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재건 5개년 계획’ 운이 좋았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운이 좋았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20.09.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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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났다지만 당기순이익은 적자

[현대해양] 연매출 7~8조 원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던 세계 7위의 정기선 선사 한진해운이 지난 2016년 8월 31일 법정관리 신청을 거쳐 2017년 2월 17일 파산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 해운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난 2018년 4월에 수립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중간지점을 지났다.

해운재건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이다. 지난달 1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8년 7월 출범한 해양진흥공사는 현재까지 총 49개사에 4조 2,830억 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한진사태 후(2016년)와 비교해 2019년 매출액은 29조 원에서 37조 원, 선복량은 46만 TEU에서 65만 TEU, 지배선대(선박의 국적을 기준으로 동 선사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모든 선박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는 7,994만 톤에서 8,535만 톤으로 회복됐다.

해양진흥공사는 안정적인 화물확보를 위한 선사와 화주 간 공생적 협력관계를 강화했고, 그 결과 주요화물의 적취율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컨테이너화물의 적취율이 한진해운 파산으로 45.2%에서 43.7%까지 하락했었으나, 지난해에는 파산 이전보다 2% 높은 47%로 상승했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벌크화물도 원유의 적취율이 27.1%에서 51.4%까지 상승하는 성과가 있었다.

해운산업의 주요 실적 개선사항을 보면 국적 대표 원양선사인 HMM(구 현대상선, 사장 배재훈)의 경영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21분기 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HMM은 2015년 2분기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387억 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1,367 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 대비 3,552억 원이 개선됐다. 코로나19사태로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개선된 것은 고효율·저비용 구조로 선단을 전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HMM은 지난해 7월 세계 3대 얼라이언스 중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하고, 올해부터 세계 최대 2만4,000 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유럽 항로에 투입하면서 글로벌 주요선사 수준의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편, 국적 컨테이너선사 간 협력체인 한국해운연합(KSP)의 협력을 바탕으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통합해 세계 20위권 연근해 선사로 도약했으며, 지난해 상반기 100억 원 적자였던 영업실적이 올해 상반기에는 146억 원 흑자로 전환되는 성과가 있었다.

국적선사의 선박 발주에 있어서도 2018년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164척의 선박을 발주해 해운-조선 상생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했다.

 

3년 미뤄진 목표

해수부가 밝힌 향후 해운정책 운용방향을 보자. 해수부는 기존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정·보완했는데, 해운매출 51조원, 지배선대 약 1억톤,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20만 TEU를 오는 2025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해수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첫째,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의 지원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해 해양수산부는 모두 4차례 걸쳐 1조 6,000억 원의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재까지 총 5,853억 원을 집행했다. 앞으로 코로나19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서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추가지원과 함께 산업은행 지원, 필요시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선박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선주회사가 선박을 소유하고 선사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대해 선사는 운송 서비스를 통한 수익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또 하반기부터 공사의 선박 매입 후 재대선(S&LB) 사업에 운용리스(리스기간 종료 후에도 리스사가 선박 보유) 사업도 포함하고, 중장기적으로 선사·조선사·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리스 전문 선주회사(Tonnage Provider) 설립을 추진해 선사의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선박 투자가 가능한 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해수부는 해운기업 운영자금 대출까지 공사의 보증이 가능하도록 한국해양진흥공사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추후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 긴급지원 필요성이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신용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할 계획이다.

둘째는 컨테이너 선사 경영혁신 지원이다. 국적 해운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 HMM의 21분기 만에 이룬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일시적 반등이 아닌 안정적 구조로 전환해 2년 뒤 2022년에는 당기순이익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59만 TEU 수준의 선복량을 2년 뒤 2022년에 100만 TEU까지 늘림으로써,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미 동남부, 남미, 서아프리카 등 신규 항로도 개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최근 세계 해운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이 글로벌 선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국적컨테이너선사들 간 한국해운연합(KSP)을 구성해 선복 매각 등 낮은 수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선사들의 자율적 참여를 전제로 △국적선사들 간의 얼라이언스 구성 △공동운항법인 설립 △전문영업법인 설립 △자율적 인수·합병 등 4가지 협력방안을 제시해 강화된 협력을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양진흥공사도 필수영업 자산 확보와 운전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

셋째는 선원, 해외 물류와 같은 해운 지원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것. 선원이 다시 매력적인 직업으로 선호될 수 있도록 해외 취업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근로조건과 복지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아시아 역내 국가 간 선진 해기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해 10월 부산에 설립한 APEC 선원 네트워크(SEN)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 선원들을 위한 국제 승선실습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승선생활이 개선될 수 있도록 원격 의료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해수부는 재해선원에 대한 보상을 현실화하고, 실습 선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철저히 준수되도록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해외 물류시장 진출의 경우 투자여력과 대외 신인도가 있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항만공사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신남방 국가 유망항만과 유럽의 거점 항만에 진출하는 것도 목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베트남 등 외국과의 협력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협력관계를 조기에 회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HMM 경영개선을 비롯한 해운재건의 성과는 재정당국과 금융당국 등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해운업계의 경영혁신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남은 계획기간 동안에도 해수부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한국해운의 내실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마음으로 해운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나라 대표 원양선사인 HMM의 실적을 들여다 보면 HMM은 2015년 2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HMM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1,387억 원이며, 상반기 전체로 보면 1,367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여 지난해(2,185억 원 적자)보다 대폭(3,552억 원) 개선됐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는 것만으로 HMM의 경영이 정상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 흑자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유가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해운전문가 A교수는 “유가가 1/3로 떨어졌고 대형선 상태에서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고 정부가 건조한 대형선을 투입해 경쟁력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해운 전문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B박사는 “유가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다. 코로나로 다른 산업은 악영향을 받았는데 해운은 유가하락이 오히려 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정부와 해운선사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B박사는 “HMM의 비용절감 노력과 디 얼라이언스 가입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선박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한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 흑자, 유가하락 영향 컸다”

해수부의 향후 해운정책 운용방향 또한 변경, 수정됐다. 당초 2022년까지 해운 매출 51조 원, 원양 선복 113만 TEU, 지배선대 1만40만 DWT를 목표로 했으나, 원양 선복량만 제 때 달성하고 해운매출, 지배선대는 3년 뒤인 2025년으로 목표가 수정됐다.

국내 최대 경쟁력을 갖춘 원양선사인 HMM 하반기 영업 전망은 어떨까. 하반기에는 미-중 갈등 격화와 동절기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만큼 불확실성은 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HMM측은 9월까지 총 12척의 2만4,000 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투입 및 안정적인 추가 화물 확보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7호선까지 만선으로 유럽 출항했다).

HMM은 디 얼라이언스 가입 본격화에 따른 공동운항 등 비용구조 개선과 항로 다변화를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특히 벌크부문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제 활동 재개 및 동절기 원유 및 제품유 수요 증가, 철강 산업 호조로 철광석 물동량 등 점진적인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HMM은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해운 서비스 제공, IT 시스템 개선 등 경영혁신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와 영업 체질개선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선사 경영혁신, 종합물류 서비스 시급

더 중요한 것은 외부환경이 바뀌었을 때이다. A교수는 “유가가 올랐을 때도 지금과 같이 영업이익이 날 수 있을까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짝 흑자가 계속 가면 좋겠지만 경영혁신을 이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업이익이 금융비용 등을 제외한 것인데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75억원이다”라고 말했다. 즉, 영업이익이 났다고는 하지만 계속 순항하거나 장밋빛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교수는 “종합물류로 가야 한다. 종합물류를 하지 않아서 응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화주로부터 선택받으려면 머스크(Maersk)를 비롯한 선진 선사들처럼 포터 투 포터(Port to Port)에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내륙 운송 서비스까지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B박사도 같은 지적이다. “종합물류를 해야 되는데 과거 한진해운은 가능했다. 그러나 HMM은 무리가 따른다”며 “1,387억원(2분기) 영업이익이 났는데 국민 세금을 투입한 만큼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 창출이 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도산을 막지 못한 것이 여전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해 A교수는 “같은 조건에서 머스크 흑자규모가 100이라면 HMM은 10도 안될 것이다. 그만큼 HMM은 이윤이 적게 남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한진해운 파산을 막고 지금처럼 집중적으로 지원을 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이윤과 경쟁력이 생겼을 것이라는 가정이자 아쉬움 표출이다.

B박사는 “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HMM 내부에서 경영혁신과 7,000 TEU 이하 비경제적 선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영업망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전반기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산업 위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면, 후반기에는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해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은 계획기간 동안 발표한 해운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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