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해양법 전문가 양성
시급한 해양법 전문가 양성
  • 김성진 전 해수부 장관(서울대 초빙교수)
  • 승인 2020.10.1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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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전 해수부 장관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행정학 석사)하고 미국 캔사스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전 장관은 행시 15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국무총리실 재경금융심의관, 대통령비서실 정책관리비서관 등을 거쳐 중소기업청장, 해수부 장관(제14대)을 역임하고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현대해양]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자주 들어왔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나라가 바다를 지배할 수 있을까? 해양력을 제대로 갖춘 나라만이 바다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해양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 ‘폴 케네디’ 교수는 해양강국의 조건으로 해양에 관한 국민적 관심과 해양인력 확보를 주요 요소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해양법 통한 분쟁 해결 일반화

최근 해양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 EU, 중국, 일본 등 각국은 해양을 재평가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강대국의 안보이익 확장과 해양력 강화 전략이 충돌하면서 크고 작은 해양 갈등과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1994년 UN 해양법(UNCLOS) 체제 구축과 1996년 해양법재판소(ITLOS) 설립 이후 해양법을 통한 분쟁 해결은 일반화되어 왔다. 또 한편으로는 해양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해양유전자 등 21세기형 새로운 해양이슈가 제기되고 이를 규범화(Post UNCLOS Regime)하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해양법은 해양영토의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대륙붕, 심해저, 극지, 어업, 자원개발, 교통로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례로 최근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중국의 해양조사시설 설치, 일본의 방사능 물질방류 등도 해양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앞으로는 기존의 자유로운 공해 항행과 이용 원칙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며,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국제법적 논쟁이 잦아지면서 기존의 관행을 넘어선 새로운 해석의 유도 등 해양법 적용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법률전(法律戰)’에 대비해야

해양과 관련한 미래의 핵심 글로벌 메가트랜드는 초연결과 초지능, 4차 산업혁명, 자원 부족과 확보 노력, 환경규제강화, 해양과학기술 경쟁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해양활동 경쟁이 다양하고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생기는 각종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기존 해양규범과 법 해석에 유연성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통적인 위협요소인 환경, 안전, 재난, 해양경계, 해양관할권에 더하여 기후변화, 환경오염, 난민, 해양 병원체, EEZ 군사 활동, 해상강도, 수로측량, 해양과학조사 등과 관련하여서도 분쟁 요인이 잠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해양을 둘러싼 국제적 법률전(Law War)에 기민하게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경우 한·중·일 3국은 해양자원 개발, 해양관할권 확보 등을 둘러싼 경쟁과 마찰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 예상된다. 특히 EEZ(배타적 경제수역)와 대륙붕의 중첩과 경계획정이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크고 작은 분쟁의 소지가 있어 항상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해양법 전문가 20~30명에 불과

국가 해양력을 강화하고 지속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분쟁과 새로운 해양규범 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해양법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제법 및 해양법 전문가 양성 시스템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즉 해양법 전공자의 전문 분야 진출 기회가 현격히 축소되고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공급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기존 전문가도 소수에 불과하고 전문가를 활용할 일자리도 부족하여 인재 양성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해양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양법 전문가의 양성, 국제기구와 네트워크 구축, 민간재단을 통한 해양법 관련 기관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주변국에 대비하여 전문가, 글로벌 네트워크, 소송경험 등 여러 분야에서 역량이 미흡하여 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참고로 국제법 전문인력의 경우 우리는 150여 명이지만 중국은 500여 명, 일본은 46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해양법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20~30여 명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150여 명, 일본은 90여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종합정책 로드맵 수립해야

다행스러운 것은 늦게나마 해양수산부에서도 해양법 전문가 확보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이미 해양법재판소장,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 의장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해양법 관련 기관의 수장과 고위 책임자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이 문제해결의 골든타임이므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차질없이 실행해 나가는 길이 최상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해수부, 외교부, 해군, 해경, 해양대학이 중심이 되어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대로 자질을 갖춘 숙련된 해양법 전문가들이 국내외 주요 기관과 국제기구에서 새로운 해양규범과 질서를 선도하는 역군으로 활약하는 날이 오리라 확신한다. 더욱 바람직한 방안은 가칭 ‘해양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범정부 차원의 해양종합정책 로드맵을 수립해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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