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5] 북한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5] 북한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할까?
  • 한수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10.1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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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군포로 손해배상 사건
한수연 변호사

<스물다섯 번째 여행의 시작>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법적으로는 가능하겠지’ 하면서도 막상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무언가 막연한 느낌이 드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사건들, 흔히 말하는 선례가 될 사건들을 하다 보면 소장을 쓰면서도 다른 사건에 비해 확신이 좀 떨어지고, 법원에 가서도 재판장을 설득할 일이 걱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실제 법정에서 재판장들을 보면,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 아닌가요’ 하면서 원칙대로 받아주고 판결도 내려주니, 그렇게 승소를 하게 되면 기쁨은 또 두 배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 국민이 북한에서 잔혹하게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너무나 야만적인 행태입니다. 그런데, 특히 우리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위 사건처럼 북한에 의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직접적인 공격을 받기도 하고, 북한으로 인해 조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피해를 보상받을 방법이 있을까요?

이 사건에서 A, B는 6.25 전쟁 당시 국군포로로 북한에 억류되었습니다. 이후 A, B는 50여 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겨우 탈출에 성공하여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간의 피해에 대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A, B는 북한을 상대로 승소를 할 수 있을까요?

 

<쟁점>

우리나라 국민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다37382 판결>

북한은 A, B에 대해 각각 2,100만 원씩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판결의 의의>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에는 이론적 측면에서 몇 가지 쟁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북한이 외국이라면 소송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원래 다른 나라를 상대로는 소송을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북한이 만약 외국에 해당한다면 소송을 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려워집니다.

둘째, 북한에 서류를 전달할 수 있는가입니다. 소송을 하려면 소장 등 소송서류를 전달하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북한에 서류를 보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셋째, 승소를 하더라도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 판결은 강제집행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상대방이 순순히 돈을 주지 않는 이상, 실제로 돈을 받기 위해서는 압류, 경매 등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과연 북한을 상대로 이렇게 할 수 있는가가 문제됩니다.

이 사건은 북한이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구한 선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북한은 A, B에게 각각 2,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여 A, B의 승소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우리나라 영토에 속하는 지역이니 외국이 아니라고 보아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초기에 법원은 여러 방식으로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실패하였습니다. 결국 공시송달, 그러니까 상대방의 주소 등을 알 수 없어 통상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송달할 수 없어 법원에서 송달할 서류를 보관하고 그 사유를 공시하여 송달한 것으로 보는 방식을 사용하여 재판을 계속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 ‘과연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하나, 둘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법원은 북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물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하지 않아 결국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스물다섯 번째 여행을 마치며>

제가 ‘대북한 손해배상 채권의 구제 방안 연구’라는 논문을 낼 당시만 해도 역시나 많은 분들이 이론적으로야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이 가능하겠지만 실제로는 송달 문제 등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에서 이미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 및 승소 판결이 상당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측면’에서 용감한 분들에 의해 실제로 소송이 진행되었고, 법리에 따라 판단해 주신 법원의 결단에 의해 이제 선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판결의 뒤를 이어 유사한 소송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세 번째 쟁점, 즉 판결을 어떻게 집행하여 실제 돈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북한에 보내기 위해 모아둔 저작권료(북한 작가도 우리 대한민국 헌법상으로는 우리나라 국민이어서 저작권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관련 저작물을 사용한 경우 북한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여야 하는데, 북한에 직접 돈을 줄 수는 없어 따로 모아 보관하고 있습니다) 등에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북한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어민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고통만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정도의 손해라면 우리나라 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를 할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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