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3] 전면개정된 수산업법 상 새로운 입어자의 정의는 어떻게 해석될까?
[해양수산법 판례여행 23] 전면개정된 수산업법 상 새로운 입어자의 정의는 어떻게 해석될까?
  • 김태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9.04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어자 2년 부칙 사건

<스물세 번째 여행의 시작>

[현대해양] 드디어 2020. 8. 28.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양식산업발전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양식산업발전법은 2019. 8. 27. 제정된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되었는데, 수산업법과 내수면어업법에 분리 돼있던 양식업을 통합하여 지속 가능한 양식산업 발전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면 기존 법과의 관계가 반드시 문제됩니다. 그래서 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법’이라 부르는 ‘본문’과 별도로, ‘본문’의 뒤편에 ‘부칙’이라는 규정을 둡니다. 이 부칙에서 법률의 시행일도 정하고, 기존 법이 만들었던 법률관계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경과조치들도 두게 됩니다.

대부분은 기존 법에 따른 관계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데, 양식산업발전법도 부칙 제3조에서 ‘이 법 시행 전에 「수산업법」 및 「내수면어업법」의 규정에 따라 신고 등 행정기관에 대하여 한 행위는 그에 해당하는 이 법의 규정에 따라 행한 것으로 본다’라고 하여, 기존의 행위를 그대로 유효하게 새로운 법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법의 모든 내용이 기존의 법과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그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새로운 법의 ‘제정’과 유사하게 수산업법이 전부 개정 즉 조금씩 변하는 일부 개정이 아니라 전체 조문의 위치가 변하는 큰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입어자’의 정의가 변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즉, ‘입어자’의 정의가 기존에 ‘당해 수면에서 계속적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여 온 사실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인정’돼야 하는 요건에서 ‘어업의 신고를 하고 공동어업의 어업권원부에 입어에 관한 사항을 등록’까지 하여야 하는 것으로 추가됐습니다.

이 사건에서, A는 B구역에서 관행으로 바지락, 굴 등을 채취하는 맨손어업에 종사해온 사람인데, C공사가 B구역 일대에 농지개량사업을 하면서 더 이상 위 바지락, 굴 등을 캘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A는 C공사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었으니 보상을 하라고 주장하였으나, C공사는 수산업법 상 변경된 ‘입어자’의 정의상, 어업권원부에 등록되지 않은 A는 더 이상 입어자로 볼 수 없어 그에 대해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A는 C공사를 상대로 보상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A는 변경된 수산업법에 따라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걸까요?

 

<쟁점>

1990. 8. 1. 법률 제4252호로 전문 개정된 구 수산업법 시행 당시의 관행어업권자인 A의 신설 법 시행 후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다37382 판결>

1990. 8. 1. 법률 제4252호로 전문 개정된 구 수산업법은 제2조 제7호에서 입어자의 정의 규정을 새로 두어 ‘입어자라 함은 제44조의 규정에 의하여 어업의 신고를 한 자로서 공동어업권이 설정되기 전부터 당해 수면에서 계속적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여 온 사실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인정되는 자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어업권원부에 등록된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법 시행 후에 일정한 공유수면에서의 관행에 따른 어업을 권리로 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종전과 같이 당해 공유수면에서 계속적으로 수산동식물을 포획ㆍ채취하여 온 사실이 대다수 사람들에게 인정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같은 법 제44조에 의하여 어업의 신고를 하고 공동어업의 어업권원부에 입어에 관한 사항을 등록할 것을 요한다.

그러나, 한편 같은 법 부칙 제11조 제2항은 ‘이 법 시행 당시 공동어업의 어장 안에서 입어 관행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자로서 종전 규정에 의하여 어업권원부에 입어자로 등록하지 아니한 자는 이 법 시행일부터 2년 이내에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어업권원부에 등록을 한 경우에 한하여 입어자로 본다’고 규정하여 종래의 관행어업권자의 지위에 대하여 경과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따라서 종래의 관행어업권자는 같은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 시행일로부터 2년 동안은 어업의 신고나 어업권원부에의 등록 없이도 종전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어업권원부에 입어자로 등록하지 아니한 상태로 2년을 경과하면 그 때 비로소 같은 법에 의한 관행어업권으로 인정될 여지가 더 이상 없게 돼 그 권리가 소멸될 뿐이다.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의 원심인 대전고등법원은 ‘개정 수산업법 시행 이후부터는 어업의 신고와 어업권원부에의 등록을 요건으로 하는 개정 수산업법에 의한 입어자만이 존재할 수 있을 뿐, 종래의 관행어업권자로서의 권리는 2년의 유예기간 내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더 이상 존재할 여지가 없다’는 전제에서 A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정 수산업법 부칙 제11조 제2항을 해석해 보면 기존 관행어업권자가 법 시행 후 2년 동안은 어업의 신고나 어업권원부에의 등록 없이도 종전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어업권원부에 입어자로 등록하지 아니한 상태로 2년을 경과하면 그 때 비로소 개정 수산업법에 의한 관행어업권으로 인정될 여지가 더 이상 없게 돼 그 권리가 소멸될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스물세 번째 여행을 마치며>

우리가 평소에 흔히 다투고 살펴보는 부분은 법의 ‘본문’입니다. 그러나 법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개정되는 경우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법의 ‘부칙’입니다.

따라서 이번 양식산업발전법과 같이 제정법이 시행된 경우 수산업법 및 내수면어업법과 양식산업발전법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제일 먼저 양식산업발전법의 ‘부칙’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 잊지 마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