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이익에 배치되는 해상풍력 추진 안 된다”
“어업인 이익에 배치되는 해상풍력 추진 안 된다”
  • 정연근 내일신문 기자
  • 승인 2020.09.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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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둘러싼 갈등 정부가 해법 제시해야

[현대해양] 해상풍력을 둘러싼 정부와 어업인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법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의 국회 답변에 그대로 담겨 있다.

문 장관은 지난 7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수협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어업인들은 이에 반대하겠다고 하는 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원들의 물음에 “어업인의 이익에 배치되는 해상풍력은 안 된다는 게 저희 부처(해수부)의 일관된 의견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라고 답변했다. 문 장관은 1차 질의가 끝나고 되풀이 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같은 요지로 답변했다.

이날 임준택 수협중앙회장도 “(해상풍력 발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거듭 답변했다.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

어업인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강하다. 정부는 지난 7월 17일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해상풍력발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해상풍력 앞에는 ‘주민과 함께 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이라는 말을 붙여 사업추진 방법에 대한 원칙도 명시했다.

정부가 주민과 함께 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해상풍력발전은 이보다 앞선 7월 14일 발표한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에 포함됐다. ‘한국형 뉴딜’은 미국이 1차 대전 후 닥친 대공황을 ‘뉴딜’(새로운 계약)정책으로 극복해 나갔듯, 한국도 저성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제전환기에 새로운 계약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를 선도할 국가발전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형 뉴딜은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 두 축으로 구성됐고, 해상풍력발전은 그린뉴딜 중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에 포함됐다.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를 확산하는 새로운 계약의 한 축으로 해상풍력발전 추진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입지발굴을 위해 최대 13개 권역의 풍황 계측과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배후 및 실증단지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남 창원에 해상풍력터빈 테스트베드(시범단지)를 설치하고 전남 영광에 실증단지를 만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통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성장세가 하락하고 있고, 취약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양극화도 심화되는 구조적 위기 상황에 돌입한 데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친 상황을 디지털 및 그린 뉴딜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에 투입할 재정규모가 2025년까지 5년간 160조원(디지털 58조 2,000억원, 그린 73조 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예산부터 한국형 뉴딜정책을 반영해 편성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해상풍력발전의 경제적 파급효과에도 관심

정부는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풍력발전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과 연관된 산업생태계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두산중공업이나 조선소 등이 해상풍력발전과 관련한 사업으로 새로운 일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이 역시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정부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을 뒷받침한다.

정부가 발표한 ‘해상풍력 발전 방안’ 발표문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소는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2019년 말 기준 29.1기가와트(GW)가 설치돼 있다. 신고리원전 4호기의 발전용량이 1.4기가와트 규모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풍력발전에서 육상풍력은 13.7% 늘었는데 해상풍력은 28.7% 증가했다. 육상에서 풍력발전 설치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반면 새롭게 해상에서 풍력발전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유럽의 경우 2040년부터 해상풍력이 발전량 기준 1위 에너지원이 될 것이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전망을 소개했다. 대규모 단지를 개발할 수 있고, 환경영향이 낮으며, 이용률도 LNG(액화천연가스)발전과 비슷한 30~50% 수준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이나 육상풍력은 이용률이 각각 15%, 22% 수준이다.

조선 기계 철강 등 제조업이나 전기 토목 등 건설업과 연계성이 크고, 고용유발효과가 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인용한 발전원별 고용인원 비교표를 제시했는데, 이에 따르면 1메가와트(MW)당 고용인원은 태양광 20.4명, 육상풍력 8.2명, 해상풍력 23.8명이다. 석탄은 16.7명, 가스는 2.4명, 원전은 13.7명으로 조사됐다.

정부에 따르면 유럽기업들이 해상풍력발전 연관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업체들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유럽을 추격하고 있다. 주요 기업으로 독일과 스페인 합작사인 지멘스-가메사는 15기가와트 규모를 설치해 시장점유율 51.5%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덴마크의 MHI-베스타스가 4.8기가와트로 16.5%, 중국의 제윈드가 3.1기가와트 10.7%로 3강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소수의 터빈기업과 중소 부품기업으로 구성돼 있지만 내수시장 확대가 지연되면서 기술과 가격경쟁력에서 세계 선두기업의 80~85%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계통 보강 계획(잠정)
대규모 해상풍력 계통 보강 계획(잠정)

해상풍력발전 이행부진 평가, 속도전 예고한 정부

하지만 국내에서 해상풍력발전은 추진 속도가 더디다는 게 정부 평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원년인 2017년 12월 발표한 에너지전환계획 ‘3020 이행계획’에 따라 전체 재생에너지 신규설비 보급은 2년 연속 목표를 초과달성했지만 해상풍력은 부진한 상태다. 2030년 12기가와트 규모(5메가와트 규모 2,400기)의 해상풍력발전소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프로젝트 중심으로 보급 확대해야 한다고 방법도 정했다. 정부는 “해상풍력은 입지발굴, 인허가, 설치 등에 7년 이상 소요되므로 향후 3년간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12기가와트 규모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로 삼은 2030년에 세계 해상풍력발전기는 177기가와트 규모로 늘어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중국 등이 앞장 선 가운데 일본, 대만 등도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정부는 속도전을 펼치기 위해 그동안 해상풍력발전 추진 속도가 부진했던 원인도 분석했다.

입지개발단계에서는 개별사업자가 입지선점, 풍황계측기 설치, 발전사업 허가 등을 받는 과정에서 주민과 지자체와 사전협의 소홀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했다.

주민들이 해상풍력사업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사업자는 주민들이 수산업법 상 보상해야 하는 피해 외에도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주민들은 사업자들이 주민 피해를 등한시 한다고 생각하는 등 양자의 간극도 크다.

이와 관련, 정부는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장치가 필요한데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사업이라며 개입을 자제하고 있어 장기간 사업부진을 방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해상풍력도 육상발전소와 같은 5km 주변지역 범위설정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 지원이 어렵게 돼 있다는 것도 예로 들었다. 관련 제도 등을 바꿔 지원책을 강화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인허가 단계에서도 주민수용성, 환경우려 등 민원이 발생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및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등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주요 인허가권자인 지자체의 경우 해상풍력 추진을 위한 민원해결에 적극 나설 유인책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주민수용성 확보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초기 내수시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고, 그 결과 다수의 기계 조선 관련 기업들이 철수해 해상풍력산업생태계도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 (사진=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제공)
대한민국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 (사진=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제공)

어업인들, “조업구역 줄고 해양생태계 파괴된다”며 반대

정부는 속도전을 펼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어업인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수협을 중심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2018년 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한 ‘해상풍력발전 대응방안’ 연구에서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조업구역이 줄어들고, △해양생물 서식지가 파괴되며, △화학물질 누출과 소음-진동 및 전자기장 등이 발생해 해양생태계 변화와 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조업구역의 경우 서남해해상풍력실증단지는 2038년까지 반경 500m를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는데, 해상풍력목표량 12기가와트를 설치하면 서울 여의도의 약 1,000배 면적(2,800㎢)이 운항할 수 없는 구역이 된다.

소음-진동의 경우, 발전기 기초공사 파일을 설치하는 작업에서 발생하는 소음(260db)은 어종의 청각장애와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준이다.

또, 고전압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인해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하는 어류와 해양포유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해양환경과 수산자원 영향 연구조사가 부족하고,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경제성 검토가 미흡한데다, 해상풍력발전설비의 안정성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한국법제연구원 지적이다.

다시 지난 7월 28일 국회로 돌아가 보자.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해상풍력발전을 둘러싼 정부와 어업인 사이 갈등에 대해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에서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며 “이게 세계적인 추세고, 가야 되는 방향이라면 우리 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입지 선정에서도 적합성을 충분히 따져 보고 그다음에 주민 수용성을 충분히 확보한 다음 추진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가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 장관의 답변이 ‘주민과 함께 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원칙이 된다면 해상풍력발전과 주민·수산업 상생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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