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대한민국 번영, ‘바다’에서 찾아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대한민국 번영, ‘바다’에서 찾아야”
  • 대담_송영택 발행인, 글·사진_박종면 기자
  • 승인 2020.10.08 08:31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늘 바다, 국민과 함께한 ‘아덴만의 영웅’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국민대 석좌교수). 사진=박종면 기자

[현대해양] 지난달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공무원이 서해에서 표류하다 위험에 처해 있는 여러 시간 동안 우리 해군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2011년 1월의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됐던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장면을 떠올렸다. 당시 저 먼 동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던 우리 선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달려갔던 해군 청해부대. 그리고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불리는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선원들을 극적으로 구해낸 ‘아덴만의 영웅’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당시 해군작전사령관)을 생각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3년 뒤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곧장 진도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23일간 머무르며 희생자 수색작업을 지원했다. 앞서 2007년 태안 유류사고 때도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 태안으로 달려가 해상 방재작업을 도왔다. 이처럼 국가와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언제 어디건 달려가 국민과 함께했던 황 전 참모총장은 특히 세월호 사고 당시 가슴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아있다. 물론 그는 이후 군인이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시련을 겪기도 했다. 결국 세월호 사고 이듬해인 2015년 군복을 벗고 군을 떠나 법정에 서야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끝내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고 훈장까지 받는 놀라운 저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투철한 사명감과 애민사상(愛民思想), 인내로 점철된 아덴만의 영웅 황 전 참모총장은 경남 진해 바닷가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바다와 군함을 보며 자라 자연스럽게 충무공 이순신을 본받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이 됐다. 그리고 제독이 되고 최고 수장인 참모총장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군을 떠난 뒤에는 고향 진해를 위해 일하기 위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지난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당선자와 1.3% 득표차로 석패하긴 했지만 그의 고향 사랑, 바다 사랑은 식지 않고 활활 타올라 지난달까지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평생 바다를 떠나지 않았다”는 황 전 참모총장은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육지보다 바다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바다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국민들이 바다로 나온다(향한다)”며 “안전망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고 바다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안전망 구축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황 전 참모총장은 “미래 대한민국의 번영은 바다에서 찾아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황 전 참모총장(국민대 석좌교수)을 <현대해양>이 만났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국민대 석좌교수). 사진=박종면 기자

지난 4월 총선에서 득표율 48.9%로 선전했는데 군인에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근황을 듣고 싶다.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4.15 총선에서 48.9% 득표를 해, 1.3%차로 낙선했습니다. 처음 3개월 정도는 4.15 총선 이전에 대한 생각 뿐이었습니다. 거의 과반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저를 지지해주셨는데 더 세심하고 야무지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지금은 진해 발전을 갈망하는 분들을 위해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진해에서 더불어민주당 진해구 지역위원장을 맡아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군복을 벗고 정치를 할 생각을 한 것은 나고 자란 고향 진해에서 지역민들을 위한 봉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10년 전에 진해, 마산, 창원이 창원시로 통합되었는데 이후 시민(구민)들이 많은 소외감과 불이익을 느꼈습니다. 진해시민(구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 지역민을 돕겠다는 취지로 진해시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좋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서해어업관리단 직원 피격사건 軍 대응방법에 대해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비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우리 국민이 피격 위험에 처해 있는데 군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군은 군 나름대로 감청과 첩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분석하느라 시간이 걸렸을지는 몰라도 위급한 상황에 손 놓고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북에서 잘못된 정보를 흘렀을 수도 있고요. 다만 우리 국민 실종사실을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주변 선박에 빨리 알리고 북에도 알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북한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으니 우리 군이 제안하는 공동조사는 반드시 실시해야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진해신항(부산항 제2신항)이 기본계획 심의를 앞두고 있는데 지역민들의 불만해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과거 부산신항 건설과정에서 많은 진해시민(구민), 어민들이 생활터전을 잃었고, 보상이나 이후 지역 발전도 미미하여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신항이 부산 중심으로 개발돼 정부 정책에 대한 많은 불신이 생겼습니다.

제2신항은 제1신항과 달리 전적으로 진해에서 건설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진해신항이라는 명칭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과거에 불이익을 받은 여러 시민(구민), 어민들에게 진정한 아픔을 치유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과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특히 지역민이 신항 개발 과정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진해, 창원 지역에 물류단지 배후도시가 건설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이를 통한 진해시민 전체에 이익이 돌아가야 합니다. 또한 진해신항으로 진해인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 제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세월호 사고 같은 대형 해상사고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세월호 사고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라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과적, 고박 규정 미준수 등 여러 가지가 밝혀졌고, 또한 안전대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견해로 볼 때 선박활동, 해양에 종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자세, 지속적인 교육·훈련, 예방활동, 그리고 철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자산,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 정비를 통해 그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반응, 대응시간을 최소화 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고 유형별로 책임기관을 정하고 평시 인력양성을 하고 거점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건 동시다발적으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세월호 희생자 탐색 지휘
세월호 희생자 탐색 지휘

세월호 사고 때 노란 리본을 달아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세월호 사고 당시 해군은 SSU(해난구조대), UDT(수중파괴대), 구조함정 등이 동원돼 해경의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있었고, 저 또한 사고 이후 23일간 현장에서 독도함에 상주하며 군 지원 전력을 지휘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다 해서 구조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나갔는데 노란 리본을 달고 나갔습니다. 당시 실종자 가족과 아픔을 같이 해야겠다는, 실종자들이 수색작업을 통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이후에 군인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추모를 상징하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노란 리본을 달 수 있냐는 비난도 쏟아졌고 직접적인 원인인지 알 수 없지만 통영함 관련 검찰조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

2011년 1월 21일이었는데 그 때는 2010년에 연평도 천안함 도발로 안보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최영함이 소말리아 삼호주얼리호 인질을 구하기 위해 작전을 시도했다가 1차작전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합참의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우리 국민, 선원이 세계 어디에 있건 구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삼호주얼리호는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상태였고, 해적들은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훈련된 집단이었습니다. 다들 어려울 것이라 했지만 ‘우리 선원을 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우리 군이 구한다’는 일념으로 작전을 수행했고, 안보위기에 우리가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효과와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한 명의 희생도 없이 구출작전에 성공했는데 그 요인은 잘 훈련받은 작전요원들이 정말 잘해주었고, 석해균 선장이 바다에서 시간을 잘 끌어주었으며, 이국종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 또한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 또한 작전에 실패하면 옷을 벗겠다는 자세로 임했는데 작전 성공 이후 북한 도발도 없었고 한국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해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한다면?

해군은 기본적으로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 외에 국가번영을 지원하는 임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고 북한과 대적하고 있어 섬과 마찬가지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해외 물동량의 97% 이상이 바다를 통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는 세계 강국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한국 해군은 북한뿐만 아니라 이러한 국가들을 상대로 안보는 물론 국익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해군력보다 더 강한 해군력을 건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대양해군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 이지스함, 3,000톤급 잠수함, 해상초계기 등의 우수한 전력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주변국 해군력을 고려하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전쟁 억지력(抑止力)을 가져서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을 감히 위협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전략으로써 항공모함, 핵잠수함, 바다에서 쏠 수 있는 전략미사일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이 나아갈 방향은?

미래 대한민국의 번영은 바다에서 찾아야 합니다. 특히 국토가 협소한 나라가 생존하려면 바다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1970년대에 전혀 기반이 없던 상태에서 국가전략사업으로 조선업을 육성시켜 세계 1위 조선국이 됐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살길은 바다’라는 인식으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조선업과 함께 해운업을 발전시켜서 대한민국을 세계의 물류 거점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좋은 항만과 인프라가 구축돼야 합니다. 진해신항과 가덕도 신공항이 좋은 시작이라고 봅니다.

그 외에도 바다는 자원개발, 어업육성, 해양관광과 해양스포츠 등 무한한 보고(寶庫)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의 정책과 전략이 바다를 중심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소리 2020-10-09 22:44:45
큰 인물이니 한번 더 크게 쓰일 분입니다

박선영 2020-10-08 12:11:59
이런분께서 국회로 나아가지 못하여 못내 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