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꾼 자율관리어업의 ‘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자율관리어업의 ‘힘’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10.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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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마금자율관리공동체

[현대해양] 날로 악화되는 환경변화로 어장이 위협받고 있다. 보다 나은 어장환경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자율관리어업’의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바다환경을 관리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업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어업인들 스스로가 공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참여를 유도해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공동체 위원장의 리더십이 합해져야만 비로소 온전한 ‘자율관리어업’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자율관리어업을 모범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공동체가 있었다. 바로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에 위치한 마금자율관리공동체(마금공동체)가 그곳이다.

 

너른 갯벌의 바지락 마을

김충환 위원장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바지락 채취 작업 시각에 맞춰 반농 반어촌 마을인 마금공동체를 찾았다. 농지를 사이에 두고 난 꼬부랑 흙길을 10여 분 정도 달렸을까.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던 갯벌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방문계획을 미리 전한 터라 차에서 내리자마자 김충환 마금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과 김미자 사무장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는 오전 8시부터 바지락 작업이 시작되니 서둘러야 한다며 트럭에 타라고 손짓했다.

차량에 탑승하자 김 위원장은 여기서부터 3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본격적인 바지락 작업장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28ha(228만㎡)의 드넓은 갯벌이 마금공동체의 작업장. 워낙 넓기에 갯벌에서 갯벌로 이동하기 위해 공동체 회원들은 트랙터나 차량을 이용한다.

작업장으로 향하는 길. 갯벌은 서서히 물이 빠지고 있었다. 사전에 김 위원장이 공동체 회원들에게 구역을 나눠 바지락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고지했기에 한 줄로 이어지던 트랙터 행렬이 갯벌 가운데를 기점으로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두 방향으로 나뉘어 트랙터들이 갯벌을 줄지어 달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업장에 도착하자 공동체 회원들은 하나 둘 장비를 챙겨 바지락 채취를 시작했다. 공동체 회원 A씨가 자리를 잡고 갈고리를 이용해 모래를 뒤집기 시작했다. 두어 번 갈고리질을 하자 갯벌에 숨어있던 바지락이 곧바로 모습을 보였다. A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옹골찬 모양의 바지락만을 쏙쏙 골라 준비해온 대야에 하나둘씩 담기 시작했다.

마금공동체는 자율관리어업 중 자원관리사업의 일환으로 크기가 작은 바지락은 채포하지 않는다. 법적인 규제는 없으나 공동체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바지락 자원을 위해 3cm 이상 크기의 바지락만 채포하고 있다. 채포금지 기간도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설정해 준수하고 있었다. 마금공동체의 자체적 바지락 조업 금기 기간은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다. 생산량 조절 및 어장 휴식년제도 자원관리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마을 바지락 작업 당일, 공동체 회원 1명당 채포할 수 있는 바지락은 최대 60kg. 또 어장 228ha 중 20ha는 1년 단위로 휴식년제가 추진된다.

자율관리어업활동을 시작하기 전인 3년 전, 마금어촌계는 해류의 변화, 계속해서 발생하는 해양쓰레기 문제로 매년 골머리를 앓아 왔다. 바지락 작업을 하던 어촌계원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바지락 크기도 줄고 수도 줄어들고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김미자 사무장은 “자율관리어업 이전에는 해양 쓰레기 문제로 어장이 손실되고 바지락 생산량 또한 감소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었다”라고 설명했다.

바지락 채취 작업
바지락 채취 작업

위기를 기회로

마금공동체는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실시해 온 자율관리어업활동으로 어려운 어장 환경을 개선시켰다. 자원관리뿐만 아니라 어장관리를 위해 월 1회 이상은 반드시 갯벌을 청소한다. 마금공동체가 지난해에만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약 30톤에 달한다. 또한 바지락 종패를 방류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기에 마금공동체 바지락 수확량은 2017년 223톤에서 2018년 780톤, 2019년에는 786톤으로 2년 만에 252%가 증가했다. 판매액 또한 2017년 대비 작년 기준 222%가 증가한 21억 6,000만 원을 달성했다. 지난 8월에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20년 전국 자율관리어업공동체 평가’에서 우수 공동체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마금공동체의 우수한 실적 뒤에는 아픈 과거가 있었다. 2009년부터 자율관리어업에 참여했으나, 전임 어촌계장이 바지락 납품 업체들과의 복수 계약을 진행해 상대 업체로부터 계약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액 등을 보상해 주어야 했던 것. 당시 마금어촌계는 13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전임 어촌계장의 해임이 결정되고 신임 김충환 위원장이 선출되며 마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또 충남수산자원연구소의 설득 끝에 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자율관리어업을 진행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면서 깨끗한 어장과 풍부한 바지락을 생산해 낼 수 있었다. 이 같은 변화가 보이자 의심을 품고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어촌계원들도 하나 둘 자율관리어업공동체에 들어 동참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초반에는 어촌계원들의 참여율이 35%로 저조했지만 현재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는 90% 이상이 자율관리공동체에 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을 통한 일심동체 화합으로 부채 13억 원 중 10억 원을 변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바지락 종패 살포 작업
바지락 종패 살포 작업

자율관리어업의 ‘힘’

작업이 2시간 정도 이어졌을까. 공동체 회원들이 정신없는 바지락 채취를 이어가는데 서서히 갯벌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서둘러 작업을 마무리하라는 갯벌의 신호다.

공동체 회원 B씨는 물이 서서히 차오르자 지적 장애를 가진 C씨에게 다가가 그의 작업 마무리를 먼저 도왔다. 김 사무장은 “지적 장애가 있는 C씨가 트랙터도 없이 갯벌 작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B씨가 자진해서 그를 작업장까지 태워주겠다고 나섰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C씨를 챙겨주는 B씨를 보며 우리가 진정한 공동체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갯벌에서 나오는 길에 김 사무장은 창밖을 가리키며 “지금 갯벌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죠? 3년 전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해양쓰레기가 갯벌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어요”라며 웃어 보였다.

마금공동체는 완전히 바뀌었다. 자발적인 자율관리 어업으로 회원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신뢰가 회복되면서 공동체 활동은 매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에도 바지락 종패를 방류하고 저질 개선 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해 우리 공동체원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라며 이어 “바지락 가공공장도 신축할 계획이다. 공동체 진입 장벽 완화로 귀어인 영입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로를 도와가며 바지락 작업을 진행하는 마금공동체 회원들
서로를 도와가며 바지락 작업을 진행하는 마금공동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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