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가격 회복에도 웃지 못하는 양식어업인?
광어 가격 회복에도 웃지 못하는 양식어업인?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0.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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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업계 웃고 울리는 코로나19

또 다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소비시장이 마비된 가운데, 국내 수산물 시장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락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광어가격은 올 하반기에 들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이러한 상황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광어 양식어가가 속출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끝없이 추락하던 광어 가격이 폭발적 상승세를 보이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치솟는 광어 가격에도 기뻐하지 못하는 일부 광어 양식어가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광어 가격, 드디어 올랐다!

▲ 인천 활어도매시장 900g~1.0kg 크기 광어 기준. 8, 9월은 전망치. (자료제공=KMI 수산업관측센터)

(사)한국광어양식연합회(회장 이윤수)에 따르면 광어 도매가격은 지난 8월 기준 1kg에 약 1만 3,000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kg당 7,000원 후반대를 밑돌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약 63% 가량 오른 수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장영태) 수산업관측센터(센터장 이남수)는 광어 가격이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상승폭을 그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수산업계를 돕고자 전국적, 그리고 지역적으로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가 활발히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에서 4월까지 진행된 행사에는 대형마트 3사(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할인행사, 공공기관(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 해양경찰청 등 ) 상생구매,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 판매 등이 있었으며,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약 20일간 진행된 대형마트 행사에서만 약 50톤의 광어가 소비됐다고 전했다.

광어 판매량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적체물량 해소로 산지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도매가격은 4월에 비해 약 5,000원 가량 오른 1만 5,000원을 웃돌았다. 7월 기준 광어 가격은 5월에 비해 다소 내린 1만 4,000원대 이지만, KMI 수산업관측센터는 앞으로 휴가철과 추석이 맞물려 활광어의 수요가 늘어나고, 도매가격 또한 최대 1만 5,000원까지 다시 올라 강보합세(약간 상승해 변동의 폭이 작은 상태를 유지한 시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산물 판로 개척해준 코로나?

▲ 지난 3월 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진행된 ‘회 드라이브스루’ 행사
▲ 지난 3월 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진행된 ‘회 드라이브스루’ 행사

한국광어양식연합회 관계자는 4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광어 가격과 소비 증가의 원인을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라고 꼽았다. 계속해서 추락하는 광어 가격에 코로나19까지 발생해 올해 초에는 어려움이 컸지만 언택트 소비 판로를 개척한 이후에는 업계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초반에는 업계에도 타격이 있었다. 그러나 전 국민이 외출을 지양하는 시대에 제시된 ‘회 드라이브 스루’가 많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모았다. 또, 회 배달 건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이처럼 다양한 판로 개척이 국민들의 활어회 소비를 활발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광어 필렛(fillet, 뼈를 발라낸 생선 살) 상품의 경우 제품을 가공하는데 손이 딸려 판매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지금 필렛 가공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수산물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필렛 상품의 특성으로 비추어 볼 때 이 역시 코로나19로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먹는 식사패턴으로 인해 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광어 수출 업체인 제주광어(주)의 김성현 본부장 또한 “광어 가공업계가 예년과는 달리 활기를 띠고 있다”라며 이례적 상황이라 전했다.

▲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 광어 필렛 상품(사진제공=마켓컬리 홈페이지)
▲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는 광어 필렛 상품(사진제공=마켓컬리 홈페이지)

 

오프라인 소비, 관광지에서 ‘초강세’

온라인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수칙에도 예상외로 오프라인 활어회 소비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소비가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국민들의 이동 패턴 변화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출국이 제한되고 인구가 밀집되는 지역으로의 모임이 줄어든 대신 국민들이 국내 지방 관광지로 몰리게 됐다는 것. 따라서 수도권과 대도시에서의 오프라인 소비는 줄었지만, 지방에서의 회 소비량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관광객들이 인파가 적은 한적한 지방을 찾고 있어 지방에서의 일반 회 시장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권보다 비수도권에서 훨씬 더 많은 양의 활어회가 소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7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출하된 광어는 관광지에서 주로 선호되는 500~750g 크기의 중·소형어였다.

 

치솟은 가격에도 영세 양식어가 ‘비명’, 희비 엇갈려

▲ 제주 광어 양식장
▲ 제주 광어 양식장

한편, 모든 광어 양식업계가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광어가격 폭락 당시, 계속 쌓여만 가는 적체물량과 도매가격의 끝없는 하락으로 자본난을 견디다 못한 일부 양식어가들은 헐값에 광어를 전량 판매해 버린 것이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당시 골머리를 앓던 몇몇 어업인들은 7,000원 대의 낮은 가격대로 광어를 전량 출하해버리기도 했다고. 현재 이들은 치솟고 있는 광어 가격에도 씁쓸한 웃음밖에 지을 수 없다. 김 본부장은 “어려웠던 상황에 물량을 판매하지 않고 대출을 받아 양식장을 유지한 어가만이 급등한 가격으로 광어를 판매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양식장을 폐업하거나 양식품종을 바꾼 양식어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호 KMI 수산업관측센터 양식관측팀 연구원은 “어류양식수협측에 따르면 광어 가격 폭락 당시 2개의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던 어가는 한 곳을 폐업을 하기도 했고, 또 일부는 양식 어종을 강도다리 등의 다른 품종으로 바꾸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적정 시기에 출하를 해야 또다시 입식을 할 수 있는 양식장 구조 상 영세한 광어 양식어가는 자금난이 심각했을 수 있다. 물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곳은 규모가 큰 양식어가로 영세 어가에 보다는 (광어 가격 하락세의) 어려운 상황을 버틸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주무르는 광어 가격, 앞으로는?

▲ 광어(사진제공=완도군)

한편, 이렇게 풀린 적체물량도 광어 가격 상승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남수 KMI 수산업관측센터장은 광어 가격이 급등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작년 12월부터 해소되기 시작한 1kg 이상 크기의 광어 적체물량을 꼽았다. 적체물량이 해소되고 400~600g 크기가 입식되면서 가격형성의 기준이 되는 1kg 내외 크기 출하 가능 물량 감소에 따라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소비 패턴이 광어가 가진 장점을 크게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올해 3월부터 드라이브스루 판매나 회 배달 등으로 광어 소비가 급증했는데, 광어가 이러한 소비를 모두 받아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급의 안정성’. 즉, 물량이 충분했기 때문이다”라며 “또 타 어종에 비해 수율이 좋은 광어 특성상 일반 가정에서 더욱 많이 찾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 광어 가격은 현재 가격 수준인 1만 3,000원 대를 유지하거나 약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격대가 광어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적정한 가격이라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현재 광어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무작정 입식을 많이 해서는 안된다. 입식량이 급증하게 되면 이는 적체 물량 증대로 이어져 광어 가격이 하락하는 문제가 또다시 도돌이표처럼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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