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의심 받는 해양환경영향평가보고서
조작 의심 받는 해양환경영향평가보고서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11.06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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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알고도 묵인 ‘의혹’
해양 퇴적물 채취 장면
해양 퇴적물 채취 장면

[현대해양] 해양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해양환경영향평가제도 보고서 제작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해양환경공단(KOEM)이 해양환경영향평가업체에 조사자격 인증을 하고 인증 업체는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출한다. 수과원은 제출된 보고서를 최종 검토·승인한 후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로 최종 보고서를 전달한다.

그런데 최근 해양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관계기관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해양환경영향평가업체들만 배를 불리는 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양환경영향평가제도 보고서 제작 흐름도
해양환경영향평가제도 보고서 제작 흐름도

해양환경영향평가보고서, 거짓 작성 의혹

해양환경영향평가제도는 해양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의 필요성으로 도입돼 대규모 개발사업 등이 시행되기 전 인근 해양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전 분석하기위해 실시되고 있다. 이 평가제도는 사업의 규모에 따라 크게 △환경영향평가와 △해역이용협의로 나뉘는데 담당부처는 해양수산부다.

이 제도는 해양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행정정책, 사업 계획 및 개발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분석 및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된다. 항만과 어항건설 사업 전, 현재 정부와 어업인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 관련 시설의 설치와 바닷모래 채취 때 등에도 해양환경영향평가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해양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는 업체들이 조사 항목 연구를 수행하지 않고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해양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실시된 항만건설 사업 중 해양퇴적물에서 PCB(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물질), PAHs(독성이 있고 일부 화합물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돼있는 물질)가 검출된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했으며 수은(인체 유해 중금속)의 경우 기준을 초과한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

서해의 PAHs 분포 자료. 서해 한 가운데에서도 PAH가 검출됨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_ 한국 해양환경내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분포 및 특성(2003,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해의 PAHs 분포 자료. 서해 한 가운데에서도
PAH가 검출됨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_ 한국 해양환경내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분포 및
특성 (2003, 서울대학교 대학원))

그러나 관련 물질들이 국내 해역에서 ‘불검출’로 나오기는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발암물질이 포함돼있는 PAH의 경우 △한국 해양환경내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분포 및 특성(2003, 서울대학교 대학원) △황해 표층퇴적물 PCBs와 PAHs의 분포 특성(2019, 환국해양환경·에너지학회) 등의 논문에 의거, 조사 결과가 불검출로 나오기는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논문 내용의 핵심을 종합하면 해양환경조사 결과 인적이 매우 드문 서해안 한 가운데에서도 PAH가 검출된다.

또한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실에 따르면 김 의원실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공받은 <전국 연안 퇴적물 중 수은, PCB, PAHs 측정 결과>에 세 가지 물질은 연안 전체에서 일정 부분 측정됐다고 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해수부는 측정 결과 자료를 의원실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자료이므로 외부에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현대해양>은 정보 확인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했던 것과 동일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해수부 관계자는 “공개해오던 내용이 아니라 제공하기 어렵다”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지난해 진행된 '해양개발이용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기술개발 정책연구' 전문가 회의 (사진출처=(사)해양환경영양평가협회)
지난해 진행된 '해양개발이용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기술개발 정책연구' 전문가 회의
(사진출처=(사)해양환경영양평가협회)

“불검출 표기, 조작일 수밖에 없다”

해양환경영향평가제도 용역을 낙찰 받고 해수 퇴적물 분석을 실시하고 있는 업체들 대다수가 검출이 될 수밖에 없는 물질을 불검출로 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장은 “PAH 분석을 20년간 해왔는데, 기업들이 이를 불검출로 표기하는 것은 의아하다. PAH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장비를 사용해 측정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완전 불검출로 나오기는 힘들다”라며 “남극에 가도 PAH는 검출된다”라고 말했다.

또 관련 측정업체에 근무했었던 A씨는 본인이 일했던 업체들이 일부 물질에 대한 검사를 아예 진행하지도 않는다고 폭로했다. 해양환경측정 C기업에서 3년간 근무했다고 밝힌 A씨의 주장을 종합하면 본인이 근무할 당시 회사는 특정 물질은 검사를 하지도 않고 불검출로 표기해 보고서를 허위 작성했다고 한다.

또 그는 “회사가 조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정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사 결과를 표기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또한 조사 대상 물질인 PCB, PAH 그리고 수은의 경우 세부 전공자가 아니면 실험할 수도 없을뿐더러 분석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고 단순 불검출로만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체에 대한 의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E 해양환경측정기업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자 업체 관계자는 “(불검출로 표기한 물질이) 검출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물질이) 존재는 하는데 해양환경공정시험기준에 따라 검출한계 이하로 나올 경우에는 불검출로 표기해도 무방하다”고 해명했다.

또 E 기업은 A씨가 주장한 조작유무에 대해 부인했다. 업체 관계자는 “기기를 이용해 분석할 경우 기기 데이터에 시료명과 날짜, 분석기기 데이터 등이 저장된다”고 말했다. 반면 A씨는 업체들은 데이터 측정 자료를 수기로 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검측 항목 결과를 조작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이 상반되는 가운데 실험 결과 조작의 가능성을 두고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장은 “(업체가 실험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 ‘완전히 없다(불검출)’와 ‘몇 ppb(미량 함유 물질 농도 단위)수준이 검출된다’의 차이는 일반인들에게 민감한 사항이다. 이는 업체의 도덕성 문제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기범 경상대학교 해양환경공학과 교수(전 해양수산부 해역이용영향검토 자문위원)는 “조작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불검출로 표기했다는 것은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것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다. 화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것”이라며 “보고서에 대해서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불시 방문 등으로 업체의 조사 자료를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7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된 해양환경영향평가 워크숍 단체 기념 촬영 장면. 이날 행사에는 권철휘 (사)해양환경영향평가협회장, 서정철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과장, 김성수 해양환경관리공단 팀장, 박준건 해양환경관리공단 측정분석센터장, 이대인 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 연구사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출처=(사)해양환경영양평가협회)
지난 2017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개최된 해양환경영향평가 워크숍 단체 기념 촬영 장면. 이날 행사에는 권철휘 (사)해양환경영향평가협회장, 서정철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과장, 김성수 해양환경관리공단 팀장, 박준건 해양환경관리공단 측정분석센터장, 이대인 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 연구사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출처=(사)해양환경영양평가협회)

해수부 곳곳에 ‘구멍’

해양환경영향평가 기업의 거짓 보고서 작성의 가능성이 의심되는 가운데, 해수부 산하 기관들의 관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해양환경영향평가 회사에 분석 능력 인증 능력을 부여하는 해양환경공단(KOEM) 김성길 해양수질팀장은 “공단이 실험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업체를 파악하지는 않는다. KOEM은 업체가 물질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테스트를 하는 기관이지 보고서 검토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라는 답을 내놨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세부항목에 대한 확인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 소속 오현택 박사는 “여러 항목에 대해 보고서를 검토하는데, 주로 사업명에 따라 조사된 항목들이 사업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는 사업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항목이 눈에 띄게 드러나면 업체에 이에 대한 검토의견을 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업체의 보고서 조작 의혹에 관해서는 “작심하고 조작하면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알면서도 묵인한 해수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해양환경영향평가 보고서. 그러나 이와 같은 맥락을 골자로 하는 조작 의혹 민원이 2년 전에도 해양수산부에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을 접수했던 당시 환경영향평가 담당 사무관은 “2년 전쯤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조작에 대한 민원이 있어 해수부와 환경부 그리고 서울시 관계자들과 서울 소재의 한 업체를 방문해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조작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려워 관련 보고서 데이터를 확인하는 작업만 진행했었다”라고 털어놨다.

 

해수부 방관, 수행 기업 ‘배불리기’로 이어질 수 있어

한편, 관련 업체 종사자 A씨는 이러한 거짓 보고서가 계속 만들어지는데도 해수부 산하기관에서 이상이 없다고 검토하고 승인할 경우 해양환경영향평가 회사만 배불리는 꼴로 악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A씨는 “해양환경영향평가업체에 종사하는 해양기술사 숫자가 많지 않다. 따라서 소수의 기술사들은 일부 업체에 집중돼있는데, 기본 3억 원부터 평가 용역을 낙찰 받아 거짓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체들이 계속 생겨나면 결국 특정 업체 배불리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가짜 해양환경영향평가보고서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작성되고 있다는 주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조작’이라고 단언하고 있는 상황에 해수부 산하기관들은 의미 없는 항변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가 무분별하게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관계당국은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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