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정보 공개와 투명한 수산
⑧ 정보 공개와 투명한 수산
  • 정석근 제주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9.08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해양] 올해 전 세계 최대 관심사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일깨워준 것 중 하나는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전염병 방역에 얼마나 결정적인가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일부러 전염병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을 하는 등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고 큰 경제 피해를 입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몇몇 국가는 대응을 잘해 정치 위기를 겪지 않으면서 경제 피해도 최소화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투명한 정보 공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박근혜 정부가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여론이 크게 악화되었지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2015년과 2020년 같은 바이러스 역병 대응을 두고 이렇게 명암이 갈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꼽고 싶다.

먼저, 이웃 일본은 선진국 위상에 걸맞지 않게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소극적으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자국민 비판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조롱거리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과 국립감염병연구소는 국가 역병 대책을 담당하면서 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로 정보를 제대로 공개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계까지 조작하였지만 언론 자유가 한국보다 한참 떨어지는 일본 신문들은 제대로 보도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도쿄대 한 교수가 후생노동성이 한국보다 공식 확진자 수가 더 적게 보이게 하려고 어떻게 통계를 조작했는지 뉴스위크 일본판을 통해 낱낱이 밝히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으로부터 일본은 더 이상 우리가 모델로 삼아야할 선진국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역병 대응은 물론 정치나 경제까지 더 이상 본받아서는 안 되는 정체된 나라가 일본이다. 단, 반면교사로서 일본은 공부할만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수산분야는 아직도 일본을 모델로 삼고 있다.

 

자료는 누구 것인가?

지난 호(2020년 8월호) 글에서도 간단히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 수산학의 대부라고 하는 정문기씨는 우치다 게이타로가 남겨두고 간 자료와 사진을 공유하지 않고 자기 것인 양 독점했고, 그 폐해가 어떤 것이었는지 간단히 짚어보았다. 해방 직후 혼란기에 조선통독부가 남겨두고 간 자료 소유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마저도 이어 터진 6.25 전쟁으로 대부분 자료는 소실되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해양수산 분야 각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과학자료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당연히 그 소유주는 담당 부처나 공무원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국민의 권리도 21세기에 들어와서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본격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내가 포스터닥으로 메릴랜드 주정부 연구소에 있었던 2000년대 초부터 연방정부에서 주는 연구비를 받아 수행된 모든 연구개발사업들은 사업이 끝난 지 3년이 지나면 사업기간 동안 모은 모든 자료들을 국민들에게 데이터베이스로 공개할 것을 의무화했다.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것은 사업을 수행한 과학자들이 그 동안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논문을 써서 투고할 수 있는 한시적인 소유권을 인정해주어 과학발전을 도모하자는 뜻이었다.

해양수산 분야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바다에서 자료를 수집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돈이 들어가는지 대부분 감도 잡지 못한다. 우리 동네 기온이야 몇 천 원짜리 온도계 하나면 충분히 잴 수 있지만, 바닷물 온도는 배를 타고 나가서 밧줄에 온도를 잴 수 있는 장치를 달아 도르래로 내려야 겨우 잴 수 있다. 지금 어지간한 해양연구조사선 운영비는 하루 1,000만 원이 넘는다. 이처럼 육지에 비교해서 수천, 수만 배 이상 비싼 경비와 노력이 들어가서 얻어진 것이 해양수산 분야 자료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수집한 자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수산분야 현실이다.

 

부실한 자료관리

국가기록원 기록물관리지침에는 정부 각 부서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5년마다 폐기 여부를 평가한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힘들게 수집하고 돈이 많이 들어갔더라도 해양수산 분야 자료는 5년마다 폐기할 수 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폐기된 자료라고 할지라도 담당자는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다.

가령, 1970년대에 우리나라 각 수산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동해 명태를 주기적으로 조사하여 자료가 축적되었으나 5년마다 폐기를 해서 지금은 많은 자료들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가 개인 소유로 여전히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학문적 열정이 있어서 이런 자료를 활용하여 논문이나 책을 쓴다면 다행이지만 그냥 이리저리 발령나면서 이사하다가, 또 퇴직하면서 유실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수산생물종 현황에 관한 정보는 조사연구선으로 수집하는 직접조사자료와 고깃배로 잡은 어획물 통계 자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연구선 운용은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십 년 지속된 직접조사자료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반면, 어선 어획물 자료는 국가에서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950년대 이후부터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전 세계 국가 어획물 통계를 어종별로 집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협을 통해 위판되는 어획물 자료를 어종별, 업종별, 행정구역별로 집계를 해오고 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어선과 통신하는 무선국을 통해서 어획 위치(해구) 정보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일제강점기 동안에는 조선총독부에서 남긴 자료들이 대부분 유실되었지만 주요 어종에 대해서는 1926년부터 연도별 어획고 자료가 운 좋게 남아 있다.

해양수산부, 수협 등에서는 어획 통계를 개인정보, 어장위치 노출, 한·중·일 어업협상 등을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를 해야 대학이나 민간 연구소에서 그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도 하고 자료 검증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런 과정이 없다보니 자료 관리가 엉망이다. 이 자료들 중 일부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받아 관리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수산생물을 잘 모르는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기업에 외주로 주어 전산화시켰기 때문에 여러가지 오류들이 있고, 또 일부 자료는 전산실 실수로 유실되기도 했다. 이 오류가 많은 자료를 가지고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정책을 만들 때 써오고 있다. 진작 공개하였다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백업을 해두어 자료가 영구히 사라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고, 검증을 통해서 오류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어획 통계자료를 같은 해양수산부 산하 부서에서도 제대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해양수산부에서 발주한 해양공간계획수립 관련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왔는데 해양수산부 ‘해양’쪽 담당 부서에서 어획 통계를 담당하는 ‘수산’쪽에 자료 요청을 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거절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으나, 자료가 공개 또는 유출되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국내에서 얻기 어려운 어획 자료는 오히려 ‘SEA AROUND US’와 같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 가면 더 정확한 우리나라 어획 통계자료를 구할 수 있는 코미디도 벌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국제기구에는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보다 외국인을 먼저 생각해주게 되었는가?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자료와는 대조적으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관리하여 공개하고 있는 정선해양관측자료는 세계적으로도 깊은 수심까지 수십 년 동안 수온과 염분과 같은 해양환경 자료를 축적한 경우가 드물기에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물론 공개를 하지 않았을 때는 여러 가지 오류가 있었지만 일단 외부로 공개를 하고 나서는 외부 연구자들 검증을 통해 오류를 개선하는 등 자료 질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었다.

수산자원 조사
수산자원 조사

수산 자료가 보안 대상?

수산분야 자료 공개와 공유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보기관에서 한일어업협정을 이유로 수산 정보와 자료 유출을 감시해왔다는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 자료 대외 유출을 감시하는 것은 뭐라 나무랄 일은 아니다. 더구나 1998년 쌍끌이 파동으로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물러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어업협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정작 우리나라 영해 안에서는 총허용어획량(TAC)과 금어기를 도입하여 갈치와 고등어를 되도록 많이 못 잡게 하면서, 일본 영해 안에서는 더 잡게 해달라는 것이다.

갈치와 고등어에게는 국경이 없다. 일본 갈치가 곧 우리나라 갈치이고, 일본 영해에서 잡은 갈치도 부산항에 내리면 국내산 갈치가 된다.

같은 갈치를 두고 한쪽에서는 덜 잡게 하고 다른 쪽에서는 더 잡게 하려는 서로 모순되는 TAC와 한일어업협정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해양수산부와 관계기관은 다시 검토해보길 바란다. 아울러 언제부터 누가 왜 갈치를 국가 안보 대상으로 등극시켰는지도 투명하게 밝혔으면 좋겠다.

지난 호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지금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수산자원전용조사선 몇 척을 동시에 투입하여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생물 조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어 수산분야 기초 연구와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그런데 이런 연구선을 통한 수산생물 직접 조사 자료도 국가 안보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연구선으로 채집한 수산생물 채집 자료를 국익을 이유로 정보기관에서 감시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지난 호 글에서 살펴본 표절과 도용에 이어 공개도, 활용도 하지 않고 꽁꽁 숨길 자료라면 왜 수백억 원 국민혈세를 들여 연구선을 투입하여 얻으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수산생물 관련 논문을 게재하려면 정보기관 눈치까지 봐야 하는 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열린 소통을 인터넷 홈페이지 곳곳에 붙여놓고 있는 지금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소탐대실

그렇다면 유독 수산 관련 자료를 가지고 이렇게 비밀주의가 만연한 것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일까? 한일어업협상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감시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국인 일본 정부는 수산 분야 자료와 정보를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일본은 앞서 말한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도 보았듯이 더 비밀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해 명칭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가지고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에 해당하는 일본 수산연구교육기구(FRA) 소속 연구자들과 대학 교수들에게 대응 지침을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하달하는 일본 정부, 그리고 그것을 순순히 따르는 일본 과학자들을 보아온 나는 저 나라는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어업협정이나 동해, 독도 문제로 이렇게 괴이한 나라 일본과 오랫동안 대응해오면서 점점 더 일본과 닮아가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산분야에 만연한 비밀주의의 원인도 일본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을 주도하는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전신은 제2차 세계대전 생체실험으로 악명이 높은 731부대이다. 후생노동성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검사수를 일부러 줄이려고 하는 이유는 관료 부처이기주의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산분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처이기주의가 자료공개와 공유를 거부하는 궁극적인 이유라고 나는 본다. 수산자료를 국민의 것이 아닌 그들만의 밥줄로 여기고 있다.

얼마 전에 해양수산부 담당 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있어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되고 또 제대로 활용도 안 되고 있는 수산자료 문제점에 대해서 하소연을 했더니, 해양수산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앞으로 해양수산 분야 자료를 법령으로 통합관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 장관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자료요청을 해도 대충 형식적으로 낡은 보고서 하나 보내면서 실제로 거부하는 같은 해양수산부 기관들을 보아온 나로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어업협정보다 더 큰 국익이 장기적인 우리나라 수산분야 기초연구 발전과 교육임을 관계기관은 제대로 깨닫기 바란다. 수산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수산학이 정보통신, 인공지능과 같은 다른 학문과 융합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와 젊은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기반을 마련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본 바다에서 갈치 좀 더 잡으려고 꼭꼭 숨기고 감추다가 우리나라 수산업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