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_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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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송우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20.10.13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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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소설 「도둑섬과 김장군」에 나타나는 영웅담

[현대해양] 향파 선생은 평소에도 <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바다를 볼 수 없는 육지에서 태어나 자란 향파 선생이 바다를 만나고 바다 속 섬을 경험하면서, 섬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창작했다. 「도둑섬과 김장군」도 이에 속하는 한 편이다.

소위 영웅담은 청소년들에게는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이 위기에 빠져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르지만 갑자기 출현하는 구원자에 의해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은 긴장과 흥미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향파 선생의 「도둑섬과 김장군」은 이런 류에 속하는 소년 소설이다.

「도둑섬과 김장군」은 《국제신보》에 1963년 2월 2일부터 1963년 7월 13일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신문연재에는 『도둑섬과 김장군』이라는 제목과 함께 소제목으로 ‘톡톡 할아버지’라 명기되어 있다. 이는 1960년대에 향파 선생이 ‘톡톡 할아버지’란 제목으로 부산문화방송에서 어린이들에게 방송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던 시절이라 그 흐름의 하나로 이 작품을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 전체는 경어로 된 서술체로 기술되어 있다.

영웅담은 이야기의 흐름에서 위기의 상태가 계속되지만, 그럴 때마다 누군가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점에서 틀에 박힌 서사구조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영웅담은 1) 고귀한 자제 → 2) 비정상적인 잉태 → 3) 비범한 능력 → 4) 위기 죽을 고비 → 5) 위기극복 → 6) 다시 위기 → 7) 위기극복 후 승리로 종결된다. 영웅담의 기본 서사구조는 이런 흐름을 가지지만, 이야기의 형태에 따라 그 과정에서 약간의 변형은 있다.

「도둑섬과 김장군」의 경우는 2) 비정상적인 잉태과정은 없지만 그 외의 서사구조는 일반적인 영웅 서사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이야기의 발단은 김 정승 집에서 태어난 김재승이란 8살 되는 아들이 이 정승집 딸 아이의 생일축하에 참석하러 가마를 타고 가는 장면을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두 정승 사이에는 두 아이가 앞으로 성장하면, 결혼시키기로 합의한 지 오래 되었다. 두 집안 아이들의 미래는 그렇게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는 듯했다. 그런데 김재승이 이 정승의 딸과 함께 생일상을 받아 막 먹기 시작하려는 순간 김 정승의 하인이 급하게 달려와서는 김 정승이 도둑에게 살해당하고 어머니까지 잡혀갔다는 비보를 전한다.

그래서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온 김재승은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가 도둑들에게 잡혀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 도둑들을 찾기 위해 홀홀단신으로 길을 떠난다.

아버지의 장사를 마친 다음 날 김 소년은 간단한 행장 하나를 등에다 짊어지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도적을 찾아 아버지 어머니의 원수를 갚자 하는 것임은 말할 것이 없다.

여기서부터 김재승에게는 고난의 시간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붙잡아간 원수를 찾으러 나섰지만, 도적의 떼가 몇 명이나 되던 것인지 또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내빼 간 것인지 또 어떻게 생긴 얼굴을 가진 자들인지 알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가들과 이웃 어른들은 지성으로 김재승을 말렸다. 그러나 그는 이를 다 뿌리치고 먼 길을 떠났다. 산길을 가다가 곰을 만나 싸우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나 그를 구해 주고는 한 사람의 동행자를 만나게 된다. 그 소년도 아버지가 도둑들한테 찔려서 죽고 어머니를 납치당한 뒤 혼자 사는 박군이었다. 자신과 사정이 똑같은 동지를 얻게 된 것이다. 김 소년과 박 소년은 그 자리에서 형제의 의를 맺고는 둘이서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길이 끝나고 강을 건너야 하는 곳에 이르러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된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배가 물에 빠져들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배가 물에 잠겨 강물에 빠져 두 소년은 정신을 잃게 된다.

김 소년이 정신을 차려 간신히 눈을 떠 보니 옆에는 자기 또래쯤 되어 보이는 소년 하나가 앉아서 물에 축인 수건을 이마 위에다 얹어 주고 있었다. 이 소년도 도적 떼의 칼에 찔려서 아버지 어머니가 다 돌아가시고 하나 있던 누나까지 잡혀가고 없었다. 이 소년의 형편도 꼭 자기와 같았다. 습격해 왔던 도적 떼란 것도 영락없는 김재승의 아버지를 죽인 그 도적들이라 확신했다. 김 소년은 이 정 소년과도 형제의 의를 맺고, 두 소년은 다음 날 행장을 차려 짊어지고 또 길을 떠났다.

두 소년은 길을 걷다가 또 먼젓번에 김 소년과 박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큰 나루 하나를 건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역시 전날이나 다름이 없이 임자 없는 배를 타고 건너가다가 배가 한중간쯤도 못 간 지점에서 별안간 이는 바람에 넘어지고 만다. 돛대는 부러지고 배는 파선하고 만다.

물에 빠져 휩쓸린 김 소년은 어떤 섬에 가 닿았다. 그런데 그 섬이 도둑섬이었다. 그곳에서 한 할머니를 만나고 그 섬의 진상을 듣게 된다. 이 섬에 살고있는 도둑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붙잡아간 자들임을 확인하게 된다. 도둑섬에서 죽음의 위기가 있었지만 할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모면하게 된다. 이 섬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섬이기에 김 군은 숨어 살 수밖에 없다. 숨어 사는 동안 도둑의 아들을 만나게 된다. 그 아들을 통해 도둑섬 나라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그런데 이 도둑 아들은 아버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를 죽여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은 의기투합해서 도둑섬의 왕을 죽이기로 결심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도둑 아들이 제안한 것은 지금은 힘이 약하니 육지에 나가 무술을 익혀서 섬나라 도둑 왕국을 쳐부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김 군이 바다를 건너 육지로 가는 도중에 다시 한번 시련이 닥쳐온다. 김 군이 탄 배가 공중으로 날렸다가 다시 퉁! 하고 떨어지는 순간 꼭 물속에 빠지는 순간을 맞은 것이다. 그 순간 눈앞에 다른 배 한 척 나타나 그 배에 타고 있던 이상한 노인이 김 군을 구해주었다. 그리고 구름을 타고 깊은 산속으로 데리고 가서 무술을 가르쳐주었다. 몇 년 동안 무술을 배우고는 실험도 해보았다. 그리고는 도술도 익혔다. 이렇게 무술과 도술을 익힌 16살 되던 해에 도둑떼들이 나라에 쳐들어와 임금까지 사로잡히게 될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김 군은 구름을 타고 싸우러 나가게 된다. 그는 임금이 포위되어 있는 대궐로 달려가서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도둑떼들이 에워싸고 있어 도저히 대궐로 진입할 수 없었다. 그는 무술로 대궐로 들어가 임금을 만나고, 임금으로부터 대원수의 직함을 받고는 싸우기 시작했다. 변신을 해서 적진으로 침투한 김 장군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대궐로 돌아와서 대적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결국 김장군은 임금과 함께 종자기섬으로 피난을 하고. 나중에는 하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위기를 넘겨 결국 도사의 도움으로 도둑섬의 적군을 무찌르고 어머니를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힘보다는 결국 도사로 불리는 초월적 힘을 지닌 자의 도움으로 적군을 물리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영웅담이다.

이렇게 향파 선생은 영웅담을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려고 했다. 희망과 꿈을 간직하게 하는 것, 이것이 인문학이 지닌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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