면서 물류 자회사 설립계획을 전면 철회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더불어 선주협회 관계자는 “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찬반 여부를 떠나서, 사회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라는 관행이 아직도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업체 영업 관계자들은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지적했다. “과징금 비율보다 현재 2자물류 업체들이 실제로 시장을 황폐화 시키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2자물류의 구매력(Buying Power)을 이용해 해운업체들을 혹사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들은 “왜 법안이 징벌적 형태로 발의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포스코 사례를 들며 본인들 회사 내 물량만 처리하면 되는데, 3자물류, 해운업으로 진출하려는 시도 자체가 넌센스하다”라고 말을 맺었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는 2자물류 측이 선화증권(Bill of Landing, B/L) 발행을 못 하게 하면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았다. 쉽게 말해 2자물류는 2자물류 기능만으로 다른 업체의 화물 못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분법 틀 벗어나 ‘범위의 경제’ 추구해야

사실 대기업 물류 계열사로 대표되는 2자물류와 해운업계 3자물류 대결 구도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 구교훈 교수(배화여대 국제무역학)는 “가장 큰 문제는 전자는 악, 후자는 선의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 구 교수는 “오늘날 경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범위의 경제를 추구할 상황이다”라고 대조적인 견해차를 보였다. 생산량에 따른 원가절감을 강조하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두 개 이상의 재화를 생산할 때 얻게 되는 비용 절감효과를 강조한 것이다. 아마존 같은 경우가 범위의 경제라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온라인쇼핑을 넘어 배송, 클라우드 플랫폼 AWS(Amazon Web Service)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어 구 교수는 “지금 트렌드는 융합이다. 여러 사업을 융합해야 좋은 효과가 난다”라며 “우리나라 업체끼리 다투지 말고 머스크, 에버그린, 페덱스. DHL과 같은 글로벌 공룡과 싸울 경쟁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현대글로비스 같은 대기업 물류 계열사는 이러한 여력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당한 경쟁으로 시장에서 겨뤄야

물류 측 관계자는 “이 법안은 표적 법안이라면서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이러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살고 있지 공산주의 계획경제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구 교수는 “선사를 의도적으로 키우려는 법안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라며 “해운업체는 국가의 지원 속에 있지 말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서 시장에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포스코는 재벌 그룹도 아니므로, 공정거래법 상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 교수는 말한다. 그는 “2자 물류 자회사를 가진 재벌그룹들과 엮어 포스코를 비난하고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막는 것은 해운사들의 담합에 의한 요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 한진해운 관계자도 “사실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민간기업들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오늘날 현실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야 건강한 시장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법을 통한 인위적 규제는 임시방편일 수 있다”고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2자물류와 3자물류의 대결구도, 끝없는 2·3자물류 영역다툼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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