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 통합행정 25년 무엇이 바뀌었나 - 해운·물류 부문
해양수산 통합행정 25년 무엇이 바뀌었나 - 해운·물류 부문
  • 양창호 인천대 교수(전 KMI 원장)
  • 승인 2020.09.0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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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우리나라 수출입물동량은 1990년 2억 2,200만 톤에서 2017년 13억 1,200만 톤으로 5.9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선대규모도 1990년 435척 905만 톤(GT)에서 2017년 1,024척 4,160만 톤으로 4.6배나 증가했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선박확보가 필요했던 시기에 계획조선자금 같은 재정지원,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BBC-HP) 허용, 선박투자회사제도 도입(2002년) 등의 선박 확보를 위한 해운정책이 기여한 바가 크다.

또한 외국선사와 같은 경쟁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2002년에 제주선박등록제도, 2005년에 톤세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해운정책도 선원비 절감과 조세부담 완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광양항
광양항

세 번의 구조조정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진해운

수출입물동량 증가에 걸맞게 해운력도 증가했지만, 세계해운경기 등락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번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정책은 크게 3번이 있었다. 1984년의 해운산업합리화 조치 때 66개사에 대한 선사 통폐합 조치, 그리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채비율 200% 이하 요구 등의 구조조정이 시행되었다. 이때 한진해운, 현대상선, 조양상선 등이 부채상환위해 자동차전용선 사업부 등 자산을 매각했다.

세 번째는 2009년 이후 해운산업 구조조정으로 금융권의 자구노력 요구에 따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채무상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불황이 계속되자 추가 자구책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파산되었다.

 

금융논리에 의한 구조조정

세 번의 구조조정정책은 해운정책이라기보다는 금융정책의 성격이 컸다. 금융논리에 의해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1984년 구조조정 당시 구조조정 정책의 중심은 은행에 있었다. 해운산업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지원 정책 대신, 은행 부실화 방지를 위한 조치만 시행되었다.

IMF 사태 당시 구조조정 때도 부채상환에 중점을 두어 자동차운반선 같은 현금성 수익자산 매각을 종용하였다. 추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데 곤란을 초래케 했다. 2009년 이후 구조조정 정책은 이전과 달리 중장기 해운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더 핵심적인 조치였다. 부채비율 축소 요구에 맞추기 위해 수익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사업포트폴리오 훼손으로 기업의 위험관리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채무상환·부채비율축소 추진

세계 경제가 불황기에서 장기간 벗어나지 못하면 기업활동을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한 경쟁력 강화 정책과 사업규모의 축소조정(다운사이징)이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조정 정책이다. 그러나 그동안 금융기관은 해운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면서 채무상환 요구와 부채비율 축소만을 추진했다. 해운회사의 수익자산 매각으로 사업 리스크는 더 커졌고, 대환에 따른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경영여건이 더욱 악화되었다.

해운산업에 중요한 정책들이 금융기관의 요구에 의해 추진되면서 세계 메이저급 정기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당시 한진해운보다 경영상태가 어려웠던 일본, 대만, 프랑스 등의 여러 정기선사들이 자국의 해운정책의 보호 속에서 불황을 견디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해운정책이 금융정책 속에서 정책의 한계를 보인 것을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해양진흥공사, 특화된 선박금융 지원

다행히 정부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재건을 국정과제로 설정하는 해운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각 부문별로 많은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해운산업에 특화된 선박금융지원을 시작했다.

일부지만 해운정책의 틀 안에서 금융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현대상선이 다시 우리나라 무역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자금지원을 통해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3대 얼라이언스 중 하나인 디(THE)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게 되어 안정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20년 2분기에 21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되기까지 했다.

해양진흥공사 출범식
해양진흥공사 출범식

해운정책의 진화

앞으로 또 다른 25년을 내다보아야 한다. 그리고 해운정책이 좀 더 진화해야 한다. 그동안 해운정책이 해운산업만을 위한 정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폭 넓은 산업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해운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해운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리고 해운산업에 대한 정책도 금융위주의 정책에서 조세정책까지 그 수단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해운정책을 넓은 시야의 산업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 조선정책은 조선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어, 해운산업의 경영안정, 해운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해운정책과 정책목표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조선은 해운업체의 선박발주를 수요로 하는 산업이다. 궁극적으로 조선산업이 해운산업의 든든한 기반이 되도록 하려면, 우선 해운정책이 조선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해운불황이 조선불황으로

해운 불황은 선박 발주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조선 불황으로 이어진다. 조선산업도 불황 시에는 자국 해운산업이 기본 발주량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조선소 조업 중단으로 조선단지, 인근 도시의 고용이 수만 명이나 줄었다.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고용안정기금 지원 대신에 국내 해운산업이 국내조선소로 발주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해운사에 대한 직접 지원이 국제적 보조금 금지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면, 다른 방식을 강구하면 될 일이다. 불황 시 조선소에서는 발주 후 인수거부 선박이 다수 발생한다. 이중에는 공정률이 50% 이상 되는 선박들도 적지 않다.

조선소가 이들 미인도 선박들을 선박을 이용해 선박관리회사를 운영하고, 국내 해운회사가 발주 선가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용선해 주는 방법도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해운정책이 이 같은 다 부처 정책을 추진 할 때 정부 내 중요한 산업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지향적 해운정책

또한 정부가 해운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 선·화주 상생정책이다. 그러나 자칫 선사를 위해 화주가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정기선사에게 화물운송을 의뢰하는 최종 수요자는 화주, 즉 수출입업체들이다.

화주의 입장에서 보면 정기선사는 최종소비자까지 가는 공급사슬의 한 부분이다. 화주가 공급사슬 각 파트너에게 통해 요구하는 일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화물이 운송 중에도 가치가 늘어나는 혁신적인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정기선사가 화주에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화주 화물운송 시 어떤 혁신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수 있고, 운송 중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해운정책도 해운회사가 화주기업에게 어떠한 일을 해줄 수 있는지를 찾고 실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해운회사도 해운정책도 시장지향적(Market-Focused)으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도 해운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많이 있다. 자율운항선박 R&D 사업 같은 기술개발정책, 연안여객선 공영제, 친환경 선박 투자 사업, 노후선박 조기 폐선 및 친환경 대체 건조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수단을 자금지원과 금융지원에서 벗어나 세제, 조세지원방안으로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친환경 선박 대체건조 시 이연과세제도나 특별상각제를 도입하는 것, 그리고 선주와 운영자를 분리하는 선박대여업 육성, 선박은행(Tonnage Bank) 제도 도입 등 선박확보방법의 다양화 정책도 결국은 세제정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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