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상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한일어업협상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 전갑출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 승인 2020.11.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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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갑출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

[현대해양] 1998년 11월 28일 신(新)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할 당시의 한·일 양국의 어업 상황은 1965년 6월에 체결된 구 한일어업협정 당시와 반대로 우리 어선의 동력화, 대형화 등 근대화로 조업수역은 점차 우리나라 연안에서 일본수역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일본의 영해 12해리(구어업협정상 전관수역) 부근 수역에서 조업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이에 대해 일본측이 경계를 강화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였다. 그러다가 급기야 일본측은 1998년 1월 23일 구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신어업협정을 체결하는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그 후 1년 뒤인 1999년 1월 22일 신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된 지 어느 듯 22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한·일 양국은 매년 어업협상을 통해 다음 연도의 상대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입어조건 즉, 조업척수, 어획할당량, 조업수역, 조업기간, 입어절차규칙 등에 대해 협의해 결정된 새로운 조업조건에 기초하여 매년 교차 입어하고 있었다.

이것은 신어업협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성실히 양국이 이행하여 왔다는 것이고, 또한 이는 신어업협정의 근간임과 동시에 기본정신이며 기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의 입어조건에 대해 협의하는 한일간 어업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2016년 7월 1일 이후 양국어선은 각각 상대국 수역에서 전면 철수해 5년째 조업을 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그야말로 신어업협정의 기본정신과 기본원칙을 벗어나는 일뿐만 아니라 신어업협정의 근간을 훼손하는 막대하고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조업 실익적 측면에서 보면, 최근 10년(2005~2015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입어척수는 2.7배, 어획량은 3.5배로 어획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배인 것으로만 보아도 조업 의존도가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일 양국 입어 업종 12개 업종 중 우리나라의 주력업종은 5개 업종인 반면에 일본은 1개 업종만이 우리 수역에서의 조업의존도가 높은 정도이다.

신어업협정의 운용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야만 우리 업계의 조업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나아가서 국익에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째 어업협상 자체가 타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등의 연유로 어업협상의 접점조차 잃어버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월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의 보고서 ‘한일어업협정 추진경과 및 문제점’에 의하면 우리 업계의 일본수역 조업불가에 따른 손실은 일본 EEZ 입어 중단 기간 45개월(2016. 7. 1~2020. 3. 31)동안 어획감소량은 연평균 6만 3,000톤이며, 이를 어업수입 감소액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609억원으로 45개월 누적치는 2,323억원이다. 막대한 조업손실이며 국익손실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 무역 등 관련업계에 이르는 손실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어선이 일본 수역에서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우리 수역에서 국내 어선끼리 어장을 둘러싸고 경쟁적 조업해야 하는 상황이 돼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앞의 보고서 ‘한일어업협정 추진경과 및 문제점’에서는 일본수역 입어 중단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우리 관련업계의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으로 진단되기에 양국의 현안을 조정하여 상호 입어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중단상태인 어업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양국의 협상 담당자들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상황 즉, 상존하는 현안인 위안부 문제, 역사왜곡 문제, 영유권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의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측의 IT관련 수출규제, 이에 대한 우리측의 WTO 제소 등 현안사항이 산적되어 있어 역대 한일관계에 있어서 최악의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투 트랙 외교 기조에 따라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으로 논의하면서 경제적 문제의 중요한 하나인 어업문제는 별도로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상호호혜(相互互惠)의 정신으로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의 정치적 상황은 역대 최장기 집권한 아베 내각에서 스가 요시히데 내각으로 바뀌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당분간은 지금까지의 기조가 이어진다는 분위기를 여러 매스컴을 통해서 쉽사리 접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 양국의 정치적 변화가 경제적 변화를 이끌어 어업협상이 재개된다고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한일간 정치적인 상황이 어업협상의 걸림돌인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되고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일 양국의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어업협상을 비롯한 양국의 경제관련 회의나 교류가 중단되었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6월에 우리나라의 김 대일(對日) 수출이 역대 최고치인 716억원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양국의 수산물 교역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화상상담회로 이룩한 성과이다.

또한 9월 초에 추진된 한·중 지도단속관련 회의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으며, 향후 예정된 한중어업협상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추진한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한일간 어업협상도 반드시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비대면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한일어업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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