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해양산업 생태계의 보고寶庫
항만, 해양산업 생태계의 보고寶庫
  •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
  • 승인 2020.11.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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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

[현대해양] 해운과 물류, 금융, 항만, 선박관리, 조선과 조선기자재, 선박수리, 선용품과 선박유류업, 선급 등은 하나의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인체의 장기 중 한 곳이 고장나면 생명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처럼 해양산업 생태계에 해당되는 어느 한 분야의 기능이 작동되지 않으면 나머지 부분도 정상적 작동을 발휘하기 어렵다. 금융과 물류, 항만과 물류, 물류와 조선, 조선과 조선기자재, 항만과 선용품, 항만과 선박유류업, 그리고 선급은 모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듯이 이들 모두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다로부터 부의 창조는 전 방위적 항만 개방에 의하여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물류산업, 금융업, 선박관리업, 조선업, 조선기자재업 등의 연관산업군의 동반성장을 유발시킨다. 바다의 매립에는 부두시설이 증가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크루저선박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관광과 연계되는 복합항만으로의 전략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항만으로서의 엄격한 규제보다는 서비스 관점에서의 항만으로의 전환은 연관산업군에 기를 불어넣게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양산업은 생명체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조한 선박의 보증수리도 국내에서 실시하지 못하고 대부분 외국에서 수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어렵게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기술이 싱가포르나 중국으로 전수되고 있는데도 이 문제가 진지하게 거론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부산 외항에 10만 톤(GT) 규모의 선박이 정박했을 때 월 1억 2,000만 원의 입항료와 정박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전기료, 수도세, 난방비, 주차비가 포함된 항만 도심지에 위치한 최고급 사무실의 3.3㎡당 임대비보다 더 비싸지는데 반해 바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그 이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또, 부두에 접안할 경우 매월 2억 1,000만 원 가량을 접안비용으로 지불하게 된다고 한다. 3.3㎡당 5만 7,800원으로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사무실의 임대비와 같다. 이는 항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항만이 살아야 물류와 금융, 그리고 조선, 조선기자재, 선용품, 선박수리, 선박유류업 등이 복합적으로 생동감을 찾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류공급을 받기 위해 벙커링을 하려고 해도 일기가 궂으면 벙커링 장소가 한정되어 있고 안전상의 이유로 3~4일 정도 대기하여야 한다고 한다. 중량물인 선박부품은 외항에서 풍랑이 강하게 일게 되면 선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경우에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부두가 없어 결국 선적을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선박이 정박을 하면 그들을 위한 편의가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데, 정박 후 선주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예시로, 바다에서 용접 작업을 하면 작업 시에 나오는 불똥으로 바다가 오염될 수 있다고 하여 작업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한 수칙들을 지켜야 하고,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에는 작업자 측에 벌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반면에 지자체에서는 불꽃놀이 등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다량의 불꽃이 바다에 떨어지게 되더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매년 행사를 반복하고 있다.

정박 후에 선원 교대가 필요한 경우에도 많은 외국 선주들이 국내 항만을 통한 선원 교대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선박을 위한 수리 조선소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 항만에는 대형 수리 조선소도 없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방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존하는 조선소는 폐쇄하고 부두의 부지는 매립을 하고 토지 정비를 실시한 후에 아파트를 건설할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박 중인 선박의 매매를 거점 항만에서 진행하고 싶지만 여러 규제와 어려움 때문에 선박 매매 장소로 부적합한 항만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통선을 이용해서 선원이 상륙하도록 해야 하는데 통선을 1회 왕복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싱가포르 왕복 비행기 티켓 비용보다 비싸다고 한다. 그러니 항만의 발전을 크게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국내 항만, 개방형 항만으로

국내 항만은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개방형 항만이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두바이, 로테르담, 싱가포르, 홍콩이 채택한 제도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선주와 선박 관리 업체에게 부과하는 각종 세금 제도를 싱가포르 식으로 운영하면 외국 선주들이 벌어들인 많은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거점 항만에 입주한 국내외 선주사와 선박관리회사에 10년간 법인세 면제혜택을 주거나, 이후 15% 전후의 법인세를 부과하고 근로소득세, 배당세, 주민세 및 상속세의 외화송금 등을 싱가포르 수준으로 할 경우 많은 외국 선사가 모이게 되어 우리가 필요한 자금을 전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여유 자금으로 일본과 같이 자기 자금 5~10%를 투입하면 선박 건조도 가능해져서 조선 1위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은 이미 선주가 떠나야 할 항만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곳은 주거비가 비싸기 때문에 많은 선주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이럴 때에 항만을 개방하게 되면 외국 선주와 선박관리회사들이 신속하게 국내 거점항만으로 옮겨올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거점항만이 개방된 항만으로 변화한다면 금전적인 어려움에 처한 국내 선주는 물론 큰 자본을 투자하고도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여 경비지출을 부담스러워 하는 외국 선주들은 국내 거점항만으로 대부분 눈을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국내 바다를 싱가포르처럼 개방하고 선주와 선박관리회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One Stop Service) 국내 거점항만에는 많은 일자리가 생기게 될 것이며, 많은 선주와 선박관리회사가 몰려들 것이다. 여기에 24시간 운영하는 공항이 가세한다면 글로벌 물류와 금융의 허브 여건이 자연적으로 마련되지 않겠는가.

선박이 항만에 입항해서 선박 정비와 수리, 선박매매, 선박검사, 선원교대, 연료유보금, 선용품 구매, 선박부품 구입 및 보관 등 보안상의 이유라 하더라도 선주에게 주는 불편사항이 있다면 항만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항만은 새 생명, 즉 튼튼한 해양산업 생태계를 탄생시키는 보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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