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여객선에 올라 승객 구하라” 지시 불응할 때
전남어업지도선, 세월호에 올라 인명 구해
해경, “여객선에 올라 승객 구하라” 지시 불응할 때
전남어업지도선, 세월호에 올라 인명 구해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4.06.0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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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어업지도선 ‘전남201호’ 지도원들

 

▲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많은 인명을 구한 전라남도 어업지도선 ‘전남201호’ 승조원들. 앞줄 왼쪽부터 박승기(항해사), 임종택(기관사), 이현(항해사), 강삼윤(항해사), 최승용(선장), 이준배(기관장)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에서 어업지도선이 해경보다 더 많은 승객을 구조해 화제다. 특히 여객선에 올라 승객을 구하라는 청장 지시에 ‘경사가 심해 진입이 곤란하다’며 불응한 해경과 대조적으로 10분이나 뒤에 도착한 어업지도선 지도원들은 배에 올라 승객을 구조해 더욱 돋보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라남도 어업지도선 지도원들. 지난 4월 16일 사고 당일에 4척의 전남어업지도선 중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남 서부 쪽 해상 단속에 나선 201호와 207호가 출동했다. 이 중 전남201호는 28명을 구했다. 전남207호가 구한 인원까지 합치면 인원은 약 50명. 

전남201호는 사고 당일 오전 사고해역으로부터 40㎞ 떨어진 진도 벽파 지역의 불법 어선을 적발하고 조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9시 30분경 전남도 수산자원과 어업지도계장으로부터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으니 구조하라”는 지시를 받고 즉시 고속단정을 이용, 사고지역으로 달려갔다.

“선명이 뭔지도 모르고 승객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최고 시속으로 달려갔습니다.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전남201호 박승기(선박운영주사) 항해사는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전남201호 단정(이하 단정)은 40노트(시속 75㎞)로 단정을 몰아 10시 4분쯤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 여객선 침몰사고가 나자 전남어업지도선이 신속하게 출동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경광등 달린 흰 선박이 전남어업지도선이다.

어선과 함께 절반 이상 구해

“우리가 도착하니까 배가 70도 정도 기울어져 있었고요. 바다에 사람들이 빠져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런 사람이 안 보였습니다. 좀 더 접근하니까 선미쪽 난간에 사람들 몇 명이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선미쪽으로 접근해서 구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해경이 선수쪽에서 선장과 승무원들을 구하는 동안 선미쪽에서 뛰어내린 승객들을 이들이 구한 것이다. 어선 피시헌터호(선장 김현호)와 태선호(선장 김준석) 등도 함께 동참해 40여명을 즉각 구조했다. 이처럼 10시 4분부터 19분까지 15분 동안 어업지도선과 어선에 구조된 승객은 세월호 전체 구조자(172명 중)의 절반이 넘는다. 5살 권지연 어린이도 승객들과 함께 이들이 구출했다.

“제가 접근했을 때 학생이 아기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기를 구조해 달라고 소리를 쳤어요. 그래서 그 소리를 듣고 저희들이 아기를 구조하게 된 거죠.”

난간에 매달려 있거나 구명동의 착용여부와 관계없이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은 모두 구했다.
최승용 전남201호 선장은 “선원들이 퇴선 명령만 제대로 내렸어도 우리가 오가며 충분히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해경이 선내 진입을 꺼린 반면 전남어업지도선은 위험을 무릅쓰고 선내에 들어가 갑판 위 승객들을 구조했다. 구조를 위해 전남201호 승조원이 선미쪽으로 오르고 있다.

70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에서 배에 올라

박승기 항해사 헬맷에 설치된 카메라 동영상을 보면 소극적인 구조를 한 해경과 달리 단정은 선내에도 승선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남201호 지도원들은 10시 9분경 밧줄을 들고 선미쪽으로 올라가 갑판에 나와 있던 승객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앞서 9시 53분경 서해해경청은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구를 갖추고 여객선에 올라가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123정은 “경사가 너무 심해가지고 올라갈 길이 없다”며 불응한 것과 대조적이다.

단정은 행정선인 진도아리랑호에 구조자들을 옮겨 싣기 위해 세월호와 행정선 사이를 열심히 오갔다. 진도아리랑에 승객을 내려준 단정은 다시 세월호로 접근했다. 그 사이 단정에는 승객들이 올라타고 있었고,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끌어당겼다. 그리고 손이 닿지 않는 승객에겐 밧줄을 던진 후 당겨 올렸다. 주변에는 속속 10여척의 넘는 어선이 모여들었다. 어선도 승객들을 구조했다. 단정과 어선이 세월호에서 퇴선한 승객을 모두 구하는 동안 세월호는 계속 가라앉았다.

“무조건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무조건 달려가 승객들을 구할겁니다.”

전남201호 지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전남201호는 구조 다음 날부터 사고해역을 떠나지 않고 닻자망 어선, 안강망 어선 등에서 수거되는 유품을 수거하고 수색작업에 필요한 물품을 실어 나르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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