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대한민국 땅 맞습니까?
울릉도, 대한민국 땅 맞습니까?
  • 김윤배 KIOST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대장
  • 승인 2020.10.1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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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9월 3일과 7일 한반도를 연달아 강타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울릉도의 태풍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특히 태풍 마이삭은 기상청 울릉도 해양기상부이 관측사상 가장 높은 파도인 19.5m를 기록하였으며, 50톤의 육중한 해안가의 테트라포드를 터널 내부로 옮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다.

사동항 방파제 220m와 남양항 방파제 50m가 유실되었으며, 사동항에 정박중이던 울릉도-독도를 운항하던 300톤급 여객선이 월파와 강풍으로 전복되었다. 남양항에서는 육상으로 대피하였던 10여척의 소형 선박들도 항구의 월파로 침몰하거나 파손되었다. 울릉도 일주도로 훼손도 심각하다. 1년 예산이 불과 2,000억 원에 불과한 울릉군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500여억 원의 피해액을 잠정 집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태풍 피해보다 울릉도 주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섬 주민들의 ‘소외감’이었다. 흔히 언론에서 태풍이 동해상을 빠져 나간다고 보도할 때 울릉도는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에 드는 경우가 많다. 태풍 마이삭 또한 9월 3일 오전 6시 무렵 강릉 주변에서 동해상으로 진입하였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영향권에 접어든 울릉도는 오전 9시 30분에 태풍 영향권의 최고조에 달하면서 19.5m의 파도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또다시 울릉도를 유령섬 취급하였다.

 

울릉도는 유령섬?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독도경비 임무를 함께 맡고 있는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원 3명이 울릉도 해안가 초소 근무 중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 언론에서 태풍이 동해상으로 빠져 소멸된다고 하니 태풍 대비에 긴장감을 늦춘 탓이다. 이번 태풍으로 해일이 해안가의 가옥을 덮쳐 이재민이 된 한 울릉군 주민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절규하였다. “울릉도도 대한민국 땅입니까?”

그동안 태풍 때마다 울릉도를 유령섬 취급하였던 언론의 태도와 함께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총체적인 낙후 지역에 사는 울릉도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을 대변한 절규였다.

울릉도는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1년에 100여일 넘게 여객선 결항은 물론이요, 3시간 이상의 배 멀미로 주민들은 고통 받고 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또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울릉도에 여행 왔다가 며칠 나가지 못해 직장을 그만 둔 사례도 있었다. 2020년의 경우, 그동안 포항-울릉 항로를 다니던 2,400톤급 여객선이 선령 만기로 운항을 중단하고 300~600톤급 여객선만 운항하면서 여객선 결항일수는 작년의 배 이상 증가하였다.

연안해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항로 중 가장 결항률이 높은 곳이 울릉도 항로이다. 울릉도 항로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어느 지역보다 필요한 이유이다. 2004년 세월호 이후 선박운항규정이 크게 강화되었다. 기상청에서 발효하는 풍랑특보 해제 후라도 기상청 해양기상부이의 최대파고를 기준으로 선박 운항을 추가로 통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울릉도의 경우, 300~600톤급은 최대파고 3.1m이상이면 통제된다. 울릉도 항로의 경우, 울릉도 항로상에 있지도 않은 해양기상부이로 울릉주민의 발길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 울릉주민들은 기상청에 포항-울릉 항로상에 해양기상부이 증설을 몇 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기상청에서는 예산우선순위라는 이유로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

의료 여건 또한 마찬가지이다. 울릉도 주민들은 아파도 날씨 좋을 때 아파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의료 여건이 열악하여 수시로 응급환자들이 내륙에서 온 헬기로 내륙으로 이송된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헬기도, 선박도 이용하지 못해 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열악한 현실 앞에 울릉도 주민들은 절규한다.

이런 문제는 울릉도 주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섬 주민들이 함께 겪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섬은 대한민국 내륙보다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편이다. 대한민국의 외곽에 위치하다 보니 내륙보다 자연재해를 더 자주, 더 강하게 경험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강도 및 빈도 또한 증가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기상청의 예산우선순위 언급처럼 인구가 적다고, 수요가 적다고 항상 후순위 혹은 초라한 지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4년에 독도 해양연구와 지역 균형발전 및 울릉군 해양수산업 발전 차원에서 운영을 착수한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또한 7년째 국비 지원 없이 지방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예산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섬, 섬주민

한해 1,300만명의 여객선 이용객 중 섬 주민은 불과 370만명(2017년 기준)이라는 현실은 차치하고서라도, 대한민국 국토면적의 4.4배인 443,808km2의 관할수역이 섬으로 인해 얻게 된다는 사실, 울릉도를 비롯한 섬에 우리의 아버님, 어머님, 삼촌, 누님, 동생들이 살고 있다는 현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2018년에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하고 이전보다는 더 높은 관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섬 주민 입장에서는 부족하기 그지없으며,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혹은 연구만으로 그치는 일도 대다수이다. 이번 태풍이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정부에서는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은 섬, 지속 가능한 섬을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모르는 게 섬의 현실이다.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은 섬, 지속 가능한 섬을 만들기 위해서는 섬 주민의 이동권, 의료여건, 문화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섬에 대한 연구와 자료를 융합하여 섬 현실에 적합한 현장 중심의 행정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총리실 혹은 대통령 직속의 섬 특별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앞으로 대한민국 전체에 점차 다가오는 고령화, 자연재해 등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가장 엄혹하게 겪고 있는 분들이 섬 주민이다.

섬주민도 섬도 모두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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