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거는 기대
신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거는 기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9.0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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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산업부 장관이 현대자동차 영업실적을 발표한다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달 12일 해양수산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HMM(구 현대상선)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물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HMM을 비롯한 해운회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지난달 20일 부산에서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위 주최 ‘어업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해수부에서 담당 국장이 패널로 참석키로 했다가 부산에 있는 동해어업관리단장(서기관)이 대리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본부에서는 국·과장도 담당 사무관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수산업계에서 말이 많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실장이나 국장 정도는 참석해서 수산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담당 국장은 같은 날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이 잡혀 참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수산인들은 “상임위는 하루 전에 연기됐는데”라며 재차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21대 국회 상임위 개회를 앞두고 한 국회의원이 수산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단체장은 해수부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장·차관이 현장에서 수산인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해수부 공무원들이 퇴임 이후의 일자리 만들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며 민간인 출신 공공기관장에 대한 과도한 감사와 징계를 빗대어 성토했다.

해수부 고위 공직자가 신뢰받지 못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노출된다. 엄중한 코로나19 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장관이 직접 챙기는 해운업 브리핑과 해수부 본부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장관급 특위 위원장 주최이자 해수부 장관 또한 위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는 농어업특위 수산 행사에 현지 서기관만 보내는 경우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산업 또한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1차산업이자 6차산업으로 가는 대한민국 기간산업이다. 국민 먹거리, 국가 식량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개도국 시절 한국의 원양어업은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보다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장관 스스로 수산을 모른다고 했다고 수산업이 모른 척 해도 되는 산업인지 수산인들은 묻는다.

지난달 15일 해수부 차관이 교체됐다. 전임 차관 때는 차관이 실세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신임 차관은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굳이 (사람을) 해운쪽이니 수산쪽이니 따질 필요가 없다. 일하는걸 보고 얘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수산쪽 인사라 수산정책을 잘 편다는 보장도, 그 반대라 해서 수산을 모른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黑猫白猫論)이기도 하다. 부처가 이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출신, 성향 따지지 말고 서로 협심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신임 차관의 마인드가 수산인들이 위안을 갖게 만든다. 신임 차관은 더 이상 ‘해수부가 수산을 홀대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균형있는 정책과 처신으로 임해주기를 수산산업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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