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특색 이용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어촌에 활기 불어넣다!
마을 특색 이용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어촌에 활기 불어넣다!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10.27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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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 노곡리 일반농산어촌개발 지역역량강화사업 현장
▲조성덕 노곡리 이장과 주민, 참여학생들이 태양열과 모션센서가 탑재된 우체통을 들고 있다
▲조성덕 노곡리 이장과 주민, 참여학생들이 태양열과 모션센서가 탑재된 우체통을 들고 있다.

[현대해양] 관점의 변화로 정체된 어촌마을이 생기를 되찾고 있다. 쇠퇴해가는 어촌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마을이 가진 대나무숲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대나무 등(燈)’을 만들고 나아가 ‘태양열 우체통’까지 개발했다. 이를 통해 마을 주민의 안전과 심미적 경관, 관광객을 이끌 수 있는 요인을 만든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을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끌며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점에 호평을 받고 있다. 주민들의 의지와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정책적 지원이 있다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어촌마을의 잠재력을 보여준 사례다.

지난 19일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노곡1리 마을회관에서 삼척시(시장 김양호) 주최, 한국어촌어항공단(FIPA, 이사장 최명용) 주관으로 ‘현장맞춤형 어촌현장포럼’을 실시했다. 이 행사는 도시농산어촌개발 분야 공공컨설팅 전문기업인 ㈜신농씨(대표이사 문경희)가 용역의 전반을 맡아 진행했다.

 

변화가 준비된 노곡리 마을

지난 20일 오전 10시. 노곡1리 주민 30여 명이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측정한 뒤 마을회관에 모였다. 지난 7월부터 역량강화사업 일환으로 리더교육을 받고 주민 스스로 불편사항을 이야기하며 얻어낸 개선사항에 대한 결과물을 보기 위해서이다.

▲19일 노곡리 마을회관에서 강동선 한양여대 교수가 현장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노곡리 마을회관에서 강동선 한양여대 교수가 현장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노곡리는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조그만 어촌마을로 총 가구수가 70가구가 조금 넘는다. 이마저도 마을에 있던 2008년 호산초등학교 노실분교가 폐교되며 가구수가 절반으로 줄었으며 대부분 고령의 노인인 상황이다. 또한, 근처 삼척시까지 30km밖에 되지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시간 이상 걸리는 외딴 마을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장을 보거나 병원을 가는 등 기본 생활을 누리기에 너무 불편한 상황이라고 했다. 설상가상 인근 호산리 소재 삼척화력발전소 때문에 비가 내리면 마을에 검은 재가 떠내려가는 게 보일 정도로 고령화된 주민들의 건강도 걱정이라고 한다.

또한, 마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설치 시, 한국전력에서 일부 마을주민에게만 보상을 적용해 마을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성덕 노곡리 이장은 일부가 받은 보상을 노곡리 주민 전부에게 다시 나눠주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곡리 주민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마을발전을 위한 뚜렷한 공동체 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노곡리 주민들의 이러한 마을에 대한 애정이 금번 현장 맞춤형 대국민 현장포럼 및 업사이클링 경관개선 시범사업을 만나 빛을 발하게 됐다. 조 이장은 “전반적으로 나이든 주민들이 많지만 마을 환경이 개선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했다. 이처럼 노곡리 주민들은 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인 업사이클링 경관개선 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마을을 바꿀 준비가 된 상태였다.

 

대나무로 노곡리를 밝히다

주민들의 의지만 있다고 노곡리 마을을 개선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마을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직접 실행까지 옮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삼척시와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추진한 어촌테마마을조성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 주관 ‘2020년 삼척시 일반농산어촌개발 마을역량강화사업’의 일환이다. 어촌마다 가지고 있는 특색을 활용한 테마와 이야기가 있는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촌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관광객 유입요인 제공 등 경제적 가치 창출 등을 기대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진행 전반을 맡은 용역사에서는 주민들과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 더불어 2019년 보령시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제14회 어촌마을 전진대회 바다가꿈 프로젝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동선 교수와 한양여대 디자인과 및 대학생 3명이 참여해 사업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야심한 밤이나 새벽 일찍 일터에 나갈 때 어둠으로 인해 이동에 큰 불편을 겪기에 야간조명을 설치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특히 단순히 불을 비추는 조명이라는 수단에서 끝나지 않고 마을의 특색을 살리는 기능적·미적 기능까지 고려했다. 그 결과, 항구 내에 방치된 폐밧줄과 노곡리만이 가진 대나무숲을 이용해 대나무등을 만들고 집 앞을 밝혀줄 우체통까지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정해진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강동선 교수 지휘 아래 한양여대 산업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참여해 디자인에는 생소한 마을주민들의 의견들을 반영했다. 이 과정 속에서 젊은 사람을 찾기 힘든 마을에 활력이 넘치기도 했다.

▲폐밧줄과 노곡리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태양열 대나무등
▲폐밧줄과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노곡리 태양열 대나무등

노곡리만의 특색을 담기 위해 수차례 서울과 노곡리를 오가며 서비스디자인 측면에서 사업을 진행한 강동선 교수는 “도시생활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고령화 된 어촌마을이지만, 노곡리 어촌마을의 차별화된 ‘대나무숲’이라는 자연을 주제로 어르신들의 ‘안전’과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을 전달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동선 한양여대 교수와 학생들이 우체통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강동선 한양여대 교수와 학생들이 우체통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한편, 이 조명들은 태양열과 모션센서를 사용해서 효율성과 수명까지 동시에 고려하는 세심함도 엿보였다. 대나무등은 꾸준히 빛을 발하기 위해 모션센서를 설치하지 않았다.

 

성공적 디자인으로 첫 단추,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조성덕 노곡리 이장과 학생들이 제작한 태양열 우체통
▲학생들이 제작한 태양열 우체통을 조성덕 노곡리 이장이 들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 19일 노곡리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현장 포럼을 진행했다. 지난 7월부터 리더십·디자인 교육과 인식개선 활동 등 다양한 여정의 결과물을 보는 순간이었다. 

참관했던 노곡리 어촌 주민들은 마을특성을 잘 반영시켜 만족하는 반응이었다. 조 이장은 “이장으로서 깔끔한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금번 사업을 통해 마을이 한층 정돈될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장포럼에 참석한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밧줄이 삭을 수도 있으니 개선책을 생각해보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한편, 이 사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컸다. 코로나19로 한양여대 디자인과 학생들이 전부 참가하지 못했지만 지역개발에 관심 있는 소수의 학생들이 금번 현장 포럼에 참가해서 남다른 경험을 했다. 박재윤(한양여대 산업디자인) 학생은 “평소 사회적 가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지역개발이라는 가치창출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경험하며 가시적 결과를 얻은 것 같아서 뿌듯하고 많은 것을 배운 활동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주형(인하대 정치외교학) 학생은 “삼척 노곡리 환경개선활동은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대학생·청년의 발걸음은 고령화 어촌 발전의 시작이며 이번 경험으로 상생의 기회를 보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지수(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 학생은 “성공적인 지역 정책 및 디자인 고안을 위해서는 해당 정책이 그 지역의 역사, 지리, 문화와 잘 맞물려야 함을 알게 됐고, 중앙중심적 정책접근보다 지역밀착적 접근이 바탕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국어촌어항공단 이서구 팀장은 “이번 조경경관 디자인 및 설치 작업을 통해 사업의 첫 단추를 끼웠다”며 앞으로 노곡리 사업을 더욱 확대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곡리 주민들은 단순히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키면서 특유의 매력을 가진 어촌마을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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