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누가 책임져야 하나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 누가 책임져야 하나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1.0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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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은 또 빠져나가나
항해중인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사진=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이모씨(항해사)가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파장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관계자 징계와 인책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기관에서 어느 선까지 책임져야 하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해군, 해양경찰, 어업관리단을 포함한 해수부 등의 기관과 관계자들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업관리단의 복무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해수부의 책임론, 그 중에서도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 이모씨 피격사건은 지난 9월 21일 새벽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실종된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원이 북측 총격에 의해 사망한 뒤 불태워진 것으로 당초에 알려졌다. 그러다가 시신 확인이 안 되고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측의 주장으로 여전히 실종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근무중인 어업지도원
근무중인 어업지도원. 사진=박종면 기자

 

어업관리단 ‘총체적 난국’

먼저 해양경찰이 파악한 사건 경위를 보자. 실종자는 9월 20일 오후 11시 40분쯤 당직원 1명과 함께 무궁화10호 3층 조타실에서 야간당직을 하고 있었다. 당시 복장은 근무복 차림에 구명조끼 미착용 상태였다. 다음날 오전 1시 35분쯤 당직 동료에게 1층 서무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것이 있다며 항해일지 작성 등 당직 마무리를 지시하고 조타실을 나왔다.

실종자는 조타실에서 나와 1층 서무실에서 컴퓨터에 접속해 문서작업 없이 파일만 삭제한 후 침실에서 선미갑판으로 이동, 선박에서 이탈(해상으로 입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먼저 △2인 1조로 당직 근무를 하는데 없어진 동료를 찾지 않고 없어진 것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당직 근무 교대시에 당사자가 없는데도 찾거나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 △갑판 위 CCTV 2대 모두 고장이 난 상태였는데도 방치했다는 점 △실종자가 어떤 구명조끼를 입고 입수했는지 모를 정도로 비품 관리가 안 된다는 점, 더불어 △이동휀다 등 어떤 부유물이 없어졌는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점 등 어업지도선 내 복무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무궁화10호 수사에 관여했던 해양경찰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직 근무자가 사라졌는데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해경 등에도 즉시 알리지 않은 점, 물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어업지도선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라며 혀를 찼다.

 

직원 관리 구멍 ‘숭숭’

어업관리단의 무질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경에 따르면 실종자 이모씨는 출동 전후는 물론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최근 455일 동안 591회 도박자금 송금)에 깊이 몰입돼 있었으며,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이었다. 또한 출동 중 동료, 지인들에게 판 꽃게 대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고 당직 근무에 임했던 사실(마지막 당직 9.20. 23:40, 마지막 도박자금 송금 9.20. 22:28), 실종 전 출동 중에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으로 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꽃게 대금을 입금 받고, 당일 도박계좌로 송금(배팅)하고 도박을 하는 등 도박은 마지막 당직근무 직전(마지막 도박계좌 송금 9.20. 22:28)까지 계속됐음에도 파악하지 못한 점 등이 추가된다.

흔히 군대에서 ‘관심사병’을 따로 분류하거나 요주의 인물로 지정,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만일의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이 어업지도선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어업관리단의 기강 해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도 근무 중인 직원 사망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안병길(국민의힘) 의원이 해양수산부와 서해어업관리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어업지도선 무궁화24호가 전북 지역에서 불법 어업 단속 업무를 하던 중 전복됐다. 이 때 어업지도원 B씨가 실종됐다는 것. B씨는 이후 군산 십이동파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9㎞ 떨어진 해상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무궁화10호. 사진=마동욱 객원기자

“사망사고 더 있다”

안병길 의원은 “북한군에 의해 공무원이 피격돼 사망한 해수부 어업지도선과 해수부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인명사고가 자주 있었다. 선박이 뒤집혀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주목할 것은 근무 중 직원이 바다에 추락해 부상한 사고도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에 북한 총격으로 사망, 소각당한 공무원 형도 동생이 배에서 실수로 추락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21일 오전 7시 15분쯤 전북 부안군 위도 파장금 항구에서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항해장(6급) C씨가 익사한 채 발견됐다. 해경은 당시 C씨가 20일 밤 항구에 정박한 무궁화11호 안에서 야간 계류대기 중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바다에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내사종결했다. 사망 당시 C씨는 혈중 알콜농도 0.373%로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어업지도원의 인명 피해가 연이어 발생했음에도 해수부는 별다른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의원은 “서해어업관리단은 어업지도선내 폐쇄회로(CCTV)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한 차례 지적을 받고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보통 사망 등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4월 사망 사고에서 볼 수 있듯 해수부와 서해어업관리단은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도 넘은 근무기강 해이가 이씨의 월북 논란까지 일으켰다는 점에서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덧붙여 안 의원실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의 어업지도선 관리가 엉망이다”라며 “추락 사망사고가 빈번한데 사망시점, 경위도 파악하지 못했다. 음주 후 추락사했는데도 해수부는 ‘업무중 추락 사망’으로 허위 자료 제출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월북 논란보다 조직기강 해이에 대한 책임 물어야

최근 퇴직한 전 해수부 공직자 E씨는 “상당히 엄중한 사건이다. 2005년 말라카이트그린 사태 때가 떠오른다. 당시 차관보(1급)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었는데 국립수산과학원장, 담당 국장까지만 책임지고 물러났다. 이번에는 선장, 단장은 물론이고, 본부(해수부) 담당 과장, 국장, 그 위 실장(1급)까지, 더 나아가서는 장관까지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말라카이트그린 사태는 양식산 활어를 싱싱하게 보이도록 하려고 발암성 화학 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을 사용하다 적발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을 이른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공무원 B씨는 “이번 사건은 보통 사안이 아니다. 장관까지 책임소재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꽃게를 사주겠다며 꽃게 대금을 받았다는 건 상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직기강이 무너진 것이다. 해수부부터 지휘 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인 일탈로 치부하면 안돼”

이번 사건은 해수부만의 책임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해군 관계자는 “직원(어업지도원) 관리 감독의 책임은 해수부의 책임이라 하더라도 수색의 책임은 해경, NLL(북방한계선) 침범에 대한 대응과 정보(SI)를 얻고난 뒤에 군이 긴밀한 협조를 구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원천적인 문제는 어업지도선에서 시작되는 점을 감안할 때 조직기강 해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수부 고위 공직자 출신 F씨는 “업무 매뉴얼이 지켜지도록 관리하는 사람이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안 지켜지면 패널티를 가해야 한다”며 “이번의 경우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 안 된다. 공직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일념으로 직접 관계된 계통은 물론이고 해수부 최고 윗선까지도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북 논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직기강 해이에 대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책임 소재 확인과 징계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해수부 퇴직자 E씨는 “해수부는 실장-차관-장관까지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말라카이트그린 사태 때와 같이 국장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업관리단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해수부의 책임론, 그 중에서도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징계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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