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부산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
‘갈팡질팡’ 부산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사업
  • 박종면·정상원 기자
  • 승인 2020.10.1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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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성공하려면 해수부 역할 중요

[현대해양]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지난달 28일부터 내달 13일까지 46일간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 대상 지자체 선정을 위한 4차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1개소를 선정해 오는 2021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지자체는 부산(2019년 1월), 경남 고성(2019년 8월) 그리고 전남 신안(2020년 1월)이다. 사업 모집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추가 1개소도 내년부터 스마트양식산업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첫 사업자로 선정된 부산시가 공모 당시 제출했던 기본 예비 계획서 ‘전면 수정’을 추진하고 있어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초 부산 기장군 일대의 공유수면을 매립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의 배후부지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으나 현재는 눈을 돌려 부산 신항 근처를 새로운 배후부지를 후보로 고려하고 있는 것. 테스트베드에서는 연구개발을, 배후부지에서는 가공·유통·수출 단지를 조성해 대규모 첨단 수산복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부산시가 양식 클러스터를 ‘뚝’ 떨어진 곳에 조성하겠다는 수정·변경계획을 밝히고 있어 총 1,600억 원이나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부산시가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는데도 해수부는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개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개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는 자동화 물결, 그리고 그린뉴딜(Green New Deal,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발전)정책으로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해수부 주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관으로 지난 2016년 11월 개최된 ‘미래양식포럼(KOREA SEA FARM FORUM)’을 통해 당위성이 알려졌다. 2016년 당시 미래양식포럼에 참석한 김재철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장(현 해양산업정책관)은 스마트 양식장 도입과 함께 양식 기업 등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해 양식수산물의 품질제고와 고부가가치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최윤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융합기획팀장은 ‘양식융합기술의 산업화 생태계 조성방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양식융합기술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IoT(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활용한 경제성 확보와 표준화를 통한 호환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2017년 12월 제2회 ‘미래양식투자포럼’에서는 김영춘 당시 해수부 장관을 비롯한 수산·정보통신·금융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인공지능 양식 클러스터 선도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첨단양식 성공사례와 투자가치를 집중 조명했으며, 이날 김 전 장관은 미래 양식산업의 비상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정책방향과 함께 서서히 준비단계를 밟고 본궤도에 오르게 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첫 번째 선두주자로 부산시가 선정됐다. 지난해 1월 24일,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은 부산시를 제 1차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클러스터사업은 크게 테스트베드와 배후부지 조성으로 진행된다. 부산시가 공모 당시 제출한 계획서에 따르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의 테스트베드는 부산 기장군 일광 동백리에 위치한 부경대학교 수산과학연구소 내 6만7,320㎡로 들어서기로 돼있다. 첨단 양식시설, 빅데이터 센터, 연구기업 지원동, R&D센터 등이 들어서는데, 연어류와 은대구와 같은 냉수성 어종을 주력으로 시범양식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수산과학연구소 내 1만7330㎡과 부지 뒤쪽 공유수면을 확장시켜 배후부지를 조성한다고 했다. 배후부지에는 민간기업을 입주시켜, 테스트베드에서 축적된 성과를 민간에 도입하고 확산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양식시술개발 사업과 민간기업을 연계시키고 클러스터 내 생산 수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한다는 것. 즉,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이 1단계로 진행되며 배후부지에 민간 기업이 입주하는 2단계를 거쳐 오는 2025년까지 테스트베드와 배후부지 기능을 연계해 생산·유통·가공·수출 및 관광이 집적된 대규모 첨단 수산복합산업단지 조성이 마지막 3단계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부지선정부터 문제, 김영춘 전 장관의 영향력 있었나

현재 부산시는 기장군 부지 인근 공유수면을 매립해 배후부지를 확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변경해 부산 신항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시는 현재 배후부지 후보로 가덕도 율리 부산 신항 남컨테이너 부두 인근 부지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수정 계획대로라면 양식 실험장인 테스트베드는 기장에, 60km 이상 떨어진 부산 신항에는 배후부지가 들어서게 된다.

사업의 방향을 수정하면서 사업 추진이 눈에 띄게 더뎌지자 국회에서는 애초에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취지로 부산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지적했다. 지난 7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갑)은 문성혁 해수부 장관을 상대로 “바다를 메워 배후부지를 마련할 계획에 애로사항이 있어 사업추진에 진척이 없는 것이 아닌가. 아예 대상지를 선정할 때부터 시유지나 도유지가 확보된 곳을 우선순위로 선정하는 보완책이 마련됐어야 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스마트양식사업 관계자 A씨는 “양식장 설계 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은 적지를 제대로 선정하는 것인데, 부산시는 처음부터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잘못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양식사업 관계자 B씨도 “부산시가 사업 대상지로 기장군을 선정한 것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해수부는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부산시가 해수부에 제출했던 예비 계획서는 한 눈에 봐도 문제점이 많았다”고 폭로했다. 그의 발언은 공유수면 매립은 애초에 가능성이 희박했으며, 그 근처에 배후부지를 조성하는 계획으로 바꾸더라도 근처 부지가 좁고 기장군 땅값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해 절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 이어 그는 “부산시의 계획이 틀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러한 부분을 모를 리가 없었던 해수부가 부산시를 첫 번째 클러스터 조성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이유는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허만욱 해수부 양식산업과장은 “이는 억측이다. 부산시가 선정된 것은 당시 꾸려진 선정위원회에서의 평가대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 나온 결과”라고 부인했다.

 

클러스터 ‘통째로’ 부산 신항으로 옮기는 것 고려해야

수정된 사업방향에 대해 부산시는 필요하다면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당연힌 일이라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곽일병 부산시 수산정책과 수산자원팀장은 “초반에 제출했던 예비 계획서는 말 그대로 ‘예비’일 뿐이다. 배후부지 선정에 문제가 생겼다면 다른 후보지를 찾고 가능하다면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존 계획을 뜯어고쳐 테스트베드와 배후부지를 약 60km 이상 떨어진 곳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부산시에 클러스터가 조성되더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타 지역의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개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양식단지 클러스터 사업을 구상했는데 배후부지가 부산 신항 근처에 조성된다면 테스트베드와 배후부지가 이원화될 것”이라며 이어 “부산이 GS건설과 업무협약을 맺고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부지 문제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사업자 선정 당시 계획과 달리 부지가 바뀌고 테스트베드와 배후부지 거리가 당초 계획보다 멀어진다고 클러스터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곽 팀장은 “테스트베드에서 수집한 정보를 배후부지에 적용시키기만 하는 되는 부분인데 거리가 떨어진다고 이 사업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양식 전문가 C씨는 “해수부에서 대대적으로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꾸리기 시작할 때 이 사업 자체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성사업 시작 전부터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원활히 사업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고. C씨는 “우려가 많던 사업이었기에 계획대로 추진하더라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려운데, 부산시는 계획을 전면 교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부산시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내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첫 번째 주자로 나서 보여주기 식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비판했다.

사업 관계자 A씨는 “부산시가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축을 기술개발 중심으로 본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생산과 가공까지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라면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부산시의 ‘부산 신항 배후부지 추진계획’에 따르면 클러스터에는 양식장과 가공·유통, 배합사료, 기자재, 씨푸드 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렇게 부산시가 유통단지를 조성하게 된다면 멀어지는 테스트베드와 내부 부지 거리 때문에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이에 A씨는 “부산시가 배후부지만 부산 신항으로 옮길 것이 아니라 테스트베드까지 통째로 옮기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부산시가 무형기술에 초점을 둘 지 유통까지 해결되는 클러스터 구성에 집중 하느냐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리겠지만, 다기능을 접목시킬 클러스터를 구상한다면 인력과 시간 등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전체 사업 부지를 부산 신항으로 옮기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7년 개최된 ‘미래양식투자포럼’. 행사에는 당시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상훈 ETRI 원장 등이 참석했다
2017년 개최된 ‘미래양식투자포럼’. 행사에는 당시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상훈 ETRI 원장 등이 참석했다

해수부 방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1호로 나선 부산시가 배후부지 선정으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 박명래 해수부 양식산업과 주무관은 “부산이 배후부지 변경에 대한 사업 계획서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1단계도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진행될 부분까지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부산시가 2단계인 배후부지를 어떻게 꾸려나갈지는 아직 해수부가 고려할 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어 공유수면을 메우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한 부산시의 선정과정에 대해서도 “당시 해수부는 1단계인 테스트베드 구축 과정에만 집중했으며 2단계 배후부지를 조성하는 과정까지는 깊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잘라 말했다.

이에 ‘편법’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수산계 한 중진 인사는 “부산시가 사업공모 당시 계획과 달리 부지를 변경하는 것은 편법이며, 이를 눈감아 주는 해수부는 직무유기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해수부가 이처럼 부산시에 우월한 지위를 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편법을 수수방관한다면 뒤에 선정된 지자체와 추가로 선정될 지자체 또한 비슷한 편법으로 세금을 낭비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산시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감도(사진제공_부산시)
부산시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조감도(사진제공_부산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성공하려면

국내 미래양식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수부가 미온적 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사업 관계자 A씨는 “당초 해수부가 사업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부산시도 부실한 계획을 수립했던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계획대로 사업을 수행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부산시는 계획을 수정해가며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다른 형태의 성공적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라며 “부산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의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제대로 수행되려면 해수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 사업에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진단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반론

위 기사가 나간 뒤 1019 부산시 측에서 반론을 제기해 왔다. 부산시 수산정책과 관계자는 예비 계획 전면 수정, 전면 매립, 신항 이전은 예비 계획과 같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면 매립, 신항 이전 검토는 재정사업이 아닌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반박했다.

기사 서두에서  ' 1,600억 원이나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부산시 측은 "사업비 1,600억 원은 해수부의 장기 총액 사업비이며, 부산시는 테스트베드 300억 원, 기반시설 100억 원으로 사업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기사의 본래 의미는 해수부의 전체 예산이 1,600억 원이라는 뜻이었다.

또 부산시 관계자는 배후부지 2, 3단계는 정부 지원 재정사업이 아닌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확장할 사업 계획인 장기 마스터 플랜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 측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부산시 관계자는 "A씨가 주장한 '적지 선정 잘못', '통째로 신항 이전'은 우리 시가 추진 중인 사항과는 맞지 않는 것"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 B씨가 주장한 ‘적지 선정 잘못’, ‘예비 계획서 문제 있다의 폭로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고 이를 빌미로 상대방에게 사실이 아닌 사실로 대중의 오해를 일으키거나 이를 매개로 보도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사항이고 추후 분쟁의 소지가 매우 높다"라며 반발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부산시는 이미 선정된 어느 지자체보다 성공 의지가 충만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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