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해양수산부 ‘대외비’ 감척사업
⑨ 해양수산부 ‘대외비’ 감척사업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0.10.13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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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해양수산부 소속 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우리나라 주요 수산생물종에 대한 기초 생태학 정보를 담은 ‘생태와 어장’이라는 단행본을 5년에 한 번 정도 발간을 해왔다. 우리가 즐겨 먹는 바다 물고기들의 산란, 성장, 서식지, 계절 회유 등 기초 생태 정보를 잘 요약한 책이라 낚시인들은 물론 연구자들도 수시로 참고하는 유용한 책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초 생태학 책이 ‘대외비’가 되어 해양수산부 공무원들만 볼 수 있고 나 같은 지방국립대학 선생은 더 이상 구할 수도 볼 수도 없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외부로 공개된 이 책은 인터넷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후 무슨 큰 사변이 났기에 갑자기 ‘대외비’가 되었는지 해양수산부의 그 깊고 은밀한 사연은 도저히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연근해어선 감척사업이나 총허용어획량(TAC)제도와 같은 우리나라 주요 수산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보고서도 대부분이 대외비로 분류되어있다. 설령 상식에 반하는 희한한 수산정책이 나오더라도 그런 정책들이 어떤 과정을 겪어서 왜 나오게 되었는지 가늠할 길이 없다. 또 누가 그런 수산정책들을 뒷받침하는 연구를 했는지 알기가 힘들어, 관련 학회 등을 통해서 직접 만나 궁금한 점을 서로 묻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 공론화시켜서 어업인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바로 알리고 설득을 해도 모자랄 정부 부처에서, 이런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비밀주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도 못했고 벗어날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수산관련 자료가 ‘대외비’?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수산관련 자료와 간행물에 온통 ‘대외비’라는 딱지를 마음껏 붙이는 해양수산부 관행에도 그럴듯한 이유는 다 있다. 그런 정보가 공개되면 한일어업협상에서 우리 정부 협상단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매년 나오는 핑계이다. 그러나 지난 호 글에서도 ‘소탐대실’이라고 설명했듯이, 일본 연안에서 우리나라 어선이 들어가서 고작 갈치 몇 천 톤 더 잡게 해달라는 그 한일어업협상을 위해서 연 100만 톤 규모의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에 대한 정보를 모두 ‘대외비’라는 딱지를 붙여, 어업인은 물론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자들도 볼 수 없게 원천 차단시켜놓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주요 수산정책의 근거가 되는 연구보고서이다. 과학을 하는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론으로 자연이나 사회 현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또 상호 비평과 토론을 통해서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과 충고를 받아들여 학문을 발전시켜왔다. 이런 연구보고서가 ‘대외비’로 수십 년 분류되어 왔다면 그 관련 연구 방법론은 그 동안 이런 상호 비평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낡았거나 지금은 엉터리로 판명된 옛 것을 그대로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연근해 감척사업을 한번 보자. 수산자원 회복과 조업구역 축소에 대한 보상을 목표로 해양수산부가 1994년 이래 연근해어업 구조조정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또 1999년 한일어업협정, 2001 한중어업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협정 영향을 받은 어업 어선에 대하여 추가 감척사업을 추진했고 1999년부터 2004년까지 감척사업은 일반감척사업과 국제감척사업으로 나누어 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2월호 현대해양 첫 연재에서도 썼듯이, 2016년에 우리나라 연근해 어획고가 100만 톤 밑으로 내려간 게 문제가 된다면, 어획고를 다시 100만 톤 이상으로 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세상이나 자연현상을 복잡하게 보지 않고 쉽고 단순하게 보려고 한다. 고기를 잡으려면 어선이 필요하다. 어선이 0척이면 어획량은 0이다. 또 어선 1척이 잡는 것보다 2척이 잡는 것이 더 많은 고기를 잡는다. 어선수가 많아져야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어선수를 줄이는 감척사업으로 장기적으로 연근해 어획고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노령화와 어가 수 감소로 수산업 자체가 사양길인데 이런 감척사업은 빨리 뛰어내려 죽으라고 뒤에서 등을 미는 격이다. 게다가 수산자원 보호한다고 온갖 규제들을 새로 만들어내어 기존에 하던 어업까지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식에 반하는 정책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수산학을 전공한다는 나도 잘 모르는데 어업인들이나 다른 분야 연구자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림1. 눈속임 상관관계 (spurious correlation)
그림1. 눈속임 상관관계 (spurious correlation)

어획노력량과 수산자원량 추정

어가 경영 악화 등 경제적인 이유로 업종에 따라 부분적인 감척사업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 연근해 전체 수산자원량을 늘이겠다고 정부가 나서 어선수를 줄이는 것은 여전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이런 감척사업을 해양수산부에서 왜 추진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이라도 해보려고 인터넷으로 공개된 관련 보고서와 언론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결론은 엉터리 통계 분석을 한 것이 그 원인으로 보였다. 내 짐작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대학생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어획노력량과 수산자원량 추정 관련 기초통계를 간단히 설명해본다.

그림 1에서 (가)는 변수 X와 Y 모두 70에서 100사이 숫자를 주사위 던지는 것과 같은 행위인 무작위로 뽑아서 그린 것이다. 따라서 X와 Y 상관관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와 약 0. 당연히 X와 Y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상관관계라고 하는 것은 X가 증가할수록 Y도 증가하면 그 값이 1에 가까워지고, 반대로 X가 증가할수록 Y는 감소한다면 그 값은 -1에 가까워진다. X와 Y 증감이 서로 관련이 없을수록 상관관계는 0에 가까워진다.

 

(나)는 (가)에서 그린 값들 그대로 가져와 Y를 X로 나눈 Y/X 를 Y축에 두고 그려보면 이 때 상관관계는 -0.7로 유의하게 나와서 X가 커질수록 Y/X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빵이 10개 있는데 2명이 나누어 먹을 때보다 5명이 나누어먹을 때 한 명이 먹을 수 있는 빵 수는 줄어든다는 당연한 이야기다. 나누어주는 값 X가 커질수록 Y/X값이 작아진다는 뻔한 이야기다.

(다)를 보자. 이젠 X를 어선수나 무게와 같은 어획노력량이라고 두고 Y를 연도별 어획량이라고 두면 Y/X 는 단위노력당어획량(CPUE)라고 해서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자원량의 지표가 된다. 만약 어획노력량(X)이 해마다 일정하게 증가하게 했다고 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산자원량Y/X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다.

수학식으로 말해보면 Y/X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줄어든 이유는 X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X와 Y는 실제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기초통계학에서는 이것을 ‘눈속임 통계학’(spurious relationship)이라고 한다. 이런 시간과 공간에 따른 관련성이 높은 변수들은 해석할 때 대단히 조심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어획노력량 X가 어떻게 변했는지 추정한 공개 연구보고서들을 보면 실제 X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고 모두 평가하고 있다 (<그림 2> 참고). 어선톤수로 보나 마력수로 보나 모두 꾸준히 증가했다. 따라서 어획노력량 X가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에 수산자원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그림 3>과 같은 그림은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다. 또 감척사업으로 X가 줄어들면 수산자원량은 2004년 이후로 다시 늘어난다는 그럴듯한 그림도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림 4> 참고).

그러나 지난 현대해양 2020년 2월호 컬럼에서도 설명했듯이 단위면적당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단위면적당 수산자원량을 증감시킬 수 있는 해양생태계 변동요인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는 전무하다. 지구는 아직도 태양 주위를 그대로 돌고 있으며, 수산자원량을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태양빛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산자원량은 해마다 일정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어획노력량이라는 불확실한 변수를 가지고 수산자원량이 줄어들었다는 이런 연구보고서들은 그 방법론을 외부 전문가들이 검토를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지금 모두 ‘대외비’로 감추고 있다.

<그림 2>에서 알 수 있듯이, 어획노력량 X라고 하는 것은 어선 톤수나 마력으로 할 때 서로 차이가 조금씩 난다. 어업자료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낚시를 할 때 모든 사람이 똑 같은 수의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다. 많이 잡는 낚시 전문가도 있고 한마리도 못 잡고 허탕치고 오는 초자도 있는 것처럼 어선어업도 마찬가지이다. 믿을만한 어획노력량 X 수치를 추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안고 수산정책을 펼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수산학은 다른 어떤 학문보다 불확실성 처리 문제를 가장 먼저 고민했고 지금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을 일반인들이나 정책개발자들이 잘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태풍 진로 예보 가지고 해마다 기상청이 동네북이 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것만 봐도 불확실성을 이해 못하는 과학문맹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을 잘 엿볼 수 있다.

 

기후변화에는 유연한 수산정책이 효과적

정리를 하면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큰 변화없이 거의 일정했지만, 어획노력량이라고 하는 것은 그 불확실성에도 꾸준히 증가했고, 최근에는 감척사업이나 노령화 등으로 다시 줄어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불확실한 어획노량량 자료를 토대로 수산자원량이라는 것이 꾸준히 줄어들었으니 다시 늘려보겠다는 잘못된 목표이다. 수산자원량은 변하지 않았다.

어차피 일정하게 정해진 수산자원량이라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소득과 가치를 장기적으로 최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 수산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줄어들지도 않은 수산자원량을 애써 늘리겠다면서 펴는 감척사업과 같은 정책과 규제들은 다시 검토해서, 더 이상 어업인들이 복잡한 규제에 따른 경영 악화 때문에 어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수산자원량은 장기적으로 일정하더라도 개별 어종 어획고는 크게 변동을 해왔다. 따라서 기후변화 등으로 많이 잡히는 어종 우점종이 크게 변동하면 한 업종이 새로운 어종을 어획 대상으로 쉽게 잡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내리막 수산업을 다시 살리는 길이다. 기후변화에는 유연한 수산정책이 효과적인 대응방법이다.

 

투명함이 수산업을 살린다

해양수산부, 특히 국립수산과학원이 관련 정책 연구보고서를 ‘대외비’로 분류해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겉으로는 한일어업협정이지만 실제는 어떤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모든 것을 공개하는 기상청은 대통령도 나서 두들기는 동네북이 되는 우리나라 연구 풍토를 보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비평과 비판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숨기고 감추기에는 우리나라 수산업이 위기이다. 낡은 사고방식, 낡은 방법론, 고령화된 어업인, 줄어드는 어가 수, 나날이 악화되는 어업 경영, 수산업을 죽이는 헛방망이 정책들을 극복하는 첫 걸음은 투명한 정보공개라고 나는 본다. 일반인들과 외부 전문가들의 비평과 상호 피드백을 통해서 우리나라 수산업과 수산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에서는 지금 ‘대외비’로 묶인 수산 관련 자료와 간행물들을 공개해줄 것을 다시 간곡히 부탁한다. 투명한 수산이 수산업을 다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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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20-10-15 10:25:29
수산자원량을 추정함에 있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CPUE의 문제점과 한계를 인정할 수 있을까?
수산자원의 변동에 관련된 핵심 10개 사항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 정보가 아직도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수산자원량을 아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지만 매우 어렵다.
수산자원량의 정확한 평가는 수산업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